KCCC(미주 한국대학생선교회)가 그 이름을 순 무브먼트(SOON Movement)로 바꾼다고 11일 공식 발표했다. 이 단체는 45년 이상 사용해 온 이름이 변경되는 데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한동안 두 명칭을 함께 사용한다.

KCCC의 발표에 따르면, 빌 브라이트 박사 부부에 의해 1951년 UCLA에서 시작된 CCC는 현재 전 세계 193개국에서 3만 명 이상의 전임 간사들이 사역하고 있다. 1971년 한국CCC 간사들이 LA 대학 캠퍼스에서 전도하며 시작된 KCCC는 미국 주요 도시 52개 대학에서 90여 명의 간사들이 사역하고 있다.

KCCC의 단체명 변경은 이미 4년 전부터 추진돼 왔다. KCCC가 속해 있는 미국CCC, 국제CCC가 2011년 그 이름을 크루(Cru)로 변경하면서부터다. 당시 CCC, Campus Crusade for Christ는 단체명 가운데 Crusade(크루세이드)란 단어가 기원 후 11세기에서 13세기까지 일어난 십자군 전쟁을 상기시켜 전도와 선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단체명을 변경했다. 같은 이유로 인해 전 세계 95%의 지부에서는 이미 CCC가 아닌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던 터였다. 유럽권에서는 아가페(Agape), 동남 아프리카에서는 라이프 미니스트리(Life Ministry), 서아프리카에서는 그레이트 커미션 미니스트리(Great Commission Ministry), 캐나다와 호주에서는 파워 투 체인지(Power to Change) 등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CCC란 이름을 현재도 고수하고 있다.

국제CCC에 속해 있지만 행정적인 면에서 독립된 각 국가 지부들은 각 국의 선교적 상황에 따라 이름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미국의 경우 공식 명칭은 크루지만 각 민족별로 아시안들은 에픽(EPIC), 라티노들은 데스티노(Destino) 등 각 민족에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KCCC는 미국CCC, 즉 크루에 속해 있지만 한인 2세 대학생 혹은 한인 1세 유학생들을 선교한다는 점에서 독립된 형태로 사역하고 있었고 명칭도 계속 KCCC를 사용했지만 이번에 순 무브먼트로 변경하는 것이다.

‘순’은 이사야서 53장 2절 ‘그는 주 앞에서 자라나기를 연한 순 같고’에 나오는 단어로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동시에 순은 KCCC의 가장 핵심적 제자 양육 사역인 ‘순’ 모임과도 직접 연관된 단어다. 순장과 순원으로 구성되는 소그룹인 순을 단체의 이름으로 내건 것은 그만큼 KCCC가 본질적인 제자화 사역에 더욱 투신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동환 목사(KCCC 미주 대표)가 11일 기자회견에서 단체명 변경에 관해 설명했다.
(Photo : 기독일보) 김동환 목사(KCCC 미주 대표)가 11일 기자회견에서 단체명 변경에 관해 설명했다.

미국CCC가 이름을 크루로 바꾼 이유는 크루세이드가 주는 부정적 어감 때문이었지만 KCCC는 좀더 다양한 이유를 갖고 있다. 먼저 KCCC, Korea Campus Crusade for Christ의 Korea다. 11일 기자회견에서 KCCC는 “1.5세, 2세들이 KCCC 사역의 전면에 나서면서 단체명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KCCC는 “캠퍼스 사역이 영어권 중심으로 변해 가면서, 우리는 한인인 것이 자랑스럽지만, Korea란 단어는 한인이 아닌 학생들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분위기, 우리는 한인끼리만 있겠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CCC 미주 대표 김동환 목사는 “LA, 뉴욕, 시카고의 경우, 학생 대표가 백인, 중국인 등 타인종 혹은 타민족인 한 상황에서 Korea란 단어가 변경되어야 할 필요가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Campus도 그렇다. 현재 KCCC 사역이 캠퍼스에만 국한되지 않고 교회 사역, 방송 및 찬양 사역, 교도소 사역 등 캠퍼스 밖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KCCC의 사역을 굳이 캠퍼스에만 국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Crusade란 단어는 미국CCC의 설명과 동일하다. 김 목사는 “우리가 가장 선교해야 할 대상인 무슬림들이 역사적으로 가장 아픔을 가진 단어가 크루세이드다. 굳이 그 단어 때문에 선교에 장애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Christ란 단어다. KCCC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만 높임을 받고 전해져야 한다. 이 이름을 효과적으로 모든 민족에게 전하기 위해 그 어떤 것도 상대화될 수 있고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Christ란 단어를 빼는 것이 복음을 더 효과적으로 전한다는 근거가 있는가”란 질문에 김동환 목사는 “KCCC는 캠퍼스에서 가장 전도를 많이 하는 단체라고 자부한다. 실제로 캠퍼스에서 전도할 때 ‘나는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며 전도하면 그들에겐 ‘난 그리스도인이 아닌데’란 장벽이 생긴다. 처음부터 마음 문을 닫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을 상징하는 ‘순’이라고 소개하며 다가가면 그들도 관심을 갖기 쉽다. 그리스도란 이름 자체보다는 ‘순’이라는 이미지화 된 이름을 통해서 그리스도를 높이고 증거하자는 것이지, 결코 그리스도란 이름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KCCC는 순을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가장 한국적 단어”라고 설명하고 있다.

“순(SOON)이라고 했을 때, 영어를 사용하는 한인 2세나 타민족들에게 주는 첫 인상을 고려해 보았는가”란 질문에 김 목사는 “soon(곧)과 동일한 단어이기 때문에 이와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관심들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답변 후, 조성주 목사(KCCC 오퍼레이션 디렉터)는 “영어로 이름을 쓸 때 소문자 soon이 아닌 대문자 SOON으로 쓴다”고 부연해 설명했다.

KCCC는 공식적으로 이 명칭을 11일부터 사용하지만 현재 미국의 여러 대학들에 KCCC로 등록된 이름을 변경하는 데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두 명칭을 함께 혹은 독립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라 밝혔다.

또 KCCC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대학 시절을 KCCC에서 보낸 수많은 한국CCC 출신, 미주 KCCC 출신들에겐 명칭 변경이 소중한 추억을 빼앗는 일이 될 수 있어 염려된다. 그러나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우리는 KCCC란 이름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헌신했다. 이름이 바뀌더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증거할 수 있도록 사랑하고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단체명 변경은 단순한 이름 변경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 KCCC 간사 중 일부는 한국CCC의 파송을 받아 미주로 왔으며 한국CCC와 미국 크루에 이중 멤버십을 갖고 있었으나 이번에 이름이 변경되면 법적으로나 행정적인 면에서 완전히 크루 소속으로 변경된다. 현재 KCCC 내에서 캠퍼스 사역을 직접적으로 감당하고 있는 간사들 대다수는 한국 출신 1세 간사들이 양육한 미국 한인 1.5세, 2세 간사들이기에 단체명 변경을 비롯한 일련의 변화는 KCCC가 1세 중심에서 차세대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겪고 있음을 방증하는 일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