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로새서 빌레몬서(틴데일 신약주석 시리즈 12)

톰 라이트 | CLC | 295쪽 | 15,000원

'바울 신학의 새 관점'을 주창한 톰 라이트(N. T. Wright)가 지난 1986년 저술한 '바울서신 주석'인, 틴데일 신약주석 시리즈 <골로새서 빌레몬서>가 출간됐다.

저자는 "주석의 궁극적 목적 중 하나는 독자들이 수많은 주석의 홍수로 인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성경 본문 자체를 독자들에게 돌려줌으로써 헬라어 본문이 실제로 말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이 책에서 두 가지 기본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하나는 독자들이 가능한 한 본문 자체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애매하거나 모호한 내용을 설명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본문과 본문이 반영하고 있는 바울의 사상을 상세한 부분은 물론이고 전체로서도 볼 수 있도록 독자들의 눈을 여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저자는 본문이 제기하는 주요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해석을 주저 없이 제시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해석자라면 누구나 자신 앞의 땅을 탐색할 수 있는 하나의 입장을 취하기 마련으로, 골로새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데 익숙한 독자라도 적어도 여기 제시된 관점으로 이 서신을 보고 타당한지 아닌지를 평가해 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골로새서에서 이방인 출신 골로새 교인들에게 유대교를 또 하나의 이방 종교처럼 묘사함으로써 경고하고 있으며(2:8, 22), 이를 좀 더 세밀하게 고찰하면 바울 특유의 독특한 아이러니(irony)가 반영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책에서 골로새서에 나오는 바울의 논쟁 전체를 유대교에 대한 경고로 이해하는 '가설'을 증명하고자 한다.

바울이 골로새 교인들로 하여금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간적이고 영적인 참된 성숙을 얻도록 돕기 위해, 그리고 유대교의 유혹을 경고하기 위해 썼던 골로새서가 지금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저자는 "바울은 그의 서신들이 교회 안에서 읽히길 기대한다(4:16)"며 "바울의 말을 마치 오늘날 우리에게 말하는 것처럼 듣기 위해선 우리 자신을 동일한 성령으로 충만한 그의 공동체 일원으로 이해하고, 바울로 하여금 그가 행한 일을 기록할 수 있게 하신 그 성령이 우리 안에 내주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골로새서를 "단순히 조직신학 교과서로 대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는 단순히 바울의 글을 조각조각 분해하여 그 조각들을 우리 자신의 작품으로 만들어선 안 되고, 그 자신의 관점으로 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가 처음에 의도한 바를 들어야 할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하게 우리 상황에 적합한 의미와 반향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본래 의미로 되돌아가는 역사가의 여정과, 우리 자신의 시간과 장소로 돌아와 우리가 들은 것을 하나님 안에서 현대 교회와 세상에 말할 책임이 있는 신학자 또는 설교자로서의 여정이 필요하다.

골로새교회 교인 빌레몬에게 보낸 바울의 유일한 사신(私信) 빌레몬서에 대해서는 "가정생활의 독특한 상황에 처한 한 개인에게 보냈지만, 신약성경의 어느 부분도 이보다 더 분명하게 그리스도인의 통합된 사고와 삶을 입증해 주지 못한다"며 "이 서신에는 바울의 전형적 특징인 사랑과 지혜, 유머, 상냥함, 재치,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의 성숙과 인간의 성숙이라는 요소들이 잘 혼합돼 있고, 코이노이아(koinonia) 즉 그리스도인의 교제와 상호 협력에 관한 원리로부터 실천이라는 더 깊은 차원으로 나아가며 이를 실제로 예증하면서 인간의 삶 속에서 그리스도의 삶이 어떻게 실천될 수 있는지 생생한 단면을 제시한다"고 정리했다.

저자는 "빌레몬서의 주된 가치는 이 서신이 '노예 제도에 관한 논문'이라는 점에 있지 않고, 사회관습과 믿음이 서로 충돌하는 유사한 상황에서의 '가서 너희도 이같이 하라'는 선명한 명령에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빌레몬서에서 필요한 유일한 해석 원칙"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