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총장 채수일) 학술원 신학연구소는 26일 오후 서울 인수동 한신대 신대원 컨벤션홀에서 '한신신학의 미래-기장성 회복을 위하여'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는 김재성 교수(한신대 신약신학), 강성영 교수(한신대 기독교윤리), 권명수 교수(한신대 목회상담)가 맡았다.
특히 강성영 교수는 '한신신학의 오래된 새 길'을 제목으로 한 발표에서 '한신신학'을 정의하고 그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강 교수는 "조선신학교(한신대의 전신) 탄생의 역사적 의미를 요약하면 조선 민족이 더 이상 선교의 객체로 머물지 않고 주체로서 세계사 속으로 진입하는 대장정을 감행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조선신학교의 설립 정신으로부터 잉태된 한신신학은 본질상 탈식민적 성격을 띤 신학운동, 즉 주체신학이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한 '한신신학'을 '에큐메니칼 신학'이라고도 정의했다. 그는 "자주성과 더불어 세계에 대한 개방성은 한신신학의 모토"라며 "이러한 신학교육의 소명은 결국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의 탄생으로 이어지며 그 정신을 발전시켰다. 기장은 출발부터 복음의 자유를 위해, 에큐메니칼 정신을 추구하는 한신신학의 키를 잡고 세계교회와의 협력과 일치를 향해 나아갔다"고 말했다.
이후 강 교수는 '한신신학'에 대한 오해들을 설명하고, 그것들을 바로잡아 나갔다. 그는 먼저 한신신학 혹은 기장신학의 특징 중 하나인 '상황신학'에 대해 "기장은 출범 당시부터 바리새주의적인 교리주의와 교권주의를 배격하며 이미 텍스트를 넘어 상황과 컨텍스트를 중시하는 신학운동의 노선을 설정했다"며 "그런데 현재와 미래에도 기장과 한신을 대표하는 신학이 민중신학(상황신학)이라고 하는 데는 조금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학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변해야 하는 것이고,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기장신학은 고착화된 상황신학이 아니다. 신학적 인식이 상황적일 뿐, 신학의 과제는 현실지평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현실을 향해 부단히 나아가는, 지리상의 발견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신신학이 '진보신학'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학문과 양심의 자유, 나아가 에큐메니칼적 개방성과 정치적 자유 및 인권을 위한 사회참여에서 우리 기장신학은 분명 진보의 길을 걸어온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진보를 표방하는 학문이 텍스트를 경시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성서해석의 자유가 성서경시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현대 해석학의 매력에 빠져 고전 읽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진보적 학풍을 가진 학교라고 전통과 경전을 도외시할 수 없다. 신학교에서 영성훈련은 학문도야와 함께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것"이라며 "더불어 진보성은 자기성찰과 비판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한 의미가 있다. 자기반성이 없는 진보는 이내 수구적이고 반동적인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라고 역설했다.
끝으로 '정치신학'과 관련해선 "한신과 기장은 역사 속에서 인권과 민주화, 그리고 통일을 위한 정치적 투쟁을 신앙고백적 차원에서 감행해 왔다"며 "그런데 한 가지 오해해선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교회와 정치세력의 차이에 관한 성찰이다. 교회는 에클레시아, 즉 하나님에 의해 소집된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다. 엄연히 세상의 정치적 당파, 시민사회 단체와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교회의 정치 참여는 현실 정치에 함몰되지 않아야 분명하게 하나님 나라의 희망을 선포할 수 있다"며 "또한 그것은 교회가 정파와 정치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비로소 정당성을 가진다. 그래야 교회가 미래의 변혁세력으로 남을 수 있다. 이제는 명망가 중심의 개인적 정치참여나 단체 및 모임 수준을 넘어, 기장 교회 전체가 하나님의 공의를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정치와 선교를 이 땅에서 펼치신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한신신학을 고찰한 그는 '신학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본래 한신신학의 기조는, 교회와 신학이 학문과 양심의 자유를 기치로 세계교회와 교류하고 그 선교적 지평을 확대해 민족사와 세계사에 자주적으로 참여하는 신학, 즉 대화와 소통, 변혁을 기치로 하는 공공성의 신학이었다"며 "따라서 한신 신학교육의 노선은 개혁신학의 전통과 현실참여적인 공공성을 담보하는 균형감각과 통전성을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