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enism과 Judaism에 대한 오해들

10) 헬레니즘은 개인주의적이고 유다이즘은 공동체적인가?

서승원 목사
(Photo : ) 서승원 목사

또 하나의 경우는 2002 년 여름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쉐퍼드 신학교에서 주최한 특강에 강사로 초빙된 제임스 샌더스 박사이다. 그분은 “알렉산더 대왕이 우리 모두에게 행한 것”(What Alexander the Great Did to Us All)이란 제목의 강의에서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전파된 헬레니즘의 특징을 개인주의(individualism)이라고 규정했다. 그에 의하면 성경은 인간의 가치와 책임에 있어서 집단주의적 견해, 다시 말해 가부장적 가족과 씨족을 중심으로 하는 인간이해에 근거하고 있는데, 이러한 가치관은 개인의 가치와 책임을 중시하는 헬레니즘과 대치하는 것이며, 서로 상치되는 이 두 인간관의 만남과 충돌 속에서 기독교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샌더스 교수는 그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속에 나타난 개인주의적인 경향을 헬레니즘의 영향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헬레니즘을 개인주의로 규정함에 있어서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제공하지 못했다. 다만 그는 한 예로 신구약을 막론하고 성경은 근본적으로 공동체문학(community literature)으로서 대부분의 경우에 그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채로 전해왔는데, 그 저자들에 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사람들이 희랍인들이고, 따라서 이들에 저자들의 이름이 붙여진 것은 헬레니즘의 영향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경향은 신약에서도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 한 예로 그는 누가복음을 들고 있다. 그에 의하면 2세기가 상당히 경과할 때까지 저자이름이 사본에 적혀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누가복음의 저자가 누가라고 알려지게 된 것은 헬레니즘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Hellenism과 Judaism에 대한 오해들

11) 누가복음의 저자는?

누가복음의 저자가 누가라고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단 마르시온 때문에 정경화 작업(canonization)이 시작된 2세기 중엽부터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로 이 점을 의심하는 학자는 별로 없다. 그러나 이것이 곧 헬레니즘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필자는 지금까지 헬레니즘이란 단어의 정의나 뜻하는 바 또는 그 연유에 대해서 필자의 소견을 말하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밑에서 언급할 생각이다. 그런데 샌더스 박사의 견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기 위해서 고대 희랍과 로마시대의 시기적인 구별에 대해서 미리 말해둔다면 BC 8-6세기를 고졸기(Archaic Period), BC 5-4세기를 고전기(Classical Period), BC 323-30년을 헬레니스틱시대(Hellenistic period), BC 1세기와 AD 1세기를 희랍로마시대(Greco-Roman period) 그리고 AD 2-5세기를 제국시대(Imperial period)라 부른다. 이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헬레니즘의 영향은 헬레니스틱시대를 지나면서 조금씩 약화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만일 제3복음서의 저자를 누가라고 하게 된 것이 헬레니즘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면 왜 그런 일이 좀더 일찍, 다시 말해 헬레니즘의 영향력이 보다 강할 때인 1세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뒤인 2세기 중엽에 이루어졌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과거 독일 튀빙겐 대학을 중심으로 발전한 소위 종교역사학파에 속한 학자들이 누가복음은 사도바울과 베드로의 화해를 목적으로 쓰인 것으로 그 저작연대를 2세기 초로 보았으나 지금은 이런 견해를 수용하는 학자들은 거의 없다. 최근에는 그것이 1세기 말에 기록됐다는 의견이 학자들 간에 지배적이다. 그리고 샌더스 교수의 말대로 희랍인들이 구약의 저자들에 관해서 관심을 가진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을 개인주의의 한 증거라기보다는 단순히 지적 호기심의 발로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샌더스박사는 더 나아가 저자가 누구이든 간에 그는 의사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이는 그분의 강연취지와 무관한 것인데, 이런 말을 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이 충분한 사전 연구 끝에 이루진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결과가 되었다. 누가복음의 저자가 의사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한 학자는 Harvard에서 가르친 바 있는 케드버리(Cadbury)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런데 그의 책을 읽어보면 “누가의 문체 속에는 그가 의사였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가 결여돼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의사가 그 책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적고 있다.

또한 누가복음의 저자가 바울이 말한 “사랑을 받는 의원 누가”(골 4:14)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자들 간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리버럴한 학자들의 상당수가 제3복음서의 저자가 의사 누가가 아니라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보수주의 학자들의 대부분은 전통적인 견해를 따르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