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환
(Photo : 기독일보) 최윤환 목사.

스테판 교회당 거리는 밝은 거리다
깡통을 줄에 달고 거리 양쪽을 휘저으며, 거리 소리 질러 대는 여자들
스트라이크를 벌리고 있다.
정부의 총리 治世가 못 마땅하다고, 거리에 소란 피는, 한 무리의 행렬이다.
줄에 매달린 두 깡통에는 총리의 얼굴 사진이
헤어져 붙어 있어 질질 끌려 다니고 있는 중이다
양 쪽 거리 건물에는, 온통 하층부터 삼층 두, 세 건물 통틀어 합쳐
몽땅 푸른 물감과 인물화로, 밝게 정리 된 초대형 한 폭의 그림.

사람들이 주춤거린다.
건너질러 모서리에 우뚝 솟은 첨탑, 또 물결무늬 새겨 진 아름다운 지붕
하늘 찌르는 듯 바싹 다가 선, 푸르고 높디높은 첨탑은
80미터 이상의 높이.

교회당 안으로 들어서자, 모차르트가 결혼식도 올렸고,
쓸쓸히 한 겨울 눈 싸라기 뿌리는 장례식도 이곳에서 치러졌다.
어마어마한 굴곡 기둥
높은 높은 화려한 천정에 맞닿아
빈 소년 오케스트라가 예배를 막 앞두고 줄 정비하는 중,
삐야 삐야 음정 조정 중이다

넓은 교회당 안, 사람 두세 아름드리 기둥들 사이사이로
스텐리스 청홍색 짙은 프리즘으로의 채광이 두터이 아록 거리고,

교회당 정문 앞 건너질러 골목거리는 지금은 화려하다
황금 색, 뭉쳐 진 사람들의 일그러진 조각상이 푸른 하늘을 세 로 질러 솟아있어
바로 이 자리 탑 정점에서부터는 중세의 페스트 病死者가
3만 명을 헤아렸다는 거리
그 반사로이겠지, 지금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장식마당으로 옷 입은 거리광장

아쉬운 빈 거리를 그렇게 아깝게 벗어나와
하이왜이에 올라, 다음 새 막(幕)을 올릴, 새章을 위하여
速力을 타자_

山間들의 저녁노을이 화살 지나가듯 뒤로 뒤 로 흘러 달려가고
두어 시간 눈 감는 듯 뜬 듯, 삼각형 산정 마다 구름 속, 흰 눈을 이고 선 산자락
대형 텔크 수도원이, 멀리 거창한 자태를 길게 뒷 녘으로 끌다.

갈래 길 하이왜이를 넘나드는 사이, 살쓰부르크, 밤 언덕의 골목 거리로 접어 든,
밤은 짙어, 어두워 진 촌마을 언덕길로 접어들 땐,
밤비가 주룩, 거리는 지척거려 밤길을 헤매고,
밤 잠 자리를 찾아야 할 늦은 밤 시간,
머리 안엔 회안과 떠돌아 온 회상 그림들, 얼룩거리는 점철에
흐느적이는 어둠의 명멸의 유화를 그릴까.

한 마디로 아름다운 화려한 거리, 천라 만상(天羅 萬狀)의 인간 전람회 거리. 그런데, 이 평화의 상징 같은 오스트리아 나라 거리에서도 정치적 민주주의 저항정신이 살아났는지, 화사한 햇빛 쏟아지는 대낮의 잘 깎여 다듬어진 건물 모서리 골목을 돌아서자, 이상한 여인네들의 군중 왁자지껄한, 웬 외침 소리들이었을까요. 저들의 總理 오판정치에 항거하는 일말의 시민행렬이, 여정의 客人의 눈길에는, 광대 짓 같게 해학적 장난 끼 엮어진 현장의 장면으로, 비쳐진 삽화(揷畵) 같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소란은 골목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저 사진그림에서나 눈길 끌었던, 언제라도 한 번쯤 실물 앞에 꼭 서 보고팠던 現場이, 내 눈 앞에 활짝 펼쳐진 것입니다. 지붕조차도 사선 무늬 색깔로 다듬어 덮였고, 모서리 쪽으로 높디높게 뾰족이 균형 잡힌 각선으로 솟아오른 첨탑의 <스테판 교회당>. 그 이름 제작이 어떠한 경로에서 붙여졌는지는 아직 나는 모릅니다. 내 나름으로 짐짓 생각 다듬는다면, 십자가 사건 얼마 후, 예루살렘 거리에, 예수향한 돌무더기로 맞은 순교자 <스테반>의 이름을 올려놓아 붙여진 <스테판 교회당>이라고 하여야 할 것입니다. 아니 그럴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하여야 하겠습니다.

<스테판 교회당>은 건물이라기보다는 내 눈에 나타나 온, 한 걸 작품(傑 作品)이었습니다. 인간의 손길이라는, 위대한 석공의 현란한 돌 깎음과 흙 빚음의 요정이라고 표현해 놓아도 부족한 거대한 창조물이라고 감탄을 토했습니다. 어찌 저토록 온 교회당 내부를 감싸 돌고 있는 스테인리스 색깔 조화는 온 홀 안에 가득 퍼져 도는 아름다움의 결정체로 다듬어져 있는 엄정(嚴淨)함이었습니다. 물론 그런데 거기에다가 또 <모챠르트>의 기박한 결혼식 및 장례식의 삽화 같은 사건마저 곁들여져 담겨 젖어있는 교회당.

한 가지 덧 이야기가 또 덧붙여진다면, 이 화려하고 화사한 거리에서 꺾여지는 한 골목 건너의 광장에서는 섬뜩, 3만 여의 시신(屍身)들이 엉켜, 신음소리 휫 날렸다는 거리, 흑사병 사체더미가 엉켜서 있었을 마당, 아마도 교회당 마당 가까이로 몰려 와선 고통 하다가 간, 悲史의 거리. 지금이야 이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저 황금색 巨塔이 경계가 되어, 내 머리 속에서는 悲劇 反辭의 익살처럼 비쳐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여간에, 흘러간 인간 歷史의 숱한 뒤안길로 되살펴 본다면, 참 참으로 불가사의의 흘러내려 가는 세찬 강줄기 물결 줄기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眞理의 創造主만이 이 신비의 계곡을 한줄기 생명역사로 이끌어내 가시고, 끝내는 확실한 대답으로 마침 내 그 날 D-day를 기다려, 응답하실 역사 줄거리임을, 의아심 가득 차 왔던 나의 지난날들의 회의들을 전부 뒤집고서, 이제사 겸허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되어 나는 지금 여기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