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량
(Photo : 기독일보) 정인량 목사

진리(眞理)의 일반 사전적인 뜻은 '참된 도리'이다. 그러나 이 진리의 개념은 종교(신학)철학, 윤리, 도덕, 역사, 과학, 문화에 있어 조금씩 다 다르다. 그중에 진리를 가장 추구하는 철학에서는 "진리(眞理)란 사실이 분명하게 맞아 떨어지는 명제, 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불변적인 사실 혹은 참된 이치나 법칙을 뜻한다"고 한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철학자부터 현대철학자에 이르기까지 진리가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것이 그들의 주된 연구과제인데, 데카르트 같은 이는 이 진리를 '사고하는 나'가 가장 확실하다고 하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생각하는 인간이 얼마나 허약하고 얼마나 변화무쌍한가 하는 것은 데카르트도 생각하였을 터이다.

그러면 진리가 진리이기 위한 조건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것은 진리는 영원하고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이 주장하는 진리라는 것은 너무도 쉽게 변하고 곧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인은 점점더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문제에 소홀한다. 세상의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서 과장하면 초단위로 변하고 있기에 사람들은 그것을 따라잡기 급급해서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조차 진리에 대한 탐구는 제쳐두고 이런 현실문제에 대해서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해답을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진리에 대하여 궁구하는 철학이니 윤리니 역사니 하는 것들은 전 시대의 유물이 되어가서 어떤 대학에서는 철학과를 폐쇄하기도 한다니 참으로 위기의 시대가 아닐수 없다. 대신 생체공학이니 전자공학이니 하는 것들이 진리를 대체하여 인기 상종가이다.

반면에 도리(道理)의 일반 사전적인 의미는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 길, 혹은 어떤 일을 해 나갈 방도(方道)"라고 한다. 불교의 도리는 매우 종교적인데 반하여 유교의 도리는 또 매우 윤리적이다. 유교의 도리는 삼강오륜으로 대표된다. 삼강(三綱)은 첫째 군위신강(君爲臣綱)이라하여 신하는 임금을 섬기는것이 근본이며, 부위자강(父爲子綱)은 아들은 아버지를 섬기는 것이 근본이요, 부위부강(夫爲婦綱) 아내는 남편을 섬기는 것이 근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오륜(五倫)은 부자유친(父子有親)이니 어버이와 자식 사이에는 친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군신유의(君臣有義)로서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의로움이 있어야 하며, 부부유별(夫婦有別)은 부부 사이에는 구별이 있어야 마땅하다는 것이고, 장유유서(長幼有序)는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차례와 질서가 있어야 하고 마지막 다섯째는 붕우유신(朋友有信)으로서 친구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사회에 이런 도리가 바로 서 있는가? 진리가 바로 서지 못한 가운데서 인간은 결코 바른 도리를 행할 수는 없다. 진리는 오직 유일한 것이니 진리가 둘이나 셋이 된다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다. 그런의미에서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예수께서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하심은 복음중에 복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