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량
(Photo : 기독일보) 정인량 목사

미사곡 중 '레퀴엠'이라는 장르가 있다. 우리말로 '진혼곡' 또는 '장송곡'으로 망자에게 애도를 표하며 영원한 안식을 비는 미사곡이다. 일반 미사곡과는 달리 '죽은 이를 위한 미사(위령미사)'에 연주되는 무겁고 침울한 예식 음악으로, 무덤에 잠자는 사람의 영혼이 최후의 심판날에 천당으로 구제되어 들어갈 수 있도록 기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 미사의 전례(典禮)에 입제창(入祭唱, Introitus)이 라틴어의 'Requiem aeternam dona eis Domine'(주여, 영원한 안식을 그들에게 주옵소서)로 시작되므로, 이 미사를 레퀴엠이라고 하였다.

보통의 미사곡은 자비송 (Kyrie, 키리에), 대영광송 (Gloria, 글로리아), 크레도 (Credo), 상투스 (Sanctus), 하나님의 어린 양 (Agnus Dei, 아뉴스 데이)인데 비하여, 레퀴엠에서는 글로리아와 크레도가 제외된다. 유명한 레퀴엠으로는 모짜르트 외에 빅토리아, 케루비니, 베를리오즈, 드보르자크, 브루크너, 베르디, 생상스, 가브리엘 포레 등의 작품이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모짜르트의 레퀴엠이 가장 유명하지만 실은 모차르트가 이 곡을 작곡하던 도중에 사망했기 때문에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으며, 사후에 모차르트의 제자인 쥐스마이어가 모차르트가 남긴 스케치를 토대로 곡을 완성하였던 것이다.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 극 중 살리에르는 자신이 모차르트를 죽였다고 고백한다. 작곡하느라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모차르트에게 살리에르는 익명의 사내를 보낸다. 그가 모차르트에게 거금을 제시하며 마지막 레퀴엠을 시한 내에 작곡해달라고 주문하는데, 그걸 작곡하다가 그만 서른다섯이라는 나이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모차르트는 결국 레퀴엠을 완성하지 못했고, 익명의 사내를 위해 만든 곡이 그의 장송곡으로 흘러나온다. 극적인 장면이다. 살리에르의 의도에 의한 것이라면 참으로 음악적인 살인이고, 음악가다운 결말이다. 하지만 이건 작가가 지어낸 극 중 설정에 불과하고, 실제로 그에게 장송곡을 의뢰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고 한다. 사실은 프란츠 폰 발자크 백작이 죽은 아내를 추모할 목적으로 의뢰한 곡으로, 모차르트가 죽고 나서 백작이 이 곡을 자신이 작곡한 곡이라며 직접 지휘하기까지 했다고 하니. 모짜르트의 레퀴엠은 무수한 에피소드까지 남겼다.

그런데 이 레퀴엠을 그가 죽기 전에 작곡했다는 점이 가장 큰 에피소드일 것이다. 요절할 줄이나 알기나 한듯 모짜르트는 35년동안 열정적으로 작곡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레퀴엠을 작곡하게 되었던 것이다. 모차르트 레퀴엠은 음산한 분위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주여 영원한 안식을'이라고 노래하는 성가대의 목소리가 낮게 시작되는데, 그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음산했던 분위기는 환하고 따뜻하게 밝혀진다. 모짜르트는 레퀴엠에서 조차 그의 작곡풍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모짜르트는 죽음에서 부활을 생각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