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순호 목사(전 미국 장로교회 중서부지역 한인교회 총무)
(Photo : ) 현순호 목사

이민을 새로 왔거나 이땅에 오래 살고 있어도 포근하고 아늑한 내가 자란 고향산천을 벗어나지를 못하는 사람들에겐 고향의 향기가 묻어나는 교포 교회에 찾아가 심신의 피로를 풀고 새로운 영의 에너지를 받고 싶은 바람이 있다.

안 선생이라 불리는 한 지인은 미국에 온 뒤 친구에게 이끌려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으나 뭐가 뭔지 모르고 다니다 이번에 직장을 따라 이사가면서 친척이 나가는 교회에 등록했다. 미리 그분들이 잡은 터전에 끼어 들어가니 너무도 편안하다. 목사님의 도덕적인 설교는 유머러스해서 좋고 예배 후 김치를 곁들인 점심이 한국인의 입맛을 지켜주고 교회에서 만난 분들과 골프를 치고 서로 저녁식사 초대를 하다 보니 미국 안에서도 작은 한국사회를 형성해 외롭지 않다.

그는 남에게 짐이 되는 것을 싫어하지만 또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짐이 되는 일을 맡지도 않는 사람인 탓에 집사 직분도 사양하고 교회 출석이나 헌금도 기분 나는대로 하는, 그의 말대로 ‘날라리’ 교인이다.

안수집사 변 씨는 흔히 하는 말로 열심파다. 담임목사가 많은 기도 중에 성경 안에서 오묘한 진리를 끌어내 현실과 접목시키며 군더더기 없이 뜨겁게 30분 내에 끝내는 설교에 반했단다. 성가대의 가슴으로 부르는 찬양은 들을 때마다 천사의 노래로 들리고 더욱 교인들이 한결같이 환하게 웃는 얼굴에 자신도 전염돼 늘 웃는 사람으로 변해간다. 안내집사나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 자신에게 어서 앉으라고 웃는 눈인사, 예배를 마친 뒤 다음주에 다시 만나자고 손을 잡아주는 옆사람에게서 사랑을 느꼈단다. 그 교회는 새벽기도를 위시해 성경공부, 독서모임 외에 청·장·노년 등 모든 부서가 매일 모임이 있고 한글학교도 열성적으로 활동해 살아있는 교회로 생각되어 자신도 몇달후에 다른 분들과 같이 등록을 했다.

정 권사는 큰 교회는 이미 안정돼 있고 많은 일꾼들이 있으니 작은 교회에 들어가 봉사하기로 하고 몇 곳을 돌아보다 처음의 생각을 바꾸었다. 넓은 공간에서 몇 명의 교인들이 드리는 예배는 너무나 썰렁하고 산만해서 마음을 모을 수가 없고 더욱 설교내용은 교인들의 헌신과 헌금을 강요하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기실 신앙을 잘 키워 스스로 헌신과 헌금을 하는 교인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그 순서가 바뀐 것을 보고 실망하고는 중간 규모의 교회로 가기로 생각하고 서로 정을 주고 받는 따뜻한 교회를 찾았다. 몇달후 찾은 곳은 한 주일이라도 빠지면 목사님이 문안 전화를 하시고 구역장이나 새 신자부에서 연달아 연락이 오고 심방을 와 주시고 음식까지 해다 주시니 외로운 정 권사는 너무도 그 교회가 마음에 들어 적을 올렸다.

홍 장로는 겸손히 남을 섬기는 교회를 찾았다. 많은 교회가 입술로만 봉사하지 실제 도움을 주는 일에는 인색 한 것을 체험한 이 분은 흔히 하는 말대로 “‘늙은 암탉’이 많은 교회”는 피했다. 즉 자기가 낳아야 할 알은 못 낳고 먹기는 많이 하되 알 잘 낳는 젊은 닭들을 쫓아내는 ‘제왕’ 같은 장로가 있는 곳은 갈 곳이 못되고 예수 안에서 모두가 다 형제자매로 다른 사람을 섬기는 교회를 찾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렸다. 교인은 어느 부서든지 한 부 이상 들어가 봉사해야 한다. 홍 장로는 등록하는 날부터 성가대로 들어갔고 아내되는 김 권사는 부엌으로 직행했다. 목사님도 쓰레기통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본다. “섬기는 법을 교회에서 배워라”는 이 교회의 표어가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서 훈련 받으면서 사회에서도 남을 섬기라는 목적의식에 홍 장로는 붙잡혔다.

교회를 찾아오는 교인들의 요구는 다양하다. 그 요구들을 얼마나 잘 채워줄 수 있느냐가 교회의 부흥과 직결된다. 그 중심에는 담임목사가 서 있다. 같은 곡을 가지고도 지휘자에 따라 그 효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나듯 같은 성경을 가지고 목회를 해도 목회자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누구나 자신이 섬기는 교회가 기쁨이 차고 넘치며 서로 섬기는 분위기가 되도록 노력하는 교인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