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교회가 생긴 지도 100년이 훌쩍 넘었다. 수천 년을 헤아리는 서구 교회들과 비교하면 짧은 역사지만, 그 나름의 빛나는 전통을 가진 곳이 바로 한국의 교회다. 그리고 자랑스런 역사와 전통은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 중 한국 기독교의 ‘흥망성쇠’ 속에 설립 100년 이상 된 일명 ‘100년 교회’들은 여전히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채 ‘모(母)교회’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교회사학자들에 따르면 ‘평양대부흥’이 있었던 지난 1907년 세워진 장로교회의 수만 약 700개였다. 따라서 오늘날 역사가 100년이 넘은 교회들이 전국에 수백 개는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장로교 출신 故 언더우드 선교사가 세운 새문안교회(1887년 설립)를 비롯해 감리교의 故 아펜젤러 선교사가 세운 정동제일교회(1887년 설립) 등이 바로 그런 교회들을 대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연동교회(1894년 설립)와 승동교회(1893년 설립), 안동교회(1909년 설립), 내곡교회(1907년 설립), 초량교회(1892년 설립) 등이 있다.

정동제일교회의 벧엘예배당은 1897년 봉헌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예배당으로서, 문화재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정동제일교회의 벧엘예배당은 1897년 봉헌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예배당으로서, 문화재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100년 교회’들 중 소위 ‘대형교회’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교인수로 대·중·소를 구분하는, 지극히 ‘대중적인’ 잣대를 들이댔을 경우 그렇다는 뜻이다. 만약 교인수가 아닌 다른 부분으로 그것을 규정한다면, 세월이 새긴 ‘그리스도의 흔적’을 간직한 ‘100년 교회’들은 누가 뭐래도 ‘대형교회’일 수밖에 없으니까.

이들 중에는 물론 일정 수준의 이상의 교세를 자랑하는 교회들도 있다. 하지만 ‘보존적 가치’ 혹은 ‘상징성’ 등을 제외하면 대외적 영향력과 파급력, 화제성 등에서 이들을 대형교회로 분류하기엔 분명 무리가 따른다. 특히 비기독교인들이 대형교회로 인식하는 교회들 중에 ‘100년 교회’들이 포함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늘날 대형교회로 불리는 곳들은 대부분 1950년에서 1990년 사이에 세워진 교회들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1958년 설립)와 삼일교회(1954년 설립), 영락교회(1945년 설립), 광림교회(1953년 설립), 금란교회(1957년 설립) 등은 약 50~60년이 된 교회들로 그나마 역사가 오래된 곳들이고, 사랑의교회(1978년 설립)와 온누리교회(1984년 설립), 명성교회(1980년 설립), 소망교회(1977년 설립), 수영로교회(1975년 설립), 호산나교회(1977년 설립) 등은 비교적 최근에 설립돼 대형교회로 성장한 곳들이다. 분당우리교회는 지난 2002년에 세워져 불과 11년 만에 대형교회가 된, ‘초고속 성장’의 대표적 케이스다.

천주교나 불교 등 타종교에선 어떨까. 천주교의 명동성당과 불교의 봉은사, 조계사 등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면서도 신도수 수만의 엄청난 교세로 각각의 종단을 대표하고 있다. 한 마디로 역사와 규모를 겸비한 셈이다. 물론 각 종교마다의 상이한 상황을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이 쌓은 ‘전통’과 수많은 구성원들의 ‘힘’을 동시에 가진 이들 성당과 사찰의 존재는, 리더와 구심점의 부재로 위기에 있는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북 안동에 있는 안동교회. 올해 104주년을 맞은 이 교회는 100주년을 맞았던 지난 2009년 ‘100주년 기념관’(오른쪽)을 완공했다. 기념관 왼쪽은 이 교회가 지난 1938년에 지었던 예배당이다. 두 건물이 자연스레 어우러진 모습에서 과거와 현재의 아름다운 공존을 보는 듯하다.
경북 안동에 있는 안동교회. 올해 104주년을 맞은 이 교회는 100주년을 맞았던 지난 2009년 ‘100주년 기념관’(오른쪽)을 완공했다. 기념관 왼쪽은 이 교회가 지난 1938년에 지었던 예배당이다. 두 건물이 자연스레 어우러진 모습에서 과거와 현재의 아름다운 공존을 보는 듯하다.

그렇다면 ‘100년 교회’들은 왜 대형교회가 되지 못했던 걸까.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교회사)는 “지금까지 개신교에서 나타난 장점이자 단점 중 하나가 바로 목회자 개인의 설교나 특정 목회 프로그램에 따라 성장이 좌우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라며 “오래 전 세워진 교회들은 이미 여러 목회자를 거치면서 대개 담임목사보다는 당회 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그 만큼 안정감은 있지만 자칫 정체될 수 있는 소지 또한 크다”고 말했다.

실제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인천 내리교회 김흥규 목사는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담임목사 부임 당시) 전통이 깊으면 그만큼 경직될 수도 있기에 과감히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인들도 그런 변화를 요구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상규 교수(고신대 역사신학)는 “해방 후 70년대부터가 교회들이 성장했던 시기였다. 故 한경직 목사가 목회했던 영락교회 역시 그 시기에 성장했는데,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교회를 영락교회로 꼽는다”며 “그런데 100년이 넘은 교회들이 같은 시기에 그 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은, 아무래도 역사가 오래 되면 교회가 이미 조직화돼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대의 변화와 다양한 상황에 대처함에 있어서는, 역사적 교회들이 동 시대에 세워진 교회들보다 뒤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100년 교회’들도 최근 새 예배당을 건축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보존적 가치가 있는 기존 예배당은 그대로 두고 새 예배당을 짓는 일은, 과거와 현재의 공존 및 기성 세대와 다음 세대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새문안교회가 현재 신축을 준비하고 있으며, 경북 안동에 있는 안동교회는 1938년부터 사용하던 예배당 옆에 ‘100주년 기념관’을 지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평신도들에 의해 세워진 첫번째 교회로 올해 104주년을 맞은 서울 종로구 안동교회 역시 교회의 한옥 별채 ‘소허당’을 새롭게 단장, 지역 주민들을 위해 개방했다. 교회는 주중 문화강좌 등을 통해 이곳을 선교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그들만의 ‘강점’이기도 하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을 지낸 유정성 목사(신광교회)는 “큰 교세를 가지면서도 오랜 역사와 전통을 보유한 교회가 있다면, 그들은 단순히 교인수만 많은 교회들에 비해 분명 그 상징성이 클 것”이라며 “여러 위기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교회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