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권
(Photo : 기독일보) 안인권 목사.

어느 날 조그만 채소 가게에 60대 초반의 말쑥한 신사가 채소를 사러 왔다. 점원에게 20달러 지폐를 건네주고 잔돈을 기다렸다. 점원은 계산대에 돈을 넣고 잔돈을 꺼내려고 했다. 채소의 물기가 묻은 손가락에 지폐 잉크가 번진 걸 보고 충격받은 점원은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잠시 고민한 후에 결정을 내렸다. 그가 누군가! 엠마누엘 닝거(Emmanual Ninger). 오랜 친구이자 좋은 이웃이며 고객으로 알고 지내던 사람이 아닌가. 그런 그가 위조지폐 따위를 줄 리가 없다. 그녀는 엠마누엘에게 잔돈을 주었고 그는 가게를 떠났다. 그녀는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1887년에 20달러는 상당히 큰돈이었다. 결국 그녀는 경찰을 불렀다. 한 경찰관은 20달러 지폐가 진짜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다른 경찰은 번진 잉크를 수상하게 생각했다. 호기심 반 책임감 반에 그들은 닝거의 가택 수색영장을 받아 철저히 조사했다. 결국 다락방에서 지폐 복사기를 발견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위조지폐를 찍어내는 와중에 경찰이 들이닥친 것이다. 그들은 위조지폐 외에 닝거가 그린 초상화 세 점을 발견했다.

닝거는 뛰어난 예술가였다. 솜씨가 뛰어난 닝거는 직접 지폐를 꼼꼼히 만져가며 핸드페인팅을 했다. 솜씨를 기가막히게 발휘한 덕분에 닝거는 채소 가게 점원의 젖은 손이라는 운명의 수레가 그를 덮칠 때까지 모든 사람들을 속일 수 있었다. 닝거가 체포된 후, 그의 그림은 한 장당 5,000달러 이상, 총 16,000달러의 가격으로 경매에서 팔렸다. 이 이야기의 아이러니는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엠마누엘이 20달러 지폐를 그리는 데 걸린 시간과 5,000달러 초상화를 그리는 데 걸린 시간이 같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 총명하고 재능있는 남자는 말 그대로 도둑이다. 그러나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에게서 가장 많은 것을 훔쳤다. 정당한 방법으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면 자신도 여유롭게 살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기쁨과 여러가지 혜택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역시 남의 물건을 훔치려 하면 결국 자신의 것을 훔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 도둑의 이야기다. 이름은 아서 베리(Arthur Barry)다. 그 역시 평범한 도둑이 아니었다. '광란의 1920년대'에 활약하던 보석 도둑이었다. 베리는 그 시대를 풍미했던 보석 도둑으로 국제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보석을 훔치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예술 감정가로서도 명성이 자자했다. 그의 목표물, '잠재고객'이 되려면 우선 돈과 보석을 소유한 부유층이어야 하며, 상류층에 속할 정도의 유명세를 치러야만 했다. 소위 '신사도둑'이라고 불리는 이 사람의 방문을 받고 재물을 도난당하는 것이 곧 그 사람의 지위를 나타내 주는 것처럼되어 버렸다. 사람들의 이런 생각 때문에 경찰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밤, 도둑질 하던 현장에서 발각된 베리는 총을 세 발이나 맞았다. 총알은 그의 몸을 관통했고 깨진 유리조각들은 그의 눈을 찔렀다. 엄청난 고통을 겪은 베리는 "두 번 다시 이 짓은 하지 않을 테야." 결심했다. 기적적으로 도망친 그는 3년 동안 감옥행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질투심 많은 어떤 여인이 그를 배신했고 베리는 결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형을 마치고 나온 베리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보석을 훔치는 일에서 손을 뗐다. 베리는 뉴잉글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정착하여 모범적인 삶을 살았다.

주민들은 베리에게 그 지역 최고 위원회 대표로 임명하여 그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그러나 아서 베리가 그 유명한 보석 도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전국의 기자들이 베리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몰려 들었다. 베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던 중에 어떤 젊은 기자가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했다. 지금껏 나온 질문 중에 가장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베리 씨, 당신이 도둑이었을 때 부자들에게서 많은 보석을 훔쳤죠.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을 훔친 사람이 누군지 기억나세요?" 베리는 그 즉시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요. 저에게 가장 많이 털린 사람은 바로 아서 베리입니다. 전 사업가로 성공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월스트리트의 제왕으로 군림하거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말이죠. 그런데도 도둑이라는 삶을 선택했고 성년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고 말았죠." 그렇다. 아서 베리야말로 자신에게서 가장 많은 것을 훔쳐간 도둑이었다.

세 번째 도둑은 바로 당신이다. 당신은 도둑이다. 자기를 믿지 못하고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도둑질하는 사람이다. 그 과정에서 일의 능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사회에서도 도둑질해 가는 셈이 된다. 일부러 자기에게서 도둑질해 가려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가볍게 볼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당신은 이제 본인에게서 도둑질하는 일을 그만둘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시다. 능력에 따라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맡기셨다. 달란트에 대한 충성이 하나님에 대한 충성이요, 자신을 향한 충성이다. 한 달란트 맡은 종은 주인만을 위한 희생이라고 오해했다. 그의 불충성은 자기 인생을 잃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우리 자신을 위한 말씀이다. 마귀의 말에 속아서 자기 인생을 스스로 도둑질하고 있는것이다. 자기에게 도둑맞고 자신은 지옥이라는 감옥으로 가는 것이 구원받지 못한 인생이다. 마귀는 사람으로 하여금 보이는 것에 마음을 뺏기게 한다. 마음을 빼앗는 것들이 마귀가 우리의 마음을 사냥하기 위해 쳐놓은 덫이다.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 네 보물이 있는 그 곳에 네 마음도 있느니라.'(마6: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