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웃는 집에 복이 있다', '웃는 낯에 침 뱉으랴'는 속담도 있듯, 웃음은 나 뿐만 아니라 타인까지도 행복하게 만드는 치유제다. 특히 갈수록 치열한 경쟁 속에 지쳐가는 삶을 살며 '인생이 고달프다'고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라도 웃을 수 있는 여유는 더욱 소중하다.
사면초가... 웃고 싶어서 갔던 웃음치료 강의
현재 웃음치료 강사로 활동 하고 있는 정재선 사모는, 좋지 않은 일들이 연이어 생기며 우울해져가고 있는 본인의 모습이 걱정돼, '웃고 싶어서' 웃음치료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가 강사로 활동하게 됐다.
2008년 5월, 그 한 달은 정재선 사모에게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가족들의 암투병, 남편의 실직, 함께 생활하고 있는 조카의 수두까지....... 아직은 돌봐줄 것이 많은 유치원생을 둔 학부모로서, 3주간에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닥쳐오자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2008년에 언니가 유방암에 걸려서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던 중에 어머니께서 폐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2006년에 이미 유방암 수술을 하셨던 어머니는 언니에게 죄책감이 컸어요. 당신 때문에 큰딸이 건강검진 시기를 놓쳐 암에 걸리게 됐다구요. 언니는 완치됐지만 어머니는 2011년 또 다시 심장에 종양이 생겨, 제거하는 수술을 했는데도 회복이 안 돼 힘들게 투병하다 돌아가셨습니다. 70대에 2년에 한 번씩 수술을 한 셈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드셨으며, 계속 병원에 계셔서 늘 우울해 하셨죠."
그녀는 당시를 회상하며 "3주 안에 동시다발적으로 사건들이 일어나니 기가 막히는 상황이었다"며 "그야말로 사면초가로, '체력도 안 되는데 애들을 두고 돈벌이하러 가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 가운데 '내가 먼저 웃자'는 마음으로 우연히 문을 두드린 웃음치료 강의에 매료돼 강사까지 하고 있는 정재선 사모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강의하고 싶다고 고백한다.
"제가 사람들 앞에서 웃음치료 강의를 한다는 것에 대해 어머니가 자부심이 크셨어요. 강의 사진을 모아 놓고 보시며 매일같이 더 많은 강의를 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시곤 했죠. 어머니가 제가 다른 이들에게 희망과 긍정의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간직하신 채 돌아가셨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정재선 사모의 어머니 역시 10년 동안 어르신들을 위해 1주일에 세 번씩 한글학교 교사로 봉사했다. 그녀는 "어머니가 강의하는 모습 뿐 아니라 투병하는 모습도 지켜봤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어려움이 있거나 몸이 불편한 분들이나 살 소망이 끊어진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머니에게 좀 더 많은 희망의 말을 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는데, 다 하지 못한 말들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갑자기 찾아온 결핵으로 접은 중동 선교사의 꿈
아파 봤던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알듯이, 정재선 사모는 아픔이 있는 이들에게 더 마음이 간다고 한다.
그녀는 한창 꿈이 많은 20대 중반에 폐결핵을 앓았다. 외대 교수가 꿈이었던 그는 외국어대 아랍어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선교와 공부를 위해 중동지방 유학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폐결핵으로 1년6개월 동안 결핵약을 먹으며 투병생활을 했다. 완치는 됐지만 이미 30대를 향하고 있었다. 이에 결혼을 하며 유학과 선교의 꿈을 접게 됐다.
"선교사나 교수의 꿈이 막혔지만, 웃음치료 강사로 다른 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줄 수 있어 참 감사합니다. 대학 교수로 학생을 만나는 것보다 더 많은 이들을 만나고 있으니까요. 만난 이들 중에 장애인이나 한 부모 가족이나 조손가족, 재활이 필요한 분, 여성 가장 등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 분들이 희망의 말을 듣는 기회가 별로 없죠. 웃음치료를 통해 한 번이라도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녀는 "이런 아픈 나의 상태를 알고도 결혼한 남편(예장 합동 예원교회 협동목사)에게 감사하다"며 "몸이 약했기에 병원에서는 임신도 하지 말 것을 권했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5년 만에 임신하게 됐으며 2명의 자녀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재선 사모는 희망 없이 살아가고 있는 10대들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녀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공부'에 대해서만 들어야 하기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그들의 삶에 희망이 없다"며 "청소년에게 역경을 견뎌낼 수 있는 지수를 높이는 것, 즉 긍정 리더십에 대해 말하면 대번 달라진다. 국영수 성적으로 닥달하지 말고, 그 시간에 긍정·희망 리더십을 가르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그러나 예산 부족을 핑계 삼아 웃음치료 강의, 리더십 강의 등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정재선 사모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것인가? 오늘날 배고파서가 아니라 희망이 없어서 자살하지 않는가. 국가 차원에서라도 이런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본인의 삶에서도 비전과 희망을 좇는다. 정재선 사모는 "남편의 월급과 웃음치료 강사료만으로 조카를 포함한 3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어렵지만, 돈보다는 비전이 좋고 희망을 전하고 싶다. 한번 웃을 때 나오는 엔돌핀을 돈으로 따지면 200만원이라고 하는데, 웃음치료 강사가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지 모른다"며 "돈이 삶을 편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희망도 삶의 기쁨도 행복도 얻을 수 없으며 마음을 풍요롭게 할 수도 없다"고 밝힌다.
또한 정재선 사모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내가 희망의 맛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끊고 싶지 않다"며 "대다수 사람들이 돈에 목숨 걸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마음의 피폐함을 돈으로 메꾸려고 하는 것이다. 그 피폐함을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로 채워 마음의 부자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정재선 사모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속담을 좋아한다.
"하늘은 정말 큰 개념이고 구멍은 정말 작잖아요. 이것은 희망을 말합니다. 이 작은 구멍이라도 찾는다면 자살자가 이렇게 많지 않겠지요. 강의하면서 '저도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했지만 죽지 않고 살아있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위암 말기로 8남매의 막내인 아들의 결혼식도 못 오셨던 시아버지, 12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시어머니, 연이은 가족들의 암투병과 경제적으로 늘 가난한 삶 등에서도 감사할 수 있었던 것은 희망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아픔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말 한 마디가 감동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로 인해 솟아날 희망을 보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강의 중에 꼭 시키는 말이 있다. 바로 "좋~다! 감~사하다! 잘~된다! 할~수 있다!"이다. 정재선 사모는 "아픈 분들은 마음이 꼬여 있기에 말이 거칠게 나온다"며 "사람이 말로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는데, 희망과 감사의 말을 자꾸 하게 되면 긍정의 영향이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퍼지게 된다. 사람은 미움을 받거나 다른 이를 미워할 때 가장 힘들다"고 설명했다.
정재선 사모는 "지금 삶 속에서 눈을 뜨고 숨 쉴 수 있는 것 자체가 희망의 증거"라며 "그 희망을 붙잡고 산다면 하늘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웃을 수 있고 희망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절대 조건이 주어져야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