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목사
(Photo : 기독일보) 민종기 목사

그리스도 안에서 나는 누구인가? 종종 우리의 정체성은 관계에 의하여 규정된다. 과거의 나의 정체성은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이루어졌지만,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의 우리의 정체성은 존재를 관통하는 정체성의 또 다른 기준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더욱이 그리스도를 만난 후의 나와 교회의 관계는 우리의 정체성의 핵심 중의 하나이다. 그 이유는 나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그리스도께서 나와 함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우리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그는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남자나 여자, 종이나 자유자나 할 것 없이 모두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 유기적인 통일체로서의 교회를 이룬다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존재의 정체성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의 그리스도 안에서 성숙한 공동체를 이룰까?

먼저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 공동체는 선한 인격 즉 성정(에토스, ethos)을 성숙시켜야 한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그리스도를 닮아야 한다. 성숙한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닮아간다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완벽한 형상(the perfect image of God)인데, 그의 몸 된 교회는 무엇보다도 먼저 그의 성정, 곧 그의 성품과 인격(character)을 닮은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이는 이 시대에 교회가 반드시 구비하여야 하는 요소이다. 왜냐하면 요즈음 전도의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신자의 말보다는 행동에 설득되려고 하기 때문이다. 바울은 당시의 불신세계 속에 사는 성도를 향하여 이 세상에서 “완벽한 겸손과 온유와 오래 참음”을 실천하되 “사랑 가운데서 서로를 용납하라”(엡 4:1-2)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인격자가 되어야 하고, 바른 윤리를 가져야 한다. 에토스라는 말에서 윤리(ethics)가 나온 것처럼 우리는 복음에 바탕을 두고 윤리적인 열매를 맺어야 한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신자의 삶을 보고 우리를 그리스도의 제자로 인정하게 된다고 하신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줄 알리라”(요 13:35). 세상을 변화시키기 전에 우리의 성정, 윤리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 공동체는 연합(unity)과 통일성에서 성숙하여야 한다. 우리가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었다면, 우리는 보편교회(universal church)로서 한 성령을 받았고, 그리스도 안의 한 소망을 가지고, 하나님 아버지를 같은 아버지로 섬기며 살아가는 새로운 존재로 재창조되었다. 교회는 이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지키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하여야 한다(엡 4:3). 머리되신 그리스도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하나 됨을 해친다. 머리되신 예수님의 요구대로 몸 된 교회가 유기적으로 반응할 때에, 우리는 하나 됨을 이룰 수 있다. 교회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으면 그리스도의 형상이 나타난다. 머리되신 예수님의 다스림에 복종하게 될 때, 그리스도의 능력과 아름다움이 풍성하게 드러나게 된다. 그리스도의 사랑안에서 연합함이 교회가 가지는 전도의 최고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그리스도 안의 성숙은 교회 안의 다양성(variety)을 배제하지 않는다. 온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풍성함을 따라 그리스도께서도 신자를 획일화시키지 않으신다.

“그가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선지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 전하는 자로, 어떤 사람은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으니”(엡 4:11).

그리스도께서 성도들에게 다양한 은사를 주시므로 자신의 몸된 교회를 세우려 하신다. 주님께서 주신 은사는 성도를 온전케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신령한 은사를 가진 자마다 그 은사를 통하여 자기만족이나 교만에 이르기보다는, 반드시 성도를 세워 영적으로 무장시키는 사명과 섬김을 감당해야 한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몸을 성숙하게 하는 것이다. 교회는 은사의 다양성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작은 많은 봉사의 분야가 개발되어야 한다.

방언, 신유, 혹은 기적 등의 특정 은사만 강조되어서는 아니 되며, 모든 다양한 은사들이 나타나는 풍성한 교회가 될 때, 교회는 비로소 특정부분의 기능적 장애를 피하고 건강하게 될 수 있다.

교회의 성숙은 분명한 목표가 있으니, 바로 머리되신 그리스도이다. 이러한 성숙은 개인적인 성숙과 공동체적인 성숙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개인 내면의 성숙을 이루는 1것과 함께, 온 몸이 사랑 안에서 공동체적인 성숙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성숙의 모든 부분은 사실상 공동체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께서 강조하시는 성숙은 모두 공동체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인격의 심화, 교회의 다양성과 연합 모두는 공동체로서의 성숙이라는 열매를 맺는다. 옷깃을 스치면서 지나가는 성도는 우리의 성숙을 위하여 주님이 보내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성도를 사랑으로 섬기는 것이 성숙의 최고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