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혁신학회(회장 김영선 박사)가 15일 오후 서울 신반포중앙교회(담임 김성봉 목사)에서 제103차 정기학술발표회를 개최했다. 이혜정(대신대)·정미경(성결대) 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먼저 '한경직의 정치-종교 관계인식(국가의 역할을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발표한 이혜정 교수는 "오늘날 한국 개신교는 종교단체의 성격을 넘어 정치 성향을 표출하는 집단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선거철만 되면 각 후보들은 종교 공약을 발표할 뿐 아니라 교회 강단에서는 공공연하게 목회자 개인의 정치적 입장이나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발언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강단에서의 정치적 발언은 종교적 권위가 실려 평신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면서 "한경직은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영향으로 국가와 개인의 운명을 동일시하는 삶을 살았다. 목회자 신분과 기독교계 대표 인물이라는 인지도는 더욱 그의 발언과 영향력을 강화시키고 확대시켜갔다"고 말했다.
인간 이기심에 흔들리지 않는 '절대선'으로서
국가이념 될 만한 사상은 기독교 뿐이라고 봐
특히 정치와 관련해 이 교수는 "한경직은 가장 바람직한 정치 형태로 민주주의를 강조했다"며 "해방 이후 공산당 탄압, 미국 유학, 냉전, 한국전쟁 등을 경험한 그는 강력한 반공사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민주주의 실현이 국가의 중요과제임을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그는 공산주의와 독재를 배격하는, 민주주의 지지론자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그는 민주주의 요소를 법, 교육, 도덕의 범주로 구분하여 설명했고, 이러한 요소의 근본 정신이 기독교에서 유래됐으며 민주주의 국가의 정신적 기반이 기독교임을 강조했다"며 "제국주의와 공산주의, 파시즘 등과 같은 민족이념들이 성행하고 몰락하는 과정을 목격한 한경직은, 인간의 이기심에 흔들리지 않는 절대선으로서 국가이념이 될 만한 사상은 기독교밖에 없다고 보았다. 한경직의 기독교적 건국론에서 가장 모범적 이상은 미국 건국 사례이다. 그는 미국처럼 정교분리의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이상적으로 추구했지만, 사실상 기독교정신에 뿌리를 둔 민주주의 국가를 꿈꾸었다"고 밝혔다.
경제 부분과 관련해선 "한경직은 숭실대학교 진학 당시 기술자가 되기 위해 이과를 희망했다. 우리나라를 잘 사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서구의 신기술들을 도입한 경제 발전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며 "그러나 한경직은 우리나라를 잘 살게 하기 위해서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정신개조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정신개조·정신혁명에 뜻을 두고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배경으로 한경직은 설교에서 칼빈의 직업소명설과 유사하게 모든 국민이 자신의 분야에서 신의 뜻을 성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근대 한국의 낙후한 경제상황을 극복하는 문제는 국가생존과 연관된 절실한 문제였기에, 한경직의 설교에는 경제발전을 위해 힘써 일하자는 구호와 독려가 늘 있었다. 그가 지지하는 경제제도는 공산주의와 반대되는 자유경쟁과, 개인 소유가 인정되는 자본주의였다"고 말했다.
또한 "한경직은 자본주의의 단점인 경제분배에도 관심을 가져 경제정의 실현도 자주 언급했다"며 "특히 경제 발전의 혜택을 분배하는 문제에 관해, 노동자의 임금을 높이고 농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주장했다. 즉 빈부격차 문제를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인식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문제에도 관여했다"고 덧붙였다.
목회자적 정체성 충실했으나 사회참여는 소극적
이 교수는 "한국 종교사의 측면에서 한경직은 한국 개신교계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다른 종단과 달리 대표 인물을 꼽기가 어려운 한국 개신교계에서 그 역할을 오랫동안 맡아왔다는 점은, 그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설명해 준다"며 "그의 정치-종교 관계 인식은 정교분리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 정치체제이며 기독교정신에 기반을 둔다. 교회의 역할은 국가정신의 기반으로서 국가에 대한 선지자적 역할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경직은 국가위기 상황에서 명확한 신앙적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목회자적 리더십을 발휘했다"며 "그의 건국론은 기독교신앙과 국가적 과제를 아우르는 성격을 띤다. 국가적 과제는 신앙의 차원에서 환원되어 설명되었으며, 한민족의 현실 극복을 위한 전국민적인 복음화 운동을 강조했고, 그는 여기에 헌신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경직의 사회변혁론은 이상에 불과하다는 한계로 인하여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며 "개인적으로는 목회자적 정체성에 충실했지만 그의 사회참여론은 신앙에 충실한 나머지 사회참여에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러한 특성은 한경직이 가졌던 강력한 안보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4/14창을 중심으로 한 이주민선교 교육방안'을 제목으로 발표한 정미경 교수는 "세계화와 더불어 일어나는 다문화현상은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급속히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러므로 시대적 현실과 흐름 속에서 이주민들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적 부르심을 인식해야 한다. 즉 세계와 열방을 향한 선교적 부르심을 위해, 특히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 선교에 힘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