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환
(Photo : 기독일보) 최윤환 목사.

시장바닥,
시장바닥 냄새로 스며드는 골목을 돌아서, 팽개쳐진 한길 가
시장바닥 소음(騷音)도 여기 저기 지껄여 소란 피는 골목

그렇게 골목 돌아 나올 때 즈음
어딘가 몸 안으로 조여 오는 嚴肅함을 어찌하랴
십자가 짓눌려 내리는 버거운 무계로
가누어 지 지 않는 발걸음을 끌어서
열네 곳 쓰러지고 또 멈춰 스셨던 자리, 벽 그림을 눈 그림자로 짚어
가슴 안에 파고드는 눈물을 새긴다.

왜 그리 내 짚어야 하는, 나무덩이 무계였을까
쓸어 지다 가 또 넘어져서
채찍 소리 공중을 가르면서
하는 수 없이 넘겨 옮긴 나무토막 무계

여인의 거룩한 얼굴 닦은 수건에 묻어 나온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아 서
나의 멍든 몸에 닿아 내리는데

너무나 뜨겁고도 써 서
일그러지는 나의 몸 무계여
얼마큼을 비틀며 기어가야 하나
저린 몸을, 한 동안을 연거푸 끌어 내 가야겠지

얼마큼의 시간이 지나, 흘러서
아픔도 식어가는 때 즈음
힘겹게 내려져 있던 눈꺼풀이 열려질 때 즈음
멀리로부터 차츰 씩, 부활의 소식이 들려 올 때 즈음
가늘게라도 일그러진 눈을 떠서
구름 사이로 떨어지는 빛을 주워 담아야 해
섬광(閃光)으로 줄 세워 떨어져 내려오는 저 빛을
하나, 하나 주워 담아내야 해..

얼마 전의 일이지만, 로마의 거리를 헤매는 사이, 베드로교회당 화려한 마당 앞 광장을 들어서면서 어마어마하고 장엄한 치장에 압도감마저 느꼈습니다. 한 편 맘 안쪽에서는 이 장엄 뒤에 숨겨져 있는, 진실한 베드로 사도를 나의 눈 안쪽 깊은 곳으로부터 만나 보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그렇게도 분주히, 허름한 유대 식의 옷을 걸치고, 불타는 눈빛과 성령을 통한 예수 증거의 힘, 어기찬 목소리를 터지게 외치며 이 주변 로마 거리를 활보하면서, 또 가난한 자들을 만나서 그 어깨를 어루만져 투득이면서 따스한 물 한 목음을 넘기어 주는 모습으로 나의 마음눈에는 비쳐왔습니다.

베드로 교회당 안으로 들어서자, 무엇보다도 예수 시신 무겁게 받쳐 들고 동정과 슬픔에 잠겨있는 마리아 성모상, 피에다(Piets) 像, 즉 미켈란제로가 대리석商街 앞을 지나치다가, 주인이 너무 너무 커서 팔려지지 않아 버려버린 돌 하나 속에서, 예수의 십자가 上에서 내려지는 모습을, 맘 눈 속 안에 발견해 내고, 그 큰 돌을 얻어다가 조각한(1498~99) <Pieta 像(예수시신 안은 마리아像)>에, 많은 사람들이 그리로 몰키여 가서, 나는 거기 비집고 앞으로 찾아들어 갈 수가 없어서, 멀리서만 보고, 우선 그 으리으리한 교회당 내부 대리석 무늬와 웅장함을 조심히 밟으며, 나는 왠지 사도 베드로의 무덤 위 중앙 제대를 중심으로 커다란 대리석 像들 앞으로 나의 마음이 더 끌려갔습니다. 그 중 하나는 예수 십자가에서 운명하신 직후, 그 사건을 관장했던 백부장이 입으로 한 고백, <이분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하는 고백을 터뜨린, 그 백부장(Centurion) 조각상 아래서 나의 맘이 뜨거워졌고, 또 하나, 나의 마음을 흔들 은 조각상은 <베로니카>란 여인이 예수께서 그 무거운 십자가를 지시고, 넘어졌다가 일어섰다가 또 쓰러지시는 모습을 울면서 바라 보다 못해, 수건을 가지고, 그 피땀 흐르는 예수님 얼굴을 씻어드렸다가, 그 예수 얼굴 자국이 수건에 묻어, 묻어져 나왔다는 전설의 여인 조각상에, 나의 가슴은 더 흠뻑 마음 적셔졌던 <베로니카>여인像이었습니다.

화두를 좀 바꾸어서, 예수의 이 地上의 役事는 우리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신의 모습을 스스로 버리고, 救援役事를 이루시기 위하여 이 땅에 스스로 오셔서 하늘나라의 복음사역을 다 마쳐 놓으시고(예수의 마지막 7말씀 마디 중 하나- It is finished!), 십자가 사건 앞에서, 인간 무리들에게 끌려, 십자가를 지시고 오르시던 이 <돌로롯사>길이, 지금은 어쩌다가 이다지도 허름해진 시장바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에, 우리 마음속이 무척 불편해 지게 했습니다. 그 이유라면야 확실합니다. 사탄의 役事로 회회교에 짓밟혀 버린 聖地의 헝클어진 역사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꾸어서 말하면 주의 말씀대로, 온전하게 살아가야 하는 크리스챤의 삶이어야 할 때에, 거기 악마의 발톱이 한 번 할퀴고 지나가면, 거기에는 망가지고 헤어지고 헝클어지는 役事 밖에 남아나는게 없다는, 歷史적 실증을 보여주는 것이 되겠습니다. 아니면 반대로, 오늘날의 베드로광장처럼 그 또한 너무나 과장된 치장으로 덧입혀진다는 歷史的 사실, 즉 현대사나 현대교회가 너무 치장에 쫓아다니다가, 그 眞면목을 다 저버리고 만다는, 또한 넘겨버리고 말 수가 없는, 현실의 상처들임을 마음 찢기도록 아파하게 되는 일들입니다.

우리 오늘날의 歷史에서, 또 좀 험난하긴 하겠지만, 올바르고 진실 된 敎會 想은 거의 가려지고, 오히려 잘못 나가고 있는 교회 상이 두드러지게 들어 나 보이는 이 시대 현실에, 진정 마음을 가다듬어서, 진실한 歷史에 찾아와 겸허하고 그 순수하셨던 그리스도의 본 모습을, 그리고 지금도 살아서 役事하시는, 그 모습을 우리 현실의 교회 상 안에 다시 새롭게 심어서, 현실의 인간 생활상 안에, 또 세계 돌아가는 정치적 상황 아래에 까지 에도, 변화를 앞장 서 이룩해내며, 그 무엇보다 더 인간 개개인 영혼문제의 진실성을 겸허하게 가다듬어, 저마다 자신의 진실하고 순수한 모습을 되찾아 내가야 한다는 사실을, 위와 같은 모습들 속에서, 되찾아 내려는 몸부림과 겸비함이 오늘의 사회 현실에 절실하게 요청되는 일임을, 우리들 각자는 몸부림치고 또 소리쳐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