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처음 이민 오시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면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이민 오기 전에는 한국에서 나름대로 능력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지냈지만 미국에 오면 그 모든 것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의기소침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태어나서 죽을 때에도 역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이 세상을 떠납니다. 아무리 천하를 호령하는 사람이라도 남의 도움이 없이는 결코 이 땅에서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주고 받는 도움을 살펴보면 우리 자신조차 도움을 받았는지 알 수 없는 지극히 하찮은 도움에서부터 평생 잊지 못할 도움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도움을 받는 것보다 도움을 주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기왕이면 도움을 받는 쪽보다는 도움을 주는 쪽에 서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사람이 인위적으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평생 남을 도우면서 살던 사람도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경우가 있고, 매일 남의 도움으로 연명하던 사람도 경제적인 상황이 바뀌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만은 아닙니다. 물질이 없을 때에는 물질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건강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민와서 말이 통하지 않으면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미국에 이민을 오면 먼저 이민와서 터전을 잡은 선배 이민자들의 도움을 받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들 역시 도움을 받는 것에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런 눈에 보이는 도움보다 더 절실히 필요한 도움이 있습니다. 바로 기도로 도와주는 것입니다. 물질이나 건강, 그리고 삶을 인도해주는 도움은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그런 분야에서 나름대로 여유가 있어야만 베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도로 돕는 것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도로 돕는 것이 다른 어떤 도움보다 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도움은 눈에 띄기 때문에 베풀고 나면 감사의 인사가 따라 오지만 기도의 도움은 누가 도와주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자기의 힘으로 되었다고 자랑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도로 도와주고 상대방으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이 남을 도울 수 있는 가장 크고 가치있는 도움은 바로 기도로 돕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도 자기가 어려움을 당했을 때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이 기도의 도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베드로가 감옥에 갇혔을 때 초대교인들은 기도로 그를 도와서 결국 옥문이 열리는 기적을 맛보았습니다.

기도로 돕는 것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고도 우리는 그런 도움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스스로가 기도의 도움을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기도를 그져 빈말로 도와주는 것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도로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그져 몇 마디 흘러가는 빈말로 도와주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로 돕는다는 것은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개입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기도로 돕는다는 것은 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 우주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기도로 돕는다는 것은 나는 할 수 없지만 불가능을 가능케 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믿는 믿음의 고백입니다. 세상이 힘들고 어렵다보니 여기 저기서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에게 도움을 주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눈에 보이는 도움을 줄 수 없을지라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확실한 도움을 줄 수 있는 특권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졌습니다.

기도로 돕는 것은 상황을 초월할 수 있고, 시공을 초월할 수 있고, 인간의 상상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물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실재적인 도움을 주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그런 도움을 주는 것에 스스로 만족하지 말고 언제나 나의 도움보다 더 큰 도움의 근원되시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은 기도로 돕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