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선거가 이제 두달 앞으로 다가왔다. 양당의 후보가 공식적으로 후보수락을 했으니 구체적으로 누구를 선택할 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2/3이상의 사람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으로는 결정을 해놓고 있다. 후보의 됨됨이나 구체적인 정책을 들여다 볼 필요도 없이 어느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있다. 후보의 자질이 조금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정당을 바꿀 생각이 없다. 그 정당에 당원으로 등록을 한 상태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마음으로 지지하는 정당이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다.

얼마전 인터넷 싸이트를 활용해서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설문지 내용은 각 후보들의 성향이나 공약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낙태에 찬성하는지, 동성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하는지, 중동지역에서 미군이 철수를 해야하는지, 등등이다. 그리고 응답자의 대답에 가장 가까운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자신이 가장 지지하는 후보와 일치하는 결과가 나온 학생은 거의 없었다. 자신이 선택이 오히려 반대하는 당의 후보와 비슷하다는 결과가 더 많이 나왔다. 당연히 설문지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물론 설문내용에서 커다란 오류를 찾을 수는 없었다. 과연 우리 판단의 기준은 무엇일까?

공화당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민주당의 후보가 가지고 있는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혹은 그와 반대) 사실을 쉽게 받아 들이기는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향이나 믿음의 체계는 우리의 생각만큼이나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서 검증되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영화배우나 가수를 선택하듯이 기분에 따라서 쉽게 결정을 한다. 앞으로 최소한 4년동안 혹은 그 이상의 기간동안에 나의 삶에 아주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의 연설 한번 들어 보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권력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권력을 마구 휘둘러내는 이들을 욕한다. 권력이라는 말만 나오면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를 피해자의 위치에 놓는다. 지금 내가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데 우리가 욕하는 권력자에게 권력을 쥐어 준 사람이 바로 우리 자신들이다.

이번에 일억명 이상이 투표를 할테니 내 한표는 별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나의 소중한 권력을 버리는 것이다. 그 일억명이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면 권력자들은 그들의 뜻대로 우리를 쥐고 흔들 수 있게 된다. 링컨 대통령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국민 모두가 워싱턴같은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워싱턴같은 훌륭한 대통령을 뽑을 수 있게 만들려고 한다는 뜻을 펼쳤었다.

<나는 OOO에게 투표하지 않았다>는 범퍼스티커를 본 적이 있다. 유모어이기는 하지만 참으로 안타깝다. 선택을 하기 전에는 최고를 택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선택이 이루어진 후에는 최고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결과가 마땅하지 못하다고 해서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는 일은 비겁하다.

칼럼리스트 하인혁 교수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Western Carolina University에서 경제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Lifeway Church에서 안수집사로 섬기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1년도에 미국에 건너와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앞으로 하인혁 교수는 기독일보에 연재하는 <신앙과경제> 칼럼을 통해 성경을 바탕으로 신앙인으로써 마땅히 가져야 할 올바른 경제관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삶 가운데 어떻게 적용해 나가야 하는지를 풀어보려고 한다. 그의 주요연구 분야는 지역경제발전과 공간계량경제학이다. 칼럼에 문의나 신앙과 관련된 경제에 대한 궁금증은 iha@wcu.edu로 문의할 수 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