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성찬식을 하고, 그 성찬을 직분자가 아니더라도 교회 성도라면 누구나 인도할 수 있는 교회가 있다. 예배 중에 헌금을 걷지 않고 자유롭게 헌금함에 넣기도 한다. 또 교회에서 서로를 뜻도 잘 모르면서 어색하기만 한 '집사님' '장로님' '권사님' 보다는 자연스럽게 '성도님' '형제님' '자매님'으로 부르거나 '아버님' '어머님'으로 칭하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존스크릭에 위치한 좋은이웃교회(담임 김충성 목사)가 그곳이다.

좋은이웃교회 담임 김충성 목사
(Photo : ) 좋은이웃교회 담임 김충성 목사

제자회(크리스천쳐치)에 속한 좋은이웃교회는 김충성 목사가 '50살이 되기 전에 개척해 7년을 헌신하겠다'는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지난 해 세 식구가 예배를 드리면서 시작됐다. 9개월 전 지금의 미국교회로 옮긴 이후 한번도 단 세 사람만 예배를 드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크지는 않지만 초대교회의 믿음은 물론 넉넉한 포용력과 상식을 갖춘 좋은이웃교회를 찾았다.

제자회에서 찾은 해답, '하나됨'

김충성 목사는 인터뷰 처음부터 교회가 속한 '제자회'를 자세히 소개했다. 미국 내에서는 70만 명을 아우르는 대형교단이지만, 다른 선교사가 있는 곳에는 선교를 보내지 않는다는 오랜 원칙 때문에 120년 전 한국에 선교사를 파송하지 않아 한국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제자회(크리스천쳐치)는 미국에서 자생한 북미주 개신교단으로, 미국 이민 초기, 스코틀랜드에서 이민 온 장로교 목사님들에 의해 교회 개혁과 일치, 말씀과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기치로 시작됐습니다. 미국 최초의 목회자 출신 대통령인 제임스 가필드, 장로 출신 린든 죤슨, 그리고 최근에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까지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교단이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아시안과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의 회중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에서 모든 개신교가 거의 갈라졌지만 유일하게 갈라지지 않은 교단이 제자회일만큼 우리는 '연합과 화합'을 매우 중시합니다. 실제 제자회 총회에는 다른 개신교단 성도들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으며, 개인의 신앙과 개 교회의 결정을 매우 존중해주는 포용력을 갖고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사역(Ministry for All)', '열려있는 성찬(Open Table)' 그리고 '믿는 자들의 침례(Believer Baptism)'를 중시하는 제자회는 신학을 공부했지만 뒤늦게 안수를 받고자 찾던 김충성 목사가 만나게 된 해답이었다. 세가지 모토 그대로 좋은이웃교회에서는 성찬과 설교까지도 모든 평신도들에게 열려있고,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는' 베드로의 고백만 있다면 교단에 상관 없이 누구나 성찬에 참여할 수 있으며, 다른 교단에서 받은 세례를 인정하지만 기본적으로 신앙을 고백할 수 있는 신앙인의 침례를 원칙으로 한다. 한국 교회나 교단 특히 이민교회에 긍정적인 도전을 던지고 있다.

평생 깨끗하게 주님의 십자가를 지신 아버지,
그 길이 너무 힘들어 보여 피하고 싶었지만...

"목회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소명을 받게 된 과정을 묻자 김충성 목사는 웃으며 답했다. 부친 김학복 목사는 교편을 잡다 늦게 신학을 공부해 영락교회에서 안수를 받고 한경직 목사의 주례로 결혼한 다음날 충청북도 음성군으로 내려가 개척을 시작했다. 그 사택에서 태어난 김충성 목사는 너무 배가 고파 술 찌꺼기를 10원에 사서 온 가족이 먹고 술에 취했던 기억도 있을 만큼 아버지의 삶이 존경스럽긴 했지만 시골 개척목회는 어린 아이의 눈에도 힘들어 보였다고 한다.

복음 때문에 고초도 당했지만 평생 깨끗하게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아버지를 보고 자라며 '복음과 내가 사는 세상, 문화와 역사를 어떻게 신앙의 눈으로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도전 받게 된 김충성 목사. 그는 서울대학 철학과에 진학해 종교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 종교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 중 미국으로 유학 왔고, 결국 하나님의 큰 뜻 가운데 비슷한 배경을 지닌 한 사람을 만나 목회를 하기로 결심하게 됐다.

"1991년 신학교에 입학해 교육 전도사로 시작한 교회 사역이 벌써 20년이 되어 갑니다. 풀타임 사역을 하면서도 안수는 아주 늦게 2년 반 전에 제자회에서 받았습니다. '모든 사람은 주님 앞에 왕 같은 제사장'이라는 만인제사장설을 정말로 믿고 모든 성도가 각자의 자리에서 목회자라는 소명을 갖고 봉사하는 교회를 꿈꿨기 때문에 안수를 미뤄왔던 거죠. 하지만 목회자의 안수가 개인의 자격을 결정하는 의식이 아니라 나에게 주님이 맡겨 주시고 섬기라고 하신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더 잘 섬기고자 결심하고 안수 받을 교단을 찾던 중 만난 곳이 제자회입니다."

▲좋은이웃교회 예배당

상식을 겸비한 하나님의 사람들

좋은이웃교회의 웹사이트(www.gnccweb.org)를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문구가운데 하나가 '상식을 겸비한 하나님의 사람들'이었다. 이에 대해 김충성 목사는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한 인간으로 이 땅에 오셔서 하나님의 뜻을 구체적으로 삶의 현장 속에서 드러내셨습니다. 우리들 역시 신앙을 삶의 현장 속에서 보통 사람들이 읽어 낼 수 있는 상식으로, 평범하지만 진실된 매일의 모습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교회가 세상을 따라가면 안되지만 적어도 세상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그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믿는 자들을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세상을 위한 방주가 되야 하잖아요.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교회에 대한 이미지의 90% 이상은 '배타성'이라는 자료가 있어요. 우리 안에서만 편한 말이나 의식들에 젖어들 것이 아니라 교회 밖 사람들이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하고 삶으로 보여주는 '상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 사람'을 돌보는 교회, 2세의 시각을 넓혀주는 교회

교회는 '사람을 위한 곳'이라고 소박하지만 심오한(?) 비전을 나눈 김충성 목사는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을 돌볼 수 있고, 신뢰하고 사랑으로 대하며 성장하는 교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 선한 사마리아인 처럼 상처받고 아픈 이들을 보듬고자 하는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는 비전이다.

2세들의 시각을 넓혀줘 주류 교단이나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좋은이웃교회의 또 다른 비전이기도 하다. 한국 교회 안에서만 성장하면서 그 안에만 머물러 버리는 2세들, 결국 대학생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커지는 문화적, 언어적, 정서적인 차이로 교회를 영영 떠나게 되는 '조용한 탈출'을 이민교회는 이미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좋은이웃교회에서는 2세들을 교회 안에만 머물게 하지는 않는다. 같은 교단에 속한 인근 중소형교회 청소년들과 연합한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게 하고, 교회가 빌려 사용하는 미국교회와 한 달에 한번씩 나누는 교제에도 빠지지 않는다.

"중국인이나 일본인 교회도 20-30년 전에는 매우 부흥했지만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2세들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우리 아이들도 한인 교회 안에만 머물러 버리면 한인 교회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어요. 교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접근하게 하고, 다양한 미국 교회들과 교제하면서 충분히 미국 교단에서도 리더로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른들의 시각이 열리는 것입니다."

'상식을 겸비한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따뜻하고 열린 공동체, 포용하고 협력하며 다음 세대를 키워나가는 좋은이웃교회의 다음 발걸음이 기대된다.

좋은이웃교회는 10800 Bell Rd. Johns Creek GA 30097에 위치해 있으며 매주 오후 1시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웹사이트는 www.gnccweb.org이며 문의는 404-437-7886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