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전병금 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손인웅 목사(한목협 명예회장) 등 3인이 ‘한국교회 위기 극복’을 놓고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종교차별 용역으로 촉발된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 사태를 비롯해 한국교회 내부의 여러 문제들과 연합기관 갈등 등을 다뤘다. 김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날의 문제는 바로 나의 잘못인데 무슨 자격으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게 새벽부터 제 마음을 사로잡는 생각”이라며 “그렇지만 하나님의 긍휼로 주고받는 얘기들이 하나님께서 받으심직하고 조금이라도 유익이 되지 않을까 하는 무거운 마음으로 왔다”고 전했다.

먼저 종자연 사태에 대해서는 3인 모두 우려를 표시했다. 손인웅 목사는 “종교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 종교갈등을 유발하는 꼴”이라며 “이번 종교차별 조사는 다른 기관에 맡겨야 객관성이 담보될 것이고, 이대로 가면 종교통합도 해결도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 목사는 “이번 기회에 종교의 자유 문제를 잘 정리해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며 “종교간 대화 없이는 종교간 평화가 없고, 종교간 평화 없이는 세계 평화도 없다”고 했다.

전병금 목사는 “한국교회에 물론 문제가 많지만, 불교단체가 이를 얘기하고 폄훼하고 있다”며 “각 종교가 자체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종교별로 개혁이 이뤄져야 하고, 국가기관으로서 종교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인권위도 문제”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전 목사는 “종교의 자유에는 ‘포교의 자유’도 포함된다”며 “종자연의 기독교 비판은 피상적인 모습만 보고 있고, 미션스쿨 문제는 다르게 보면 기독교가 나라를 위해 학교를 세웠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명혁 목사는 “인권위가 신중하지 못했고, 종자연도 권력을 가지게 되면서 이런 일을 하게 됐지만 그 빌미는 교회가 제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있다”며 “기독교가 너무 힘이 강해지니 자연히 반발이 나오는데, 각 종교들이 서로 낮아지고 착해지고 주변을 품는 분위기를 기독교가 앞장서서 조성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강요는 곤란하겠지만, 학교에서 종교 이념을 가르치는 것 정도는 얼마든 가능한 일이라 본다”며 “종교간 공통분모를 찾아서 넓은 마음을 갖고 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철저한 회개와 치리 이뤄져야, 정죄 말고 ‘나부터’ 회개하자”

전병욱 목사의 홍대새교회 개척 논란, 정삼지 목사의 제자교회 재정 논란, 연합기관 갈등과 같은 한국교회 내부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목회자들이 돈과 이성, 교권주의에 너무 휘둘리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손인웅 목사는 “나 때문에 한국교회가 얼마나 피해를 입었을까, 나 때문에 교회를 나오지 않고 등지는 사람들 수가 얼마나 많을까 깊이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며 “자기가 철저히 죽든지, 아니면 5년이든 10년이든 사라져서 회개하고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만한 시간이 필요하고, 스스로 큰 책임을 느끼고 한국교회를 위해 새로워져야 한다”고 했다.

전병금 목사는 “대의정치를 표방하는 민주주의가 교회에서 나온 것처럼, 재정 투명성도 대의정치를 통해 나와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대부분 재정이 투명하지만 간혹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교인들이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혁 목사는 “한국교회가 돈과 이성 문제에서 죄를 계속 범하고 있는데, 이 분들만 탓할 수 없고 다 내 잘못이고 한국교회 전체의 잘못이다”며 “이 분들을 최종적으로 정죄할 자격은 없지만 처절한 회개와 함께 치리가 없으면 장로교가 아닌데 치리할 권한마저 사라지지 않았는지 묻고 싶고, 스스로도 치리할 수 있을텐데 벌을 받으면서 새롭게 일어선다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제자훈련도 교회 아닌 사회 문제 섬김 고민해야”

연합기관과 리더십 문제에 대해서는 각자 다른 해법을 내놓았다. 손인웅 목사는 “교권주의에 사로잡혔기 때문이고, 의장이 돌아가면서 사회만 보는 시스템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며 “이제 카리스마의 시대는 지났고, 이런 구조로는 한경직 목사님 같은 카리스마도 나타날 수 없으므로 과잉경쟁에 의한 지도자가 탄생하지 못하도록 하고 리더십 뿐 아니라 팔로어십이 잘 일어나야,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 구조가 돼야 건강한 교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병금 목사는 “한국교회 신학이 다른 교회를 인정하지 않는 ‘사적 신학’으로 전락해 공공성이 사라진 것이 문제이고, 이로 인해 신앙과 생활이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성서교육과 제자훈련도 ‘우리 교회를 어떻게 섬길까’가 아니라 사회 각 영역을 어떻게 섬길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내 신앙만 최고이고 정통 보수이며 다른 이들은 ‘新신학’이라고 하는 것도 문제” 라며 “그리스도인들은 본회퍼가 말했듯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모두 다른 이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혁 목사는 “기독교는 약함과 온유와 겸손인데, 이런 것들이 다 없어지고 교회가 분노와 증오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교회 역사를 보면 존 웨슬리도, 조나단 에드워즈도, 길선주 장로님 때도 대여섯 명이 울면서 통회하면 하나님께서 내버려두지 않고 놀라운 일들을 일으키셨다”며 “한경직 목사님도 혼자서는 하지 못하고, 그런 분들이 대여섯 분 나선다면 교회가 새로운 각성과 부흥의 때를 맞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