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가끔씩 성경에 대해서 더 잘아는 척을 하는 경우를 본다. 물론 교회에 다니는 교인들이라고 다 성경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성경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많은지의 여부가 아니라 성경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에 달려있다. 많은 이들에게 가장 즐겨 인용되는 부분은 아마도 술과 담배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한국교회에서는 술과 담배를 절대적으로 금하고 있고, 신앙의 척도로 삼기도 한다. 그래서 예수를 믿고서 술과 담배를 끊게 되었다는 간증을 쉽게 볼 수 있다. 금주와 금연은 집사나 장로와 같은 직분을 받는 일에 필수조건이 되어 있다.

물론 반대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성경 어디에서 술을 마시지 말라고 했나? 단지 독주를 입에 대지 말라고 했지. 사도바울도 사랑하는 제자 디모데에게 병에 도움이 될 테니 포도주를 조금씩 마시라고 권했다. 그리고 성경의 아무리 읽어봐도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구절을 없다는 주장, 등등. 실제로 카톨릭에서는 술과 담배가 이슈가 되지 않는다.

한국교회에서 술과 담배를 금한 것은 종교적인 이유보다는 문화적인 이유가 앞섰다. 한국에 개신교가 들어 온 이후에 농한기에 술과 담배로 소일하던 사람들을 계몽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벌인 캠페인이 금주와 금연이었다. 밭일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농촌에서 막걸리는 술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가정에서 제조가 가능하고, 속을 든든하게 하고, 힘든 육체노동을 달래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마시는 술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술은 가정폭력의 주원인이 되곤 했다. 교인들이 영적으로는 물론이고 생활 면에서도 새로운 삶을 살기를 원했던 교회의 지도자들이 이 점을 간과했을 리가 없다. 이런 계몽운동은 상당히 효과가 있었고 교인들의 가정에 경제적인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그런 전통은 한국의 대부분의 교회에서 아직도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요즈음 한국은 주폭(음주에서 비롯된 폭력이라는 의미)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술에 대해서 유난히도 관대한 한국과 중국 같은 나라에서는 쉽게 바꾸어지지 않을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경찰이 칼을 빼어 든 것이다. 한국의 경포대 해수욕장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해변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 하룻밤 사이에 관광객들이 백사장에서 버리고 간 빈 소주병이 무려 3,000개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연히 지역상인들은 울상이 되었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의 버릇이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다른 곳에 모여서 술을 마실 테니 자기들만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맞는 주장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먼저 시작했어야 하는 일이었다. 모든 백사장과 모든 공원에서 금주를 하게 되는 날까지.

음주는 구원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술과 관련된 사건과 사고들을 보면 술이 가져오는 폐해를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지금 한국에서는 매일 평균 15명이 음주운전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자신뿐만 아니라 남의 목숨도 빼앗고 있는 것이다. 취중에 폭력과 성폭력을 행사하고 나서 너무나 쉽게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술김에”라는 말로 모든 잘못된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사회분위기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 다시 한번 술이 망국병이 되었다.

절제하지 못하면 생기는 문제가 어디 술뿐이겠는가? 하지만 성경에서 하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려는 사람들은 성경에서 하라고 하는 다른 가르침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할 것이다.

칼럼리스트 하인혁 교수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Western Carolina University에서 경제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Lifeway Church에서 안수집사로 섬기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1년도에 미국에 건너와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앞으로 하인혁 교수는 기독일보에 연재하는 <신앙과경제> 칼럼을 통해 성경을 바탕으로 신앙인으로써 마땅히 가져야 할 올바른 경제관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삶 가운데 어떻게 적용해 나가야 하는지를 풀어보려고 한다. 그의 주요연구 분야는 지역경제발전과 공간계량경제학이다. 칼럼에 문의나 신앙과 관련된 경제에 대한 궁금증은 iha@wcu.edu로 문의할 수 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