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한인 이민 생활에 대한 종합적 논의

4. 애틀랜타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정체성

애틀랜타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인가 아니면 한국계 미국인인가?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청소년들에게 “Are you a Korean or an American?” 이라고 질문한다면, 그들은 대개 “I’m a Korean-American.”이라고 대답한다. 한국에서 초등 학교나 중학교에 다니던 자녀를 데리고 미국에 이주한 한인들은 그들의 자녀들이 미국에서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를 걱정하지만, 아이들은 적응이 빠르다. 어떤 측면에서는 한인 부모가 예상하는 것 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적응한다. 한인 아이들이 미국 사회에 대한 적응이 빠르다는 것은 그들의 의식이 그만큼 빠르게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인 자녀들이 미국인으로 성장하지만, 그들은 결코 다른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의 미국인과 동일한 미국인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두고 Korean-American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자. 초등 학교 5학년 때 부모를 다라 애틀랜타로 이주한 한인 아이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 학교를 거쳐 대학을 마치고 미 해병 장교가 되었다. 그가 미 해병 소대장으로 부하 장병을 인솔하는 데 있어서, 그는 다른 미국인 장교와 사뭇 달랐다. 그는 부하 장병을 동생같이 아끼고 사랑하였고, 그의 부하 장병들은 그를 형같이 따르면서 명령에 복종하였다. 그래서 그가 이끄는 소대는 다른 소대의 모범이 되었으며, 그는 최상위의 통솔력을 소유한 장교로 평가를 받았다. 그가 이러한 장교로 평가를 받게 된 것은 한인 가정의 교육 덕분이라고 판단된다. 이와 같이 한인 가정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은 미국 사회에서 소극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측면에서 다른 미국인의 귀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다수의 한국계 미국인은 미국 사회를 신뢰의 사회로 서서히 변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여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는 마치 용광로(melting pot)와 같다고 하는 표현을 많이 써왔다. 이 말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일단 미국에 와서 살게 되면 미국 문화에 융화되어 미국인으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래는 ‘용광로’라는 표현을 지양하고 ‘다양한 문화의 조화(the harmony of multi-cultures)’라는 개념을 선호한다. 이 개념은 자신의 고유한 문화와 언어를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흔히 salad bowl에 비유하여 표현한다. 시금치는 시금치의 고유한 맛을, 토마토는 토마토의 맛을 당근은 당근의 맛을, 양상추는 양상추의 맛을, 아보카도는 아보카도의 맛을 제각기 소유할 때, 좋은 salad bowl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미국이 salad bowl과 같은 사회라는 것은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그들 고유의 문화, 언어, 관습, 전통을 지키면서 미국 속에서 미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점에서 한인들이 그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유지하면서 그들의 2세들에게 한인 문화를 확고히 계승시키는 것이 훌륭한 salad bowl 미국을 만드는 길이 된다. 한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한인 문화를 전승시키고 계승하기 위해서는 한인들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