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란 아마도 인류가 발명한 최대의 걸작품으로 인정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 발명자를 알 수 있다면 노벨경제학상을 열개쯤 주어도 아깝지 않다. 자급자족 시대를 지나서 물건과 물건을 직접 교환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었다. 고기를 잡는 어부와 채소를 생산하는 농부, 그리고 사냥을 해서 고기를 얻는 사냥꾼이 자신의 것을 조금 포기하면 더 큰 만족을 누리게 되었다. 매일 비린 생선만 먹던 어부가 처음으로 신선한 야채나 사슴고기를 먹게 된 상황을 생각해 보라.

물물교환은 내 것을 포기하는 대신에 얻게 될 이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물물교환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염소 한마리를 얻기 위해서 생선을 몇 마리 가져와야 하는지는 쉬운 계산이 아니다. 또한 생선은 쉽게 상하기 때문에 보관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던 중에 누군가가 동물의 가죽이나 소라껍질을 가지고 교환을 대신하자고 제안했다. 화폐라고 불리우는 무언가를 이용해서 교환의 매개체로 사용한다는 생각은 대단한 발명이었다. 하지만 며칠을 수고해서 애써 사냥한 사슴 한 마리를 소라껍질 몇개와 바꾸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 소라껍질만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내가 원하는 채소나 생선을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는 믿는 일은 대단한 모험이었고 시간이 필요했다.

아마도 처음에는 아주 작은 몇가지를 가지고 실험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잃어도 크게 후회하지 않을 그런 것들을 가지고 말이다. 지금 우리 지갑에 들어 있는 몇장의 종이돈이나 소라껍질이 하는 역할은 정확하게 같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믿음이다. 종이돈이던지 소라껍질이던지 나중에 다른 이들이 나에게서 그것을 받고 대신에 물건을 내어줄 것이라는 확신만 있으면 유통이 가능하다.

화폐란 것은 이렇게 시작했다. 원래의 역할은 물물교환을 돕는 일이었다. 화폐란 어떤 물건의 가치를 나타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화폐는 그 이후에 무시무시한 생명체로 진화했다. 화폐를 통해서 부를 축적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화폐는 섞지 않기 때문에 도난당하지 않는한 무제한 축적이 가능했다. 결국 돈 자체를 추구하고 다른 어떤 것보다도 (사람의 목숨이나 나의 인생까지도 포함해서) 돈을 우선시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돈의 문제는 어디에 가치를 두는지를 결정하는 문제와 같다.

돈을 추구한다는 것은 삶에서 하나님보다 다른 어떤 것을 우선순위에 둔다는 뜻이다. 돈은 중립적이지만 돈을 추구하는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돈을 추구하는 마음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소유와 소비에 있다고 가르치고 있고, 종국에는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게 된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지금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수년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자신의 수입이 얼마가 되면 좋겠는지를 살펴본 적이있다. 연봉 3만달러를 버는 사람은 5만달러만 벌면 인생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했다. 5만달러를 버는 사람은 7-8만 달러를 벌면 좋겠다고 했고, 7만달러를 버는 사람은 10만달러만 벌면 아무 걱정이 없겠다고 대답했다. 사람은 얼마나 가져야 스스로를 부자라고 생각할까? 대략 5백만 달러를 넘어서면 그런 대답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숫자는 전세계 인구의 0.1%도 넘지 못한다.

많이 가지지 못해서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많이 나누어주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부자들이다. 그런데 돈이 가져다주는 안락함과 생활의 편리함에 우리는 너무나 쉽게 속아 넘어가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칼럼리스트 하인혁 교수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Western Carolina University에서 경제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Lifeway Church에서 안수집사로 섬기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1년도에 미국에 건너와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앞으로 하인혁 교수는 기독일보에 연재하는 <신앙과경제> 칼럼을 통해 성경을 바탕으로 신앙인으로써 마땅히 가져야 할 올바른 경제관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삶 가운데 어떻게 적용해 나가야 하는지를 풀어보려고 한다. 그의 주요연구 분야는 지역경제발전과 공간계량경제학이다. 칼럼에 문의나 신앙과 관련된 경제에 대한 궁금증은 iha@wcu.edu로 문의할 수 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