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우연히 길에 20달러짜리와 1달러짜리 지폐가 떨어져 있다. 어떤 것을 주을까? 당연히… 20달러짜리? 아니다 둘다 주우면 된다. 물론 돈을 주웠을 때에 주인을 찾아주지 않고 갖게 되면 연방법에 저촉이 된다. 그런 법이 있냐고? 그런데 그런게 있다. 물론 액수가 작은 경우에는 아무도 신경쓰지는 않지만 그래도 법은 법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제가 이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자.

위에 질문을 읽으면서 솔직하게 속으로 어떤 대답을 했는가? <둘 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다. 다소 의도적으로 20이라는 숫자로 유도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시인할 수밖에 없지만,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믿음의 문제는 선택의 문제다. 하나님을 택하면 세상을 버린다는 뜻이다. 둘 다 택할 수는 없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고 했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일을 두 배로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양자택일의 문제다.

한편 믿음의 문제가 우선순위를 정하는 문제를 뜻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 많다. 마틴 루터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평소에는 매일 2시간씩 기도한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바쁘고 할일이 많아서 3시간을 기도했다. 말장난이 아니다. 우선순위의 문제다. 할일이 많고 힘들수록 나의 힘을 의지하기 보다는 하나님의 힘이 더 필요하다는 삶의 고백이고 우선순위가 분명했던 사람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우리는 두 번째로 중요한 일도 해야 하고, 세 번째로 중요한 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네 번째, 다섯 번째… 기도가 중요하지만 밥도 먹어야 한다. 그런데 밥을 먹는 일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매일 패스트푸드 햄버거를 사먹으면 아무리 기도를 해도 금새 비만이나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오히려 성경을 읽고 기도 하는 중에 우리의 몸이 하나님의 성전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몸을 더 잘 관리하게 된다면 20달러짜리와 1달러짜리를 모두 얻게 되는 것과 같다. 육이 영보다 중요하지는 않지만 이 세상에 있는 동안에 육을 잘 관리할 책임도 있다.

우선순위가 정해진 후에는 균형이다. 신학자 칼 바르트는 설교자들에게 말하기를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 들라고 했다. 신문이 성경만큼 혹은 성경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지금 길거리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하나님을 옳게 믿고 전하기는 어렵다. 모든 일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받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균형을 맞추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다시 돈의 문제로 돌아가서 성경에서 나오는 부자의 비유를 언뜻보면 '부유함'자체를 죄악시하는 듯하지만 실제로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돈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이내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좀더 나가면 이것은 돈에 대한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인생의 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에 관한 문제가 된다.

지금 내가 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목숨을 걸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돈인가? 돈이 상징하고 있는 다른 어떤 것인가? 성경은 아니라고 말한다. 결국 돈에 대한 인식은 내 자신을 돌아 보는 일부터 시작이 될 것이 분명하고, 그 일은 한순간에 깨달음으로 찾아 오지만 계속해서 변화하고 성장해 나가는 생명체와도 같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면서, 특히 경영대학에 속해 있는 이유로 돈을 벌고 싶다는 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 나이에 인생의 목표도 하나없이 방황하는 것보다는 백배 나은 일이지만, 돈을 벌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동기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대부분 돈 때문에 집안이 힘들어서 고생을 한 적이 있거나, 그저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동경이 지배적이다. 결국 돈 자체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음호에 계속).

칼럼리스트 하인혁 교수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Western Carolina University에서 경제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Lifeway Church에서 안수집사로 섬기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1년도에 미국에 건너와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앞으로 하인혁 교수는 기독일보에 연재하는 <신앙과경제> 칼럼을 통해 성경을 바탕으로 신앙인으로써 마땅히 가져야 할 올바른 경제관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삶 가운데 어떻게 적용해 나가야 하는지를 풀어보려고 한다. 그의 주요연구 분야는 지역경제발전과 공간계량경제학이다. 칼럼에 문의나 신앙과 관련된 경제에 대한 궁금증은 iha@wcu.edu로 문의할 수 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