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와 극심한 가난을 딛고 美 백악관 차관보의 자리에 올라 장애인 인권운동을 선도했던 기적의 사나이 강영우 박사가 23일 향년 68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생전 강 박사의 모습이 모두의 가슴 속에 애틋함으로 남은 까닭은, 그가 먼저 우리에게 사랑의 작별을 전했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해 병원에서 췌장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강 박사가 임종(臨終)을 앞두고 가족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가 그를 사랑한 모든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 편지는 담담하게 세상과 이별할 준비이자 그를 애도하는 모두를 향한 사랑의 배려였다.

강 박사는 ‘사랑하는 아내에게’라는 제목을 붙인 편지에서 “당신을 처음 만난게 벌써 50년 전입니다. 햇살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고 있던 예쁜 여대생 누나의 모습을 난 아직도 기억합니다. 손을 번쩍 들고 나를 바래다 주겠다고 나서던 당돌한 여대생, 당신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보내주신 ‘날개 없는 천사’였습니다”라며 부인 석은옥 여사와 처음 만난 순간을 회상했다.

이어 “시각장애인의 아내로 살아온 그 세월이 어찌 편했겠는가”라며 “항상 주기만 한 당신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해서, 좀 더 배려하지 못해서, 너무 많이 고생시킨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더 오래 함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내가 떠난 후 당신의 외로움과 슬픔을 함께 해주지 못하는 것이…. 나의 어둠을 밝혀주는 촛불,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라며 안쓰러운 심정을 전했다.

강 박사는 두 아들인 장남 진석(폴 강)씨와 차남 진영 씨(크리스토퍼 강)에게도 “이제 너희들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내가 너희들을 처음 품에 안은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너희들과 이별의 약속을 나눠야 할 때가 되었다니 좀 더 많은 것을 나누고, 좀 더 많은 것을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온다. 하지만 너희들이 나에게 준 사랑이 너무나 컸기에, 그리고 너희들과 함께한 추억이 내 마음 속에 가득하기에 난 이렇게 행복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단다”라며 작별의 위로를 전했다.

이어 “해 보기도 전에는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나의 말을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자라준 너희들이 고맙다. 너희들의 아버지로 반평생을 살아왔다는게 나에게는 축복이었다. 내가 떠나더라도 너희들은 혼자가 아니기에 너희들 곁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 항상 함께 할 것이기에 아버지는 슬픔도, 걱정도 없단다. 나의 아들 진석, 진영이를 나는 넘치도록 사랑한다”고 격려했다. 현재 진석 씨는 워싱턴포스트가 ‘슈퍼닥터’로 선정한 유명 안과 전문의이며, 진영 씨는 백악관 선임법률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 박사는 역경을 딛고 연세대를 졸업한 뒤 1972년 美 피츠버그대에서 교육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 취득 후 일리노이대 교수와 일리노이주 특수교육국장을 역임하고 지난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장애인위원회 정책차관보로 발탁됐다.

또 장애인 인권을 제도적으로 증진시키기 위해 국제교육재활교류재단을 창설했으며 유엔 세계장애위원회의 부의장을 역임하고 루스벨트 장애인상을 창설했다. 지난 2006년에는 세계를 빛낸 127인의 위인으로 선정되어 루스벨트 홍보센터 강당의 기념 의자에 기록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