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예배를 드리고 난 다음날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연말과 연초의 계속되는 교회 집회와 행사로 피곤함이 찾아왔지만 일본 어느 선교사와 한 약속을 도저히 어길 수 없기 때문이었다. 재일 한국 기독교 총연합회 전국 선교사 대회가 동경 후지산 자락 고덴바 YMCA 동산장에 있었다. ‘이 땅에 황무함을 보소서’ 라는 주제 찬양으로 동일본과 서일본의 약 200여명의 선교사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신년 성회를 가졌다. 이번 집회에 부족한 사람도 강사로 섬기게 되었다. 일본을 그동안 몇 번 방문했지만 지난해 쓰나미, 지진 그리고 방사선 유출 이후에 일본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엘에이에서 하네다로 오른 비행기에는 주로 일본인들이 많이 탑승하였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일본인들이 적지 않게 보였다. 그들의 마음에는 아직도 불안의식이 깔려있는 듯하였다. 일본을 입국하며 대면하는 일본인들의 얼굴은 원래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깊은 우수가 서려 있었다. 후지산 바로 밑자락의 YMCA 수양관은 낡고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자연 경관이 아름다웠고 공기도 신선하였다.

큰 재난 뒤에 열린 이번 대회에는 선교사들이 적지 않게 불참하게 되었다는 주최 측 설명이 있었다. 수많은 일본 내 한인 선교사들이 시무하는 교회들의 교인들이 급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 교회는 절반이 넘는 교인들이 한국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특히 일본에 와 있던 한인 청년들이 대거 귀국함에 따른 한인 교회들의 우울한 소식도 들렸다. 아직도 일본인들이 그 재난에 충격에 넋이 빠진 듯하였다. 일본 선교사들의 전언에 의하면 이 재난으로 일본인들이 다소 겸손한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총회에 가장 감동적인 시간은 요시다 다까시 목사님이라는 센타이 지역 피해 지원 네트웍 대표가 센타이 지진 피해 현황에 대해 설명하며 한국 교회의 사랑에 대해 감사하는 말이 있었다. 일본 재해지역에 전 세계 교회들과 크리스천들이 구호 헌금을 해 주시고 구호 활동을 해 주신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셨다. 그러면서 아직도 일본 동북부 지역에는 슬픔이 많이 남아 있어서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인사말을 도저히 나눌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시며 울먹이기도 하셨다.

요시다 목사님은 대지진후 애통하며 하나님께 기도하는 가운데 왜 이런 엄청난 고난이 이 일본 동북부에 찾아왔습니까? 라고 질문을 여러 차례 하셨다. 이것은 하나님의 진노입니까? 일본이 경제적으로 부유함으로 인해 찾아오는 영적인 타락의 결과입니까? 라며 눈물의 기도를 드리셨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는 이번 이 지진과 쓰나미와 방사선 폭발에서 하나님의 눈물을 함께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하였다.

놀라운 것은 이번 재난으로 인해 주님이 일본을 찾아오셨다고 간증하셨다. 이 재난이 나라와 나라의 벽을 무너뜨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많은 전 세계 교인들과 사람들이 일본을 찾아와 사랑과 물자를 나누어 주므로 그 벽이 무너진 것이다. 한국과 일본 간의 그동안 증오의 벽도 무너지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 교회와 교회의 벽도 무너졌다고 합니다. 카톨릭과 개신교가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의 벽도 무너졌다. 기독교를 적의를 가지고 대하던 많은 일본 사람들이 기독교 교회가 베풀어 준 사랑과 헌신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강팍한 일본 사람들의 마음에 하나님의 사랑을 향해 그 마음들을 열게 되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많은 일본의 불신자들이 교인들과 목회자들을 초청해 감사 식사를 나누게 되었다. 심지어는 사찰의 불자들도 목회자들을 불러 성탄 축하 모임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요시다 목사님은 이 모든 화해와 복음의 역사는 지난 시절 일본에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불가능한 역사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불가능이 없으시며 하나님이 이 모든 벽을 무너뜨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묶어 주셨다는 감격의 간증을 하셨다. 하나님이 하시면 사람들이 수 백년 동안 하지 못한 그 불가능한 사랑과 화해를 단시간 만에 만들고 계심을 목격하면서 하나님의 그 전능하심에 감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하나님이 이루어 가시는 복음의 역사, 구원의 역사에 자신이 온 몸을 던져 남은 생애 헌신하겠다고 결단을 하셨다.

그렇다. 그리스도의 사랑만이 불신과 증오, 그리고 대립의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