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 수퍼 점원이 하루는 고객 한 사람에게 5센트를 덜 거슬러주게 되었다. 장사를 마치고 밤 중에 여기저기 물어가며 그 고객의 집을 찾아가서 나머지 동전을 건네 주었다. 이 고객이 너무 고마워 하며 그 수퍼를 소문내자 손님이 많아지고 수퍼가 커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 점원에 대한 얘기는 다름아닌 미국의 백화점 왕 워너 메이커의 일화이다. 그는 말하길, “장사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파는 것”이라고 했다.

마음이 통한 대화, 그 것이 건강한 삶의 비결이며 화목의 첫 걸음이다. 화목을 위해서는 우리는 상대방에게 나의 생각을 설득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때로 상대방이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자신의 약한 모습을 노출시켜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상대방은 나를 이해하게 된다. 가령 선생님이 학생을 설득시키려고 할 때 선생님 자신의 약했던 부분과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얘기를 제자에게 하면 설득력이 있게 된다. 공감할 수 있는 접촉점을 찾는 것이다.

대화의 기술이란 홍보가 아니라 설득이다. 홍보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외침은 아무런 화음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설득은 그 사람을 내 편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홍보는 상대방의 태도나 생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요 설득은 상대방의 태도와 생각을 고려하고 타협하는 것이다. 교회 멤버나 친구, 가족의 구성원은 홍보대상이 아니라 설득의 대상이다. 설득은 상대방을 나와 대등한 관계로 생각한다. 훌륭한 지도자는 상대방의 생각이 자신과 틀려도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다르다고 생각하고 그 타협점을 찾는다.

한국의 문화는 이런 점이 부족하다. 예를 들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이 있다. 이 개념은 부인은 남편 말을 잘 듣고 자식은 부모 말을 잘 들어서 큰 소리가 밖에 나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和’란 가장의 한 목소리만 내야 화목하다는 의미인데 여기서부터 우리 문화는 협상학에 대해 취약하게 되었다. 우리 민족성은 잘 타협할 줄 모른다. 한국인의 고소고발 사건이 인구 비율로 볼 때 일본의 20배. 미국의 4.5배라고 한다. 가히 세계 1,2위 수준이다. 우리 나라는 화음이 없었던 민족이다. 음악의 3요소인 리듬,멜로디,화음 중에 화음이 원래 없었다. 판소리나 고전음악을 들어보면 화음이 없다. 하나의 멜로디로만 되어 있다. 한국 음악은 지휘자도 없었고 그저 무대 뒤에서 “딱”소리만 내면 되었다. 그러나 기독교가 우리 나라에 들어오면서 큰 공헌을 하게 되었는데 교육과 의학 수준을 높였을 뿐 아니라 음악 수준을 높이게 하였다. 즉 화음을 심어 준 것이다. 서양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필요하며 각 악기마다 제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내게 한다.

우리의 삶도 그래야 한다. 이제는 부.모.자.녀가 제 목소리를 한번에 내는 화음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가화만사성’이다. 자기 목소리를 내되 전체적으로는 아름다워야 한다. 옆 사람의 것을 들어주면서 내 것을 해야 한다. 그런데 가장들 중에는 이런 훈련이 안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가정이나 교회. 사회가 화음을 이루는 대화가 오고간다면 그야말로 교향악단의 연주처럼 엄청난 음향효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지휘자가 그러하듯이 모든 방면의 지도자는 구성원으로 하여금 각각 제 목소리를 내게 해야 한다. 그리고 해석능력이 있어야 한다. 지도자의 지휘에 따라 구성원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도자 되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또한 구성원들은 지도자의 손동작에 주시하여 제 목소리를 제 때에 내야 한다. 아무렇게나 내고 싶은대로 내는 것이 아니다. 자기 소리를 내고 상대방의 소리도 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 특히 교회가 화음을 이루게 될 때 그야말로 역량있고 생산적인 삶을 이루지 않을까. 이웃을 이해하고 그 생각을 들어줄 때 원활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며 건강한 내 삶을 이어나갈 것이다.


수정교회 남윤수목사 :206-992-9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