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하나님의성회 3개 교단(통합측, 수호측, 예하성) 통합을 추진하다가 재분열의 긴 아픔을 겪고 있는 기하성이, 순복음이라는 깃발 아래 다시 하나로 모일 수 있을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측(총회장 이영훈 목사)과 서대문측(총회장 박성배 목사)이 16일 오후 4시로 예정했던 통합총회가 불발됐다.

여의도측과 서대문측은 각각 “통합을 결의하되 여러 절차적 문제를 완전히 마무리한 후에 진행하자”, “통합을 결의하되 통합추진위원 4명에게 맡겨 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하자”고 결의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양측 모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통합을 추진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양측의 결의는 서로 전혀 다른 의미임을 알 수 있다.

먼저 여의도측은 전반적으로 박성배 목사에 대한 불신이 짙게 깔려 있었다. 한 총대는 “우리는 박성배 목사와 (통합을) 한다면 절대 못 믿는다”고까지 말했다. 반면 서대문측은 박성배 목사 등 현 임원들을 또다시 유임했다. 현 임원들이 책임지고 통합을 완수하라는 의미다.

여의도측은 박성배 목사와는 대화할 수 없다고 했고, 서대문측은 박성배 목사에게 통합을 마무리지으라며 다시 한 번 총회장직을 맡긴 것이다. 여기에 양측의 입장차가 엿보인다.

더군다나 여의도측은 서대문측이 안고 있는 엄청난 양의 부채에 부담감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서대문측은 부채를 당장 청산할 수 있는 묘안도 나오지 않았다.

이는 당초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때문에 양측 총회장을 포함한 통합추진위원들은 ▲통합과 동시에 박성배 목사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다 ▲현 부채는 박성배 목사가 책임진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만들어 직접 서명하고 이날 총회에서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여의 시간 동안 패인 불신의 골은 깊었다. 여의도측은 “먼저 박성배 목사가 퇴진하고 부채를 모두 해결한 뒤 통합을 논의하자”는 분위기다.

결국 양측의 통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여의도측의 전반적인 정서가 전향적으로 바뀌거나, 서대문측에서 기존의 합의안보다 더 획기적인 내용의 협상 카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허나 이는 지금으로서는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