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바람이 아랍 세계를 휩쓸고 있다.

튀니지에서 23년 간의 독재정권이 무너졌고 이집트에서는 수십만명이 거리로 나와 호스니 무바락 대통령의 30년 독재 종식을 외치고 있다.

예맨을 32년 간 통치한 독재자는 이 시위에 놀라 2013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요르단 국왕은 내각을 총사퇴시키며 자유의 불똥이 자국 내로 튀지 않도록 부심하고 있다.

리비야를 41년 간 독재한 카디피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축구경기를 중단시켰고 시리아에서는 튀니지에서 시위자들이 모이는데 큰 역할을 했던 온라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사용이 금지되었다.

2011년 새해 벽두부터 터져나온 아랍의 민주화 소식을 접하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을 통해 전 세계 폭정을 종식시킨다는 ‘자유 의제’(Freedom Agenda)를 주창해왔다.

그는 특히,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전쟁인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동 내 독재정권을 묵인하고 현상을 유지하는 소위 ‘중동의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중동민주화’, 즉 온건한 중동사람들이 자유와 관용, 개인의 존엄성에 기초한 사회를 만들도록 도와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그런 민주적 국가가 중동에 세워질 때 이슬람 극단주의의 토양이 되는 억압, 분노 등이 사라지면서 진정한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아랍의 독재정권들 보다 억압받던 일반 국민들에게 다가섰다. 2007년 체코 프라하에서 이집트 반체제 인사이자 대통령 후보였던 아이만 누르가 투옥된 것을 규탄하며 “미국인의 눈에는 오늘날 민주적 반체제 인사가 미래의 민주적 지도자”라며 그의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2005년 연두교서에서 이란 정권을 배제하고 이란 국민들을 향해 “미국은 당신과 당신 국가를 존경하고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고 자유를 확보하는 당신들의 권리를 존중하며 언젠가 자유 민주 이란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중동에서는 안 된다는 비판에 일본과 한국에서도 되었다며 과거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유럽에 심은 트루먼 전 대통령처럼 이슬람극단주의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아랍세계에도 자리잡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당시 유력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부시 전 대통령이 역사의 편에 서있다며 옳다고 지지했지만 미국 내 현실주의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너무 이상적이고 오히려 미국의 국익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들은 2006년 팔레스타인 자유선거 결과 미국에 적대적인 이슬람 테러단체인 하마스가 정권을 잡은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국무부 내 현실적인 외교관들 역시 비협조적이서 부시 전 대통령의 이 구상은 재임 중 강력히 추진되지 못했고 현실적 외교정책을 기조로 삼은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단되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퇴임하면서 이 구상에 대해 나중에 역사가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역사는 이 노력에 감사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물러난 지 2년 여가 지난 지금, 아랍세계에서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민주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이 프라하에서 석방을 촉구했던 이집트의 아이만 투르는 지금 야당지도자 위원회를 구성하고 무바락 대통령의 즉각 퇴임을 요구하며 이번 시위의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여전히 이번 시위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정권을 이집트 정권을 잡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그 가운데 이집트인들은 미국은 누구편이냐며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역사는 부시 전 대통령의 ‘전 세계 자유 확산을 통한 전세계 폭정 종식’ 구상에 대한 평가를 조금 일찍 내린 것 같다. 그가 옳았다는 것이다.

기사제공 케이아메리칸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