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인 2월 3일은 고국의 큰 명절인 구정, 설날이었다. 어릴적에 설날이 되면 설빔이라고 새 옷이나 새 신을 부모님들이 사주셔서 설날 신고 입고 즐거워하고 행복했던 생각이 생생하게 난다. 오죽하면 “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 “ 라는 동요까지 있었겠는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이 나름대로는 행복한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요즘은 새 옷이나 새 신발을 입고 신는 일들이 일상화 되었기에 설날의 신비함과 행복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이민자들에게 고국의 명절은 별 의미가 없어서 그냥 지나치고 만다. 늘 아쉬움과 허전함이 명절때마다 이민자들의 마음을 울적하게 한다. 2월 3일 목요일 고국의 설날이 마침 실버대학 모이는 날이라 실버대학에서는 떡 만두국과 묵 반찬, 그리고 과일을 나누며 함께 설날 기분을 조금은 맛보았다. 기억에 점점 사라지는 설날에 불렀던 옛 동요를 떠올려 함께 불러 보기도 하였다. “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

사람에게는 누구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특히 귀소본능이 강하여서 명절때마다 고향을 향하는 귀성행렬이 장관이다. 금년에는 구제역이 축산 마을을 덮쳐서 귀성객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설 연휴에 고향을 찾아가는 행렬이 꼬리를 무는 것을 뉴스를 통해 보았다. 고향을 가면 부모님이 계시고 형제를 만날 수 있고 옛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마음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에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 가는 것이다.

이민자들에게 있어서 고향과 같은 곳이 있다면 교회가 아닌가 싶다. 이민교회는 이민자들에게 고향과 같은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향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편안함이 있고 만나고 싶은 가족들과 형제들과 부모들과 친구들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이민교회가 이런 역할을 상당부분 감당해 왔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우선적으로 영혼의 안식처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서는 육신의 안식처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민 교회는 고향과 같은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내가 몸담고 섬기고 있는 교회를 고향과 같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 일조를 해야 하겠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따뜻하고 편안함이 있는 교회를 만드는 일에 함께 노력해야 하겠다.

실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고향에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고 예의범절이 선명하게 세워져 있다.선,후배가 분명하고 어른을 공경하고 아랫 사람을 사랑하고 격려하는 마음의 배려들이 있다. 웃음이 있고 서로를 칭찬해 주고 소망이 넘치는 따뜻한 말들이 있다. 그래서 다시 오고싶은 곳이 고향이다. 이민교회가 이민자들에게 고향과 같은 곳이 되려면 교회의 구성원들인 지체 한 사람 한 사람이 영적 가족의식, 형제의식을 가지고 서로를 배려하는 의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 모두 우리교회를 고향과 같이 따뜻하고 편안하고 행복한 곳으로 만드는데 힘을 다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