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로 인한 세계성공회의 분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탄자니아에서 열리고 있는 지도자 회의가 미국성공회의 완고한 입장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탄자니아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 회의는 동성애를 강경히 반대하는 피터 아키놀라 나이지리아 대주교, 동성애를 지지하는 캐서린 제퍼츠 셔리 미국성공회 수좌주교, 동성애는 반대하지만 교단 분열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로완 윌리엄스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 등이 참석하고 있다. 회의는 19일 끝난다.

셔리 수좌주교는 회의의 결론이 도출되기도 전인 15일 언론을 의식한 탓인지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발표, “교단이 분열되는 한이 있더라도 사회 정의를 위해 동성애자의 편에 서겠다는 나의 입장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셔리 수좌주교가 회의에서 이같은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가속화되고 있는 교단 분열을 막으려는 세계성공회의 노력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교단 분열도 불사하겠다는 셔리 수좌주교의 입장 표명에 대해 세계성공회 캐논 짐 로젠탈 대변인은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중요한 사안 역시 세계성공회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교구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다”라고 맞받아쳤다.

그간 동성애를 반대하는 성공회 지도자들은 동성애 성직자를 임명하고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미국성공회를 교단에서 제명하라고 주장해 왔다. 세계성공회의 영적 지도자로 불리는 윌리엄스 캔터배리 대주교는 이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교단 분열만은 막기 위해 애써왔다. 이번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도 일부 반대파 지도자들이 셔리 수좌주교와는 함께 회의석에 앉지도 않을 것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내 최악의 경우 회의가 결렬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의 중재로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이번 회의가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데 그치고 막을 내릴 경우 동성애를 반대하는 교회들의 미국성공회 탈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미 동성애를 반대하는 미국성공회 일부 교구들은 지난해 동성애를 지지하는 셔리 수좌주교가 최고 수장에 임명되자 미국성공회에서 탈퇴해 동성애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아키놀라 대주교의 감독을 받고 있다. 아키놀라 대주교는 동성애는 교회에서 추방돼야 할 ‘사탄의 공격’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사탄의 공격’이란 동성애자 개인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겪고 있는 동성애 문제를 성서에 비추어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이를 인권이나 개인의 취향이라는 미명하에 그대로 수용하는 지도자들의 타협적 태도를 말한다.

세계성공회 분열은 미국성공회가 2003년 진 로빈슨 신부를 뉴햄프셔 교구 주교로 임명하고 일부 교구에서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세계성공회는 미국성공회에 로빈슨 주교의 임명을 철회하고 동성애 결혼을 축복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성공회가 동성애 지지 입장을 고수하자 세계성공회에서 탈퇴할 것을 권고했으며 2008년 램버스회의(10년마다 열리는 세계성공회 최고위 성직자 주교회의)에서 동성애 문제를 재정립할 때까지 새롭게 임명되는 동성애 성직자의 안수나 동성 결혼 축복은 무효하다고 선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