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스푼 길모퉁이 카페가 매주 화,목요일 아침 애난데일 거리급식 현장에서 성황리에 자리잡고 있다.

겨울 폭풍이 한차례 지나간 후라 주차장 바닥이 눈과 얼음으로 가득하다. 눈물이 핑돌 정도로 매몰차게 부는 찬 바람은 봉사자들의 발과 손, 뺨을 얼려간다.

엄동설한. 그것도 이른 아침 커피 봉사는 방한도구로 중무장을 하고 길에 섰다고 해도 보통 힘든 혹한기 섬김사역이 아니다. 이처럼 모든 환경이 여의치 않지만 와싱턴중앙장로교회 투 앤 투엔티(한달에 2시간, 20달러 도네이션) 봉사그룹 8명의 헌신으로 일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커피 사역이 진행되고 있다.

탁월한 솜씨로 커피를 내리는 길집사는 이제 커피 내리는 전문가가 되었다. 물과 그라인딩한 커피를 적절히 배합하여 고소하게 커피를 내려 한쪽에 두고, 컵 라면용 뜨거운 물이 팔팔 끓으면 자동차로 옮겨 싣고 길모퉁이 카페로 향한다.

파킹장 한쪽 구석에 상을 펴놓고 썰은 빵과 단 과자들을 한쪽에 정리하면 라티노 노동자 손님을 맞이할 준비는 완료된다. 새벽 찬바람을 맞으며 일찌감치 부지런을 떨고 나와있는 40-50여명의 아미고들은 이미 카페 단골이며 친구가 된다.

아침 8시. 길모퉁이 카페는 라티노 공짜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들은 하나같이 한국식 다방 커피를 선호한다. 일회용 스티로폼 컵에 커피를 8할쯤 넣고 서너 숨을 쉴만큼의 설탕을 계속 쓸어 넣는다. 그 다음은 분말프림을 똑 같은 분량으로 털어 넣고 빨대로 슬슬 저어서 맛있게 마신다.

단빵과 커피로 빈속을 채우고 나면 이젠 컵라면으로 입가심을 할 차례다. 작년 연말 한인교회들이 기증한 라면이 점심까지 때우려는 빈자 손님들의 손을 탄다. 잘 끓여진 한국산 컵라면은 매콤하고 깔끔한 맛으로 라티노들의 마음을 빼앗는다.

“한국 라면 최고”라고 추켜세우는 라면 매니아가 된 몇몇 라티노는 마요네즈와 칠리 소스를 첨가해서 ‘느끼 라면’을 자작으로 만들어 먹는다. 한국식 다방커피와 매콤한 라면을 제일 선호하는 라티노들은 한인들의 가까운 이웃임을 새삼 느낄 수 있다.

투 앤 투엔티 봉사대를 조직한 공인회계사 김집사는 2002년 중반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어 예수를 믿기 시작한 늦깎이 신자다. 평소 무신론자는 아니었지만 마호메트, 석가모니, 공자 등, 특정 종교의 창시자를 신앙하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오랜 영혼의 방황을 접고 와싱턴중앙장로교회에 첫걸음을 옮긴 것이 지난 2002년 7월말이다.

용기를 내어 교회라는 낯선 환경에 첫발을 옮긴 그의 눈엔 모든 것이 낯설다. 커다란 예배당, 생경스런 교우들, 처음 대하는 교회 용어들… 어느것 하나 익숙한 것이 없어 두리번 거리고 있던 그의 손을 덥석잡아 이끌었던 분이 이원상목사다.

그 후 5년간 신앙생활하면서 매번 드리는 예배는 눈물과 감사가 섞인다. 노창수 담임목사는 “적어도 한달에 2시간, 20달러 정도는 남을 위해 섬기고 봉사하는데 쓰지 않겠는가?”라며 지난해 연말 주일 설교로 성도들을 도전했다.

잘 박힌 못처럼 마음에 남아있는 하나님 말씀에 김집사는 순종하기로 했다. 행동하는 믿음에 뜻을 같이한 다른 8명과 의기투합했고 가장 힘든때 혹한기 커피 봉사로 열매를 맺게 되었다. 너무 춥다 못해 빈자 손님들과 봉사자들의 코에 저절로 콧물이 말갛게 맺혀가지만 마음만은 훈훈하고 따뜻한 카페가 된다.

“귀를 막아 가난한 자의 부르짖는 소리를 듣지 아니하면 자기의 부르짖을 때에도 들을 자가 없으리라”(잠언21:13절)

/글 김재억 목사 (도시빈민선교 & 재활용품 기증문의 703-622-2559 / 571-451-7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