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6일 신학교 시간강사들의 어려움을 ‘쏟아지는 박사… 신학교 시간강사엔 희망이 없다’는 제목으로 보도한 바 있다. 시간당 강사료 3~4만 원에 평균 연봉이 5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현실은 겉으로 드러난 것 이상이었다. 이후 이 보도를 접한 한 시간강사가 본지에 자신의 처지를 알려왔다. 그는 “막막한 비극의 절벽에 맞닿아 있다”며 “한국교회가 시간강사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본지는 그가 보내온 글을 정리해 게재한다. -편집자 주

나는 25년 간 독일과 유럽에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가이드, 청소부, 공장 막노동자, 농장노동자, 이삿짐 도우미 등 안 해본 일이 거의 없을만큼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후 어렵게 공부를 마치고 지난 2007년 귀국해 여러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강의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시간강사들의 애환과 비애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개선될 줄 모르고, 지금도 많은 시간강사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강사들이 대학과 사회로부터 당하는 비인간적인 대우와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비참한 삶을 돌아보면, 그들의 자살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만은 아니다.

최저 생계비는 고사하고 방학이면 전혀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시간강사들에게 세계 2위의 선교사 파송국을 자랑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은 그저 씁씁할 따름이다. 진정 한국교회가 6만여 대한민국 시간강사들의 이웃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앞으로 전임강사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나이는 들고 공부를 마친 후배들 역시 자리를 원하고 있고, 더구나 신학대학의 경우 교단신학과 맞지 않으면 아예 강의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니…….

한국 대학에서 전체 강의의 40~60%의 강의를 책임지고 있는 시간강사들은 아마 가장 불쌍하면서도 비극적인 존재들이 아닐까. 외국의 경우를 보면 한국과 비슷한 처지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정도라고 한다. 그 외 나라들에선 시간강사에게 전임교수 연봉의 50%까지 지급한단다. 우리나라는 10분의 1수준이다.

보통 한 두 과목 강의에 목숨을 걸고 살아야 하는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은 누구보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다. 나는 한 과목당 강사료로 매월 36만 원 정도를 받는다. 부산에 거주하는 나는 부산에 강의가 없으면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그곳 대학에서 강의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한 달에 50만원의 적자를 보게 될 때도 있다. 지금까지는 아버지의 은퇴 연금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아버지의 나이도 이제 90세를 넘겨 얼마나 더 사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학들의 횡포도 심하다. 정부가 지원하는 유류지원비를 50%나 삭감했고 강사비 역시 월 48만 원에서 38만 원으로 10만 원이나 줄이는 경우도 있었다. 시간강사들의 강사료를 줄여 학교재정을 운영해나간 것이다.

최근 대출을 받기 위해 서류를 준비해 제출했지만 연체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200만 원을 대출받아 3달 간의 방학 기간을 버텨갈 생각이었는데, 그저 막막할 따름이다. 시간강사들에게 방학은 곧 죽음의 시간이다. 수입이 없어 책 한 권 살 돈이 없다. 학기 중에는 그나마 가르치는 보람에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었지만 방학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어둠과 같은 시간이다. 시간강사로 살았던 지난 3년 간을 돌아보면 지난해 다섯 과목을 맡아 가르치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3년 간 평균 연봉은 100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차라리 교통사고나 그 어떤 사고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솔직히 있었다. 하지만 차마 자살만은 할 수 없었다. 목사인 나도 이런 생각을 할 정도인데 다른 시간강사들은 오죽할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G20 경제회의 의장국이 된 한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자랑하면서 대학 시간강사들의 생계문제를 마치 다른 세상의 일처럼 내버려 둔다면 그건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렵게 공부해 많은 지식을 쌓은 시간강사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국가적으로 낭비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교회도 시간강사들의 어려움을 돌아봤으면 좋겠다. 시간강사들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돈이 많아 외국에서 공부했고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자살하려는 강사, 자살하지 못해 살아가는 강사들이 주변에 많다.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사랑으로 그들의 목숨을 구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