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Charles Robert Darwin)의 ‘종의 기원’은 진화론이라는 하나의 생물학적 학설을 넘어 정치와 경제, 문화 등 사회 모든 영역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왜일까. 단국대학교에서 과학사를 가르치는 이용국 교수는 22일 열린 제6회 창조론 오픈포럼에서 “사회가 경쟁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데 과학적 이론을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윈의 진화론이 ‘사회다윈주의’라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하며 ‘적자생존’으로 대표되는 부정적 인류사, 가령 백인들의 인종차별과 열강들의 제국주의적 침략 등에 주된 명분으로 이용됐음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이후 다윈주의라는 사상이 출현했고, 이 다윈주의는 모든 영역의 사상과 신념에 급진적이고 광범위한 변화를 일으켰다”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사회이론이 인간과 관련된 영역에서 이 다윈주의적 함의를 매우 적극적으로 이용해 왔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스펜서(Herbert Spencer, 영국의 철학자. 성운(星雲)의 생성에서부터 인간사회의 도덕원리 전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진화의 원리에 따라 조직적으로 서술했다.-편집자 주)와 같은 소위 ‘사회다윈주의자’들의 이론은 다윈주의적 개념을 인간의 사회생활과 역사에 무자비하게 적용했다. 즉, 사회다윈주의자들은 인간사회를 경쟁관계에 있는 개인과 종족간의 전쟁터로 본 것이다.

또한 가장 광범위하게 논의된 형태의 사회다윈주의는 19세기 자본주의 심장부에 위치한 자들이 자유기업제도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다윈의 이론을 이용한 것이었다. 이들은 모든 세대에서 최고의 인간 개체가 선택될 수 있도록 유사한 경쟁이 허용되기만 한다면 사회적 진보는 확보될 것이라고 믿었다.

사회다윈주의자들이 이처럼 과학을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했다는 증거는, ‘적자생존’이라는 단어가 다윈이 아닌 스펜서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제6회 창조론 오픈포럼이 22일 열린 가운데 신학자를 비롯한 목회자와 과학자, 학생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 김진영 기자

이 교수는 또 “진화론이 인종문제에도 적용됐다는 것을 떠올리면, 우리는 사회다윈주의의 또 다른 복잡한 성격에 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19세기 후반의 사상가들은 자연선택이 새로운 형태의 생명을 창조할 수는 없지만, 진보를 향한 여정에서 덜 성공적이었던 산물들이 제거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했다.

인종문제에 적용된 다윈주의는 “백인들이 갈망하던 세계 각 지역의 원주민 집단들을 정복하고 심지어 전멸시키는 것을 정당화”했고, “나치 독일 치하에서 벌어진 공포스러운 일들”에도 작용했으며, “비백인종과 서구사회 하층계급의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열등하다는 가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됐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처럼 과학이 사회적 이데올로기에 이용된 역사를 볼 때 “과학 자체의 성격 및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또한 말했다.

그는 “역사는 현대의 이론들이 지닌 사회적 함의들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그 이론들이 어떤 명칭을 붙이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며 “우리는 특별한 이데올로기가 반드시 특정한 과학이론과 동일시돼야 한다는 단순한 주장을 포함해, 역사가 오용되는 것을 경계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열린 창조론 오픈포럼에서는 ‘진화 중인 인류기원론에 대한 성경적 조망’(김남득 부산대 약대 교수) ‘조나단 에드워즈의 창조론’(박찬호 백석대 교수, 조직신학) ‘UFO 신드롬, 그 영적인 실체’와 ‘외계생명체 탐사와 기독교 세계관’(양승훈 캐나다벤쿠버세계관대학원 원장, 물리학, 신학) ‘지적 설계와 포스트 모던 과학’(조덕영 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 ‘하나님 신(神)과 창조의 새로운 이해’(허정윤, 숭실대기독교학대학원, 신학) 등 흥미로운 주제의 다양한 논문들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