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식품점은 강도의 표적인가
(1986년 2월 3일 한국일보 애틀랜타 지국 보도 미주뉴스)

1986년 1월 23일 오후 2시 애틀랜타 서남부의 웨스트엔드에서 식품점(grocery store)을 경영하던 이용만 씨(55)가 흑인 강도에 의해 피살당하고 함께 일하던 그의 부인(54)이 총상을 입은 사건이 일어났다. 이용만씨를 살해하고 그의 부인에게 총상을 입히고 달아난 범인은 20~30세의 흑인 청년으로 사건 전날에도 다녀갔으며, 사건 당일에 돈을 요구하지 않고 총을 난사하였다고 한다. 이씨의 부인은 복부의 총상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추격하였고, 범인은 상점에서 두 블록 떨어진 마타 정거장을 향해 도주하였다.

애틀랜타 컨스티튜션 신문은 최근 6주 동안 한인 식품점에 강도가 침입한 사건은 30건 이상 있었으나 2건만이 경찰에 보고되었다고 보도하였다. 그리고 한인 식품점 업자들이 영어를 잘 못하여 경찰에 보고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데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왜 한인 식품점들이 유독 강도의 표적이 되고 있는 가? 애틀랜타 경찰 강도담당 과장 W. W. 포웁 씨는 한인업체이기 때문이 아니라 다만 한인 업체 대부분이 흑인 빈민지대임 우범 지대에 위치하기 때문에 강도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았다.

한인 지도자들은 강도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를 다음의 여섯 가지로 지적하였다. 첫째, 한인들이 영어를 잘 못하여 경찰에 보고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둘째, 한인들이 워낙 바쁘게 살기 때문에 법정에서 오래 기다리는 점을 싫어한다. 셋째, 한인들이 통역을 사야하는 경우에 비용 부담을 걱정한다. 넷째, 강도 침입을 받고도 한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벌어들이기 위해 상점을 늦게까지 열어 둔다. 다섯째, 한인 상점주들은 일반적으로 권총 소지를 꺼려한다. 여섯째, 한인 업주들이 방범 대책이나 경찰과의 긴밀한 유대를 추구하지 않는다.

애틀랜타 컨스티튜션 신문은 이용만 씨 피살 사건 이후 애틀랜타 한인회와 한인 식품협회가 연일 모여 방범 대책, 범인 인도 현상금 모금 등을 논의하고 시경찰과의 유대를 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 계속 주시하며 보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