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각을 다투며 바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아버지의 역할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인생의 전반전을 성공과 과업달성을 위해 달려왔다면 후반전을 앞둔 휴식시간 ‘아버지학교’에 참여해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좋은 남편’ ‘자상한 아버지’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우리 주변에 변화된 아버지들이 오늘도 ‘주님 제가 아버지입니다!’를 외치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을 만나 변화된 삶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릴레이 인터뷰 첫 번째로 하인혁 형제를 만났다. 직장이나 교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던지 아버지학교에서는 모든 참가자들을 형제라고 부른다. 하나님 앞에서는 모두가 치유 받고 변화되어야 할 형제라는 의미다. 하인혁 형제는 조지아 2기를 졸업한 ‘올드 타이머’다. 멀리 노스캐롤라이나에 거주하면서, 아버지학교가 열리는 날이면 빠짐없이 참석해 때론 조장으로, 때론 찬양으로 섬기고 있다.

“사실 저는 이런 데서 더 배울 생각은 없었어요(웃음).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장로님이 기회가 되면 아버지학교를 가보라고 해서 조지아에 장보러 내려왔다가 포스터를 보고 신청하게 됐죠.”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왔고 나름대로 좋은 아버지와 남편이라고 자부하던 그를 충격에 빠뜨린 것은 다름아닌 아내의 편지였다. ‘이혼도 생각해 봤다’는 고백성 내용이 하 형제의 머리를 강타한 것이다.

“솔직히 난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닌데… 아내가 이렇게까지 힘들었나 싶더라고요. 아버지학교를 통해 저를 돌아보고 ‘다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제야 비로소 아내의 속내를 알게 된 그는 수료 이후 삶의 우선순위가 ‘일’에서 ‘가족’이 됐다고 한다. 유학시절 하 형제의 우선순위는 ‘공부와 학교’였고, 결혼 이후에도 여전했다. 심지어 ‘교회일’이 우선인 경우도 있었다. 지금도 자칫 아버지학교에서 봉사하다 가족에 대한 배려가 적어질 것을 염려해, 아버지학교가 열리는 주에는 아예 모든 가족이 다 함께 내려와 숙박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할 정도라고. 이것 말고도 아버지학교를 통해 하 형제는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노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의 반응은 어떨까?

“아버지학교를 수료하고 나서 간혹 딸이 그래요. ‘아버지학교 다니는 사람이 그래도 돼?’. 그러면 꼼짝 못하죠(웃음). 그만큼 딸도 아버지학교를 다니면서 아빠가 노력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간혹 실수를 할 때는 ‘아빠도 초보아빠여서 실수를 한다. 너를 이해할 만 하면 커버려서 따라가기 힘들 정도지. 하지만 아빠라는 역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이야기하면 이해해주더라고요.”

아버지학교에 꼭 참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묻자 하인혁 형제는 3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나는 갈 필요가 없는데…’라고 생각한다면 꼭 가야 한다. 나의 기준으로 ‘바람 피는 것도 아니고 술주정하는 것도 아닌데 나 정도는 괜찮아’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덧붙였다. 둘째는 결혼하고 아이가 생겨 아버지가 됐다고 해서 ‘아버지’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집에 피아노가 있다고 다 피아니스트가 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아버지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 더 준비하고 노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다른 아버지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라고. 셋째는 가족들이 좋아한다.

“간혹 예비 아버지들이 오면 정말 감격스러워요. 20대 초반 형제들을 보면 내가 그 나이에 왔으면 더 깊고 높은 결혼생활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들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아버지만 생각했지, 아버지에 대해 책 한 권 보거나 공부해 본적이 없잖아요.”

마지막으로 하인혁 형제는 조지아 아버지학교만의 자랑을 해달라는 요청에 “서로 아껴줍니다”라고 웃었다. 열정과 갈급함, 형재애, 섬김이 이뤄지는 곳이라며 누구나 한번씩 꼭 참석하길 몇 번이고 당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