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만난 영어권 사역자는 실로암교회 빌리 박 목사다. 7세에 이민 와 40대 중반인 그는 자신의 연배에 1.5세들은 수적으로도 적지만, 목사나 선교사 아니면 아예 교회를 나가지 않는 대조적인 두 그룹뿐이며 중간세대가 거의 없는 ‘잃어버린 세대’라고 말했다. 박 목사가 유년과 청소년을 보낸 80년대와 90년대 초반까지 이민교회에는 EM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고, 이들을 위한 시스템이나 사역의 기반이 없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부르심을 받고 헌신한 이들은 영어권 사역의 방향키를 잡은 지도자로 성장해 명확한 답이 없는 EM사역의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A3Mnet(Atlanta Asian American Ministers Network)에서 가장 원로급(?)인 빌리 박 목사는 이를 통해 흩어져있는 영어권 목회자들이 협력하고, 커뮤니티 안에 복음의 증인을 세워나가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9명 정도가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매월 점심식사를 겸한 토의와 포럼이 있다. 그는 A3Mnet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명확한 목적과 비전선언문, 다양한 사역을 만들어 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영어권사역의 가장 큰 어려움을 묻자 박 목사는 ‘성숙한 평신도의 부재’를 꼽았다. 교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줄 30대 이후 평신도 리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실로암교회 영어목회를 전담해온 그는 영어권 사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늘 20대 초반의 젊은이들과 기초석부터 다시 놓아야 하는 어려움이 크지만, 이들까지 잃어버리지 않도록 제자로 세워는 훈련에 힘쓸 것이라는 비전을 내놓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실로암교회 영어권 사역의 현황은 어떤가?
“멤버십은 45명 정도이고, 평균 나이는 24살로 봅니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이 가장 많습니다. 주일 예배는 오전 9시 45분에 드리고 있고, 수요일 제자훈련과 펠로우쉽, 매달 EM 펠리우쉽 이벤트와 기도모임, 아웃리치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민교회에서 영어권 사역은 개척과 동시에 자녀들을 대상으로 시작되지만, 20년이 되었다고 해도 사역자가 평균 5년에 한번씩 바뀌기 때문에 뿌리가 깊은 안정적인 사역이 안됩니다. 실로암교회의 경우 제가 지난해 여름에 부임했고, 영어권 사역은 당연히 있었지만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분위기입니다.”

애틀랜타 지역에서 30명 이상 멤버를 가진 EM사역은 어디가 있나?
“연합교회, 한인교회, 베다니장로교회, 오픈도어쳐치, 애틀랜타새교회, 제일장로교회, 새한장로교회, 조지아공대에 저니쳐치, 세인트 폴 장로교회와 합쳐진 크로스로드교회, 안디옥순복음교회, 실로암교회까지 11개 정도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마 더 많을 것입니다. 가령 슈가로프침례교회나 새생명교회, 늘푸른장로교회 등도 포함될 것입니다. 그 중 가장 큰 곳은 연합교회겠죠.”

영어권 사역을 오래 했는데…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영어권 자체적으로는 30대 이후 성도들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잘 알다시피 영어가 능숙한 1.5세나 2세들은 한인이민교회에서 자라면서 받은 상처와 아픔이 많아서 굳이 한국교회라는 뿌리에 연연하지 않고 편한 곳으로 찾아갑니다. 한어권과는 예배시간 문제가 가장 크겠죠. 지금 교회 목회팀 사이에 어려움은 별로 없습니다.”

30대 이후 성도들을 찾기 어렵다고 했는데, 이들이 한인교회를 빠져나간 Silent Exodus의 원인은 무엇이고 다시 돌아오게 할 방법은 없을까?
“Silent Exodus의 원인은 두 가지로 생각합니다. 먼저는 우리 사회가 점점 세속화된다는 것이고, 그 영향은 매우 리버럴한 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온 젊은 아시안 아메리칸들에게 더 크게 미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교회가 ‘성경적인 복음’을 선포하고 가르치는데 실패했고, 젊은 세대를 제자화하고 성숙시키는 역할을 놓친 것입니다.

이들이 주일마다 어디에 있을지는 글쎄요…그냥 부유(浮游)하고 있지 않을까요? 신앙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교회 저 교회 다니면서 예배를 드리겠지만, 아니라면 그저 집에 머물거나 골프를 치러 가거나 하겠죠.

이들을 다시 한인이민교회로 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셨는데 솔직히 제가 드릴 수 있는 답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그들의 삶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를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문을 여시길 기도할 뿐입니다. 누군가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말씀을 전하고 사랑한다면,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여실 것입니다. 다만 너무 늦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영어권 사역을 위해 한어권에 가장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어권의 기도와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영어권을 단순히 ‘어린이’로 대하지 마시고, 우리가 지닌 비전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영어권 멤버들이 가끔 어린이처럼 행동하더라도요…(웃음). 그 비전은 영어권 멤버들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교회로 성숙해갈 수 있도록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것들입니다.”

영어권과 한어권의 건강한 교회 모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건강한 교회모델은 개 교회의 상황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한어권의 담임목사가 얼마나 영어권을 고려해주고 밀어주냐에 차이겠죠.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상황이란 서로가 영적이 연합과 성숙한 존경심을 갖고 대하는 것입니다. 이 기본을 잃어버리면, 겉은 그럴싸해도 건강한 모델은 없습니다.

사랑의교회는 1.5세 담임목사가 한어권까지 이끌고 있는 경우로, 버지니아 오픈도어쳐치는 1.5세 목사 둘이 훌륭하게 동역하는 영어권 교회로 흔하지 않은 건강한 모델입니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지도자가 있어도 교회의 상황이 따라주지 않으면, 위와 같은 모델이 나오기는 힘듭니다. 제 의견으로는 ‘Church Planting Model’이 가장 적당합니다. 일단 영어권 사역이 시작되면, 영어권 상황과 형편에 맞게, 한어권의 지원과 협력에 따라 협력관계냐, 독립모델이냐, 다민족을 대상하는 하는 교회냐 등으로 다르게 성장해가는 것입니다. 실로암교회는 시작단계입니다. 한 지붕아래 건강한 두 교회의 모델을 만들고 나서 어떻게 나아갈지 그때 상황에 맞게 정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목회비전은 무엇인가?
“저의 비전은 하나님의 말씀을 신실하게 전해서 사람들이 예수님의 제자로 세워지도록 돕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진리와 복음의 가르침을 사랑하며 복음을 듣지 못한 이들에게 다가가 사랑하는 자들로 세워지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삶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와 믿음의 증거가 나타나는 교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빌리 박 목사는 의미 깊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사실 저는 이민교회의 미래는 2세가 아니라 1.5세라고 생각합니다. 2세들은 본인들 스스로를 코리안-어메리칸교회에 소속시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1.5세의 40대, 30대, 20대들은 교회 안에서 리더십으로 사역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적어도 앞으로 20년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