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마지막 주일 2008년 12월 28일에 워싱톤디시 북서쪽 매사추셋트가 2025번지의 자그마한 교회에서 70여명의 성도가 모인 가운데 마지막 예배가 있었습니다. 60여 년 전에 설립되어 교회사역을 해 왔던 건물이 팔리게 되었고 그 교회를 세웠던 설립자 고돈 코스비 목사(Gordon Cosby)가 91세의 노령으로 은퇴하는 마지막 설교를 한 날입니다.

코스비 목사를 이을 후계자가 누구인지, 교회건물을 어디로 옮겨야 할지, 불확실한 것이 앞을 가리고 있는 교회이지만 이 교회는 기독인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교회입니다. 이 교회가 두 가지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교회사역의 내용이고 둘은 교회의 규모입니다.

고돈 코스비 목사는 1940년대 초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서 남침례교의 배경을 갖고 15살부터 설교를 시작하여 신학교졸업 후 2차 대전 당시 유럽에서 군목으로 복무하는 동안 목회의 새로운 비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교파와 인종은 인위적인 형상이고 사람은 누구나 전쟁에서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이웃을 위하여 목숨을 내어 줄줄 알고, 신앙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절박한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 비전입니다.

그는 부인인 메리와 함께 이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비범한 교회구조를 두 가지 측면에서 고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교인은 누구나 기독교에 관한 매일기도와 묵상과 공부를 하는 ‘내적 여정’을 다져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정의사역이라는 ‘외적 여정’을 동시에 감행하는 헌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첫째 측면입니다. 둘째 측면은 이러한 사역을 위하여 참여하는 신앙인들이 창조적이고, 상호 친밀하고, 책임감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모임이 큰 조직이 아니고 작은 규모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1947년 워싱톤디시에 정식으로 조직되어 등록된 교회가 ‘구세주교회’ (Church of the Saviour)입니다.

구세주교회는 각양각종의 사회정의실천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데 예를 들어 보면 작년 일년 동안 한 프로그램에서 800개 이상의 일자리를 구해주었고, 다른 한 프로그램에서는 325개의 거주할 집을 마련해 준 것입니다. 일반인을 위한 보건서비스, 무주택자를 위한 의료서비스, 에이즈보유 여성을 위한 서비스 등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구세주교회의 특징은 이러한 각양각종의 많은 프로그램사역을 시행하기 위해서 교회의 조직구조를 크게 확장해 나가지 않고 ‘작은 신앙공동체’로 분산해 나가 지금은 10개의 작은 신앙공동체로 구성된 ‘우산조직’ (Umbrella Organization)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작은 신앙공동체는 각자 독립적으로 조직등록되어 있고, 그 밑에 따로 조직등록된 ‘작은 사역그룹’이 그 사역의 비전에 따라 사회정의실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교회의 사회정의실천사역은 워싱톤디씨에 폭동이 일어난 이후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크게 확장되었고, 특히 콜럼비아가의 커피집인 포터하우스라든지, 이 교회의 구조와 철학을 배우기 위하여 전국에서 신앙지도자들이 몰려왔던 저맨타운의 웰스프링 리트릿트라든지, 많은 활동이 왕성하게 벌어졌습니다. 이 교회를 소개하는 책도 인기를 끌었으며,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구세주교회를 크게 보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교회를 통하여 현재 유능한 기독교지도자들이 배출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개혁교단의 현 사무총장, 기독운동인펠로우쉽의 창시자, 그리고 많은 국가적인 종교지도자들이 이 교회의 멤버이고 출신입니다. 얼마 전에 진보적 복음주의의 지도자격인 짐 왈리스는 구세주교회야 말로 “내가 아는 어떠한 교회보다도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영향을 미쳐 온 교회”라고 극찬할 정도로 미국기독교회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교회이었습니다.

그렇게 전국적으로 영향력을 끼치었던 교회가 이사가야 할 곳이 마땅치 않고 창시자의 후계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두 가지의 불확실성안에 현재 놓이게 되었다는 것은 ‘사회구원을 실천하는 작은 교회’라는 교회사역과 교회구조에 대하여 무관심하고 우습게 보는 일반사회와 더 나아가 기독교계자체의 자세와 풍조를 의미하는 것 같아 걱정보다 두려움이 앞섭니다.

교회라고 하는 것이 개인구원을 강조하는 대형교회이든 사회구원을 중요시하는 소형 교회이든 예수님이 친히 세우고자 하셨던 반석 위에 새워진 교회, 즉 예수그리스도 또는 베드로의 신앙 고백 위에 세워진 구원 있는, 더 나아가 사랑이 있는 교회라고 한다면 되는 것이겠지만 후자교회에 대한 관심과 영향이 사라져 간다고 하는 것은 기독교회 전반에 대한 경고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교회의 구원이 개인구원 대 사회구원으로 양극화되어 가는 것이 아닌지? 교회의 구조가 제도화 대 분산화로 갈라지는 것이 아닌지? 하는 심각한 질문을 품게 해 줍니다. 사역과 구조에 있어서 두 가지 측면을 함께 어우를 수 있는 교회, 즉 고돈 코스비 목사가 마지막 행한 설교의 제목인 ‘저 넘어’ (The Beyond)가 암시하는 바와 같이 보이는 것을 뛰어 넘는 세계를 향한 교회를 바라보게 됩니다.

/백 순 미노동성 선임경제학자, 글로발소사이어티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