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데로 임하소서’, ‘당신들의 천국’ 등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작품을 다수 남긴 소설가 이청준 씨가 31일 새벽(현지시간) 소천했다.

이 씨는 지난해 폐암 선고를 받고 항암치료를 받으며 투병해 왔으나 최근 병세가 악화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약물 치료를 받아왔으나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했다.

한국의 대표적 작가로서 영화화되기도 했던 ‘서편제’, ‘이어도’, ‘천년학’, ‘축제’, ‘선학동 나그네’ 등 한국적인 작품들을 쓴 이청준 씨는 특히 1백쇄를 돌파한 ‘낮은 데로 임하소서(홍성사)’로 기독교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홍성사가 자랑하는 대표적 시리즈인 ‘믿음의 글들’ 첫 테이프를 끊었던 이 책은 실존 인물인 새빛맹인교회 안요한 목사의 이야기를 소설로 만든 것이다. 이청준 씨는 안 목사의 삶을 들었던 당시의 감격에 대해 “나는 지금도 저 1980년 안 목사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격을 잊지 못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그의 어둡고 고난스런 삶 속에 누구보다 맑은 영혼의 빛과 믿음의 향기가 가득함을 보았을 때의 깊은 감동과 기쁨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아름다운 삶의 빛과 향기를 우리 ‘세상의 빛’으로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한 편의 글을 썼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소설은 기독교 문학에 속했지만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읽혔다. 홍성사에 따르면 이 씨는 1백쇄를 돌파한 이 책의 인세를 한 푼도 받지 않았으며, 홍성사는 이 씨의 뜻에 따라 이 씨 몫의 인세를 새빛맹인교회에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다.

이 씨는 이외에도 지난해 기독교 비하 논란과 함께 숱한 기독교적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영화 <밀양>의 바탕이 된 소설 ‘벌레이야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씨는 지난 1939년 전남 장흥군에서 출생, 서울대 문리대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1965년 <사상계> 신인상에 ‘퇴원’으로 당선돼 등단했다. 1968년 ‘병신과 머저리’로 제12회 동인문학상을, 1978년 ‘잔인한 도시’로 제2회 이상문학상을, 1986년 ‘비화밀교’로 대한민국문학상을, 1990년 ‘자유의 문’으로 이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