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높을수록 골도 깊다. 골이 깊은 곳이 산도 높고 산세도 수려하다. 신앙에 있어서도 그렇다. 미지근한 모태신앙 소유자보다는 느즈막한 나이에 예수님을 만나고 회심한 사람들의 신앙이 뜨겁다. 절대자를 떠나 혼자 살았던 것이 죄송하고, 이전의 삶이 어떠했든 이런 나를 받아주고 함께 하고 있는 하나님의 사랑이 더 진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부터 크리스천을 골라 불교로 전도한 사람이 있었다. '동정녀가 어떻게 아기를 낳느냐', '왜 꼭 예수님을 믿어야 천국 가느냐'하는 질문을 퍼붓고 대답하지 못하면 전도하는 식이었다. 기독 학생회를 방해하는 일은 기본이었다. 유학생 시절에는 뛰어난 낚시 솜씨로 주일마다 학생들을 모아 교회 대신 낚시터로 몰고갔다. 하나님 대신 자신을 따라 낚시가는 동료들을 보며 '하나님 믿는거 맞아', '저것도 신앙이라고'하고 비웃기를 밥먹듯 했다. 오죽하면 '박동서'라는 이름 대신 '박마귀'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를 낚시꾼 대신 사람 낚는 어부로 바꾸셨다.

1984년 부활절 즈음, 그가 있는 오레곤 유진으로 이용복 집사가 간증하러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만 주룩주룩 내리는 봄날 '한국의 레이 찰스'라고 불리던 그가 온다는 소식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이용복 집사의 현란한 기타 연주와 노래를 듣고 싶었던 그는 첫날 몰래 교회 뒷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공연 중간에 도망치듯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못을 박는 자신의 모습이 환상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집으로 돌아온 그는 잠을 이룰 수 없어 밤새 부인을 붙잡고 자신의 죄를 회개했다. 이튿날에는 집회 맨 앞자리에 앉아서 예수를 영접했다.

새크라멘토방주선교교회 박동서 목사는 가정교회를 통한 전도방식으로 교회 부흥을 이루고 있다. 가정교회를 통한 전도는, 불신자를 전도해 매주 전도한 가정에서 모임을 갖는 것이다. '전도'에 초점을 맞추고 섬겨 교회로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양적 성장이 느려 보여도 크리스천으로서 삶이 변하지 않으면 불신자를 전도할 수 없기 때문에 효과는 엄청나다. 실제로 개척 5년만에 1백명을 전도했다. '타교회 교인은 절대 받지 않는다'는 엄격한 원칙 아래 있기 때문에 1백명 모두 '새신자'다. 지금 이렇게 사역하기까지 그는 불교 신자에서 크리스천이 되었을 때, 그리고 평신도에서 목사가 되었을 때, 두 번 하나님 앞에 무릎 꿇어야 했다.

부처님께 치성기도를 드려 태어난 독자가 박동서 목사였다. 불교에 심취해있던 집안 분위기를 이어받아 불교라면 앞장섰다. 방학이면 명산대처를 찾아가 참선하고, 고승으로부터 수행받았다. 성철 스님의 애제자가 되어 '영운 거사'라는 불명도 받았고 유학을 결정했을 때는 '미주 학생 포교사'로 임명받기도 했다. 하지만 사도 바울처럼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앞에 고꾸라졌고 그 누구보다도 뜨겁게 평신도로 사역했다.

돈 잘 벌고 헌신 열심히 하던 평신도로서 잘나가던 그에게 하나님께서 원하신 것은 '목회의 길'이었다. 계속 되는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신학도가 되기를 거부하던 그에게 하나님은 다시 역사하셨다.

"제가 계속 피해가니까 제 부인을 치시더라고요. 자궁 외 임신이 잘못 되어서 체내 2/3의 피가 횡경막 안에 쌓였어요. 병원에 실려갔는데 포기하는게 빠를꺼라고 하더군요. 병원 바닥이 엎드려 눈물 콧물 다 쏟으며 기도했습니다. 살려만 주시면 뭐든 다 하겠다고요."

부인은 기적같이 치료 받아 살아났다. 그는 신학생이 됐고 부인은 생계를 위해 링겔 바늘을 뽑은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세탁소 점원으로 일해야 했다.

"이민 생활을 처음부터 시작하게 훈련시킨 것이죠. 고생을 모르고 믿음만 좋으면 바리새인이 되더라고요. 하나님께 엎드리지 않으면 한 순간도 살 수 없을만큼 철저하게 훈련시키셨습니다. 자존심 다 버리고 인내하는 법을 배웠죠. 사람으로 만들어주셨어요."

전도사, 부목사를 거쳐 카작스탄 선교사로 2년 헌신했다. 돌아와서는 새크라멘토방주선교교회에서 청빙 받아 담임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불교 신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는 "'불교는 우상숭배'라고 말하기 보다 불교에는 없는 '부활의 능력'을 전하라"고 조언했다.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귀를 닫게 할 뿐, 접촉점을 찾아 그 문을 두드리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불경 84000권의 진리가 1권의 성경 안에 다 들어있습니다.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불경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진리죠. 하지만 불교는 3%가 부족합니다. 세상의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 구원 받는 법, 부활이 없죠."

기독교는 직선의 종교다. 시작과 끝, 즉 심판이 있고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하지만 불교는 시작과 끝이 없다. 원을 그리며 영원히 돌고 돈다고 생을 설명한다. 또한 그리스도가 없기 때문에, 선행으로 죄를 갚는다고 설명한다. 그 설명이 위로가 되긴 하지만 사람에게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박 목사는 지난 1-3일 시애틀지구촌교회에서 열린 부흥회를 이끌면서 자신의 간증과 불교 신자 전도에 대한 조언 등을 전했다. 그는 "우리가 먼저 구원받은 데에는 우리를 통해 수많은 영혼을 구원코자 하신 하나님의 뜻이 있다"며 "한 사람이 수백만을 전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