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쉬운 것이 아닙니다. 풋사랑이 아니라, 참된 아니 적어도 어느 정도의 진정함이 있는 사랑이라면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사랑은 그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 자신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눈높이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그렇게 하라고 요구되지는 않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박물관에서 한 중년의 남자가 전시품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노트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었습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이 남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 남자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얼마 후에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에 오게 되는데, 아이들의 눈높이에서는 박물관에 전시된 물품들이 어떻게 보이는가를 알기위해서 무릎을 꿇고 보고 있노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교사로 어린 학생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사랑입니다.

사람이 서로 사랑을 하면 무엇이 맞아야 합니까? 성격입니까? 자라난 배경입니까? 배우고 익힌 지식입니까? 앞으로 열어나갈 미래에 대한 비전입니까? 무엇이 사랑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까? 바로 “눈높이”입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어도 눈높이가 맞지 않으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물론 “짝사랑”도 있습니다. 눈높이를 맞출 필요도 없고, 그저 혼자서 고민하며 즐거워 하기만해도 되는 짝사랑은 현실적인 사랑은 아닙니다. 우리의 삶에서 보여지고 만져지고 느껴지고 끼고 살아가게 되는 “사랑”은 바로 “눈높이”의 문제입니다.

저희 집에 막내가 참 사랑스럽습니다. 물론 저희가 낳은 아이니까 제 눈에 그렇겠지요. 저는 이 아이 앞에서 자주 무릎을 꿇습니다. 제가 무엇이 부족하여 이 어린 아이 앞에서 무릎을 꿇겠습니까? 바로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신발을 신겨주려면 그 아이의 발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매우 힘듭니다. 그 아이의 발보다 높은 위치에서 신발을 신겨주려면 머리로 피가 몰려 터질 것만 같아집니다. 그 아이 발 아래 무릎을 꿇어도 억울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눈높이를 맞춰 신발을 신겨주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눈높이를 맞추어서 사랑하셨습니다. 즉 우리의 수준에 맞추어 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수준으로 올라가서 사랑하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에게로 오셨습니다. 우리와 눈높이를 맞추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늘의 사랑을 이 땅에서 우리 가운데 이루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우리에 대한 사랑은 “눈높이를 맞추시는 사랑”입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려면, 자기 자신으로부터 버려야 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내가 먼저 버리지 못하면 결코 눈높이 사랑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기를 비우시는 것”이고, “사람들과 같이 되시는 것”입니다. 눈높이의 사랑입니다.

성탄의 계절입니다. 우리의 구원자되시는 예수님이 우리들의 주님으로 탄생하심을 즐거워하고 다시 우리 삶의 중심에 새기는 계절입니다. 만약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하시면서, 하나님의 자리까지 우리에게고 찾아오라고 하셨다면, 우리는 지금도 어느 산 속에 들어가 앉아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니면 그 하나님이 너무 두려워서 감히 얼굴도 들지 못하고 피하여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결코 성탄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하나님은 우리의 수준에 맞추어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하나님의 수준에서 우리와 함께 사랑을 나누어 보자고 하시는 것이아닙니다. 하나님의 우리에 대한 사랑은 우리와 “눈높이를 맞추시는 사랑”입니다.

이 점에서 우리가 믿는 기독교는세상의 다른 모든 종교와는 구별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낮아지셔서 우리 죄인들과 같이 되신다는 진리는 세상 어디에서도 발견되거나 이해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진리입니다.

즐거운 성탄입니다. 누구에게나 복된 계절입니다. 캐롤과 선물로 흥겨운 때입니다. 그러나 더욱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은 바로 이 성탄은 우리가 이해하고 붙잡아 느끼고 감격하고 즐거워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그 아들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오셨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하나님의 마음과 우리의 마음이, 하나님의 눈과 우리의 눈이 만나 불꽃이 번쩍이며 튀는 성탄절입니다. 모든 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넘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