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문제로 인한 세계 성공회와 미국 성공회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성공회 본부로부터 동성애 주교 임명과 동성 결합 축복을 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요구 받았던 미 성공회가 이를 거부, 논란이 번지고 있다. 미 성공회는 2003년 동성애자인 진 로빈슨을 뉴 햄프셔 교구 주교로 임명하면서부터 동성애에 대한 개방적인 입장으로 보수 성향의 주교들로부터 비판을 받아 왔다.

수년간의 갈등 끝에 성공회 본부는 지난달 30일까지 동성애자 주교 임명과 동성 결합 축복에 대한 미 성공회의 입장을 정리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미 성공회는 지난달 20일부터 열린 주교회의에서 동성애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해 결과를 성공회 본부에 보고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미 성공회는 지난달 30일에 조금 앞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동성애 주교 임명 및 동성 결합 축복을 삼가는 것을 고려해 보겠다”고만 전해 사실상 동성애 관련 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 성명서에는 “동성애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취해 줄 것”을 주교들에게 요청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대해 보수적인 성공회 주교들은 “이들은 회개 대신 오히려 우리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또 “미 성공회가 전통적인 성공회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길을 가기 원하는 것 같다”고 유감을 표하고 있다.

현재 세계 성공회의 절반이 넘는 보수 성향의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지역의 주교들은 동성애에 개방적인 미 성공회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미 성공회 내부에서도 동성애에 반대하는 주교들의 탈퇴가 잇따르고 있다.

한편 미 성공회가 동성애자 주교 임명과 동성 결혼을 계속해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성공회로부터 축출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