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ormation-Application=Information
Information+Application=Transformation

누가 교수 아니랄까 봐 바로 공식이 나온다. 성경해석학 수업 시간에 자주 사용하는 공식이라고 한다. 번역해 보면, ‘정보 빼기 적용은 정보,’ ‘정보 더하기 적용은 변화’란 말이다. 성경 속 지식을 공부하되 삶에 적용하지 못하면 그냥 지식으로 남지만, 이 지식을 잘 적용하면 인생이 변화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진리만큼이나 진리의 적용이 중요하다 볼 수 있겠다. 삶에 적용을 못한 성경의 모든 말씀은 그냥 무거운 책 한 권일 뿐이지만, 단 한 구절의 말씀이라도 자기 인생에 적용한 사람은 자기 인생뿐 아니라 세계 역사까지 뒤집어 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았던가?

20년 이상 신학교에서 가르쳐 온 교수에게 “당신에게 성경 지식이 어느 정도 있냐”고 묻는다면, 꽤나 당돌한 질문일 것이다. 양건훤 교수는 1975년 이민 와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후 소명을 받았다. 현재는 게이트웨이신학교로 이름이 바뀐, 당시의 골든게이트신학교에 입학해서 목회학 석사를 거쳐 구약학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지금까지 모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게이트웨이신학교 양건훤 교수
(Photo : 기독일보) 게이트웨이신학교 양건훤 교수

이쯤 되면 자기 자랑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 뜬금없이 과거에 2년 반 동안 심리 상담을 받은 이야기를 꺼낸다. 풀타임 교수를 하면서 교회 개척 사역에 동참했다가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담임목회까지 하게 됐다. 자신은 교수이니 교회로부터 사례비를 받지 않고 모두 부목사들에게 주기로 했다. 다들 그의 헌신에 존경을 보였지만 정작 자신의 속은 썩어가고 있었다.

불평과 원망, 좌절, 육체적 한계에 곧 부딪혔고 “한 6개월만 심리 상담을 받아야겠다”던 것이 2년 이상 계속됐다. 그러면서 자기 안에 있던 ‘척’의 함정을 발견했다. 유식한 척, 헌신적인 척, 잘난 척, 겸손한 척하느라 영적으로, 육적으로 탈진했다. 겉으론 경건하고 헌신적인 신학자요 교수요 목사였지만 과거의 상처 속에서 허덕이며 누군가로부터의 인정과 존중에 갈급했다.

“거짓으로 과장된 모습이 진짜 제 모습인 줄 저도 속았던 거죠. 상담을 통해 자아경멸, 자기혐오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던 제 모습을 봤습니다. 작은 실수에도 자책하며 저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습니다.”

‘남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두려워하며 살아온 그의 인생 이야기에 동일한 아픔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특히 이민자라면, 특히 1.5세라면 더욱 고개를 끄덕일 터.

그런데 그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하나님의 말씀이 자기 한계를 시인한 그 시점부터 ‘삶에 적용’되기 시작하더니 그를 일으켜 세웠다. 문제를 발견한 것은 상담 덕분이지만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은 ‘살아있는 말씀’이었다. 사람의 존경이나 칭찬이 아닌 하나님의 사랑 앞에 서자 ‘척’할 필요가 없고 자유함이 느껴졌다.

“하나님의 말씀이 삶의 순간마다 신뢰 되고 행동으로 옮겨짐이 반복되면서 진리가 체험되고, 과거의 상처나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를 경험했습니다.”

그는 중세 수도사들이 말씀을 읽던 방법을 제안했다. 먼저 무조건 읽는다. 진리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진리와의 씨름이 시작된다. 양 교수는 이를 “말씀의 진리와 내가 처한 현실적 안타까움 간의 정면 충돌”이라고 표현했다. 마지막은 그 씨름의 결과물을 놓고 기도하며 내 자신을 쉬게 하는 것이다. “나는 못하니 주님께 맡긴다”는 항복 선언이다.

“요즘 설교 잘하는 목사는 참 많습니다. 그러나 성도들은 설교 잘하는 목사보다 말씀을 살아내는 목사를 더 존중하며 따릅니다. 리더는 진리와 현실의 만남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진리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기꺼이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아픈 기억을 꺼내어 놓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에겐 사명이기도 하다. “신앙은 차세대에 자동적으로 전수되지 않아요. 각 세대가 스스로 진리를 좇는 자가 되길 선택해야 합니다. 저는 제 인생 이야기가 신앙의 후배들을 돕는 오픈북이 되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