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명의 기독교인들이 성탄을 기념하기 위해 베들레헴에 모였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이곳에는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많은 기독교인들의 축제와 공연 등이 가득했다.
크리스채너티데일리는 "크리스마스트리 장식과 축제 복장을 갖춘 사람들, 그리고 캐럴들이 거리에 넘치고, 스카우트 대원들이 등에 파이프를 메고 드럼을 치며 연주를 했다"면서 "그러나 성탄절이 매우 복된 날임에도 불구하고, 슬픔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슬픔'의 이유는 올 한 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이슬람국가(IS)의 소수종교 박해가 어느 때보다 심했기 때문이다. 중동에 살고 있는 수천 명의 기독교인들과 다른 소수종교인들은 박해를 피해 고향을 강제로 떠나야 했으며, 가자지구는 여전히 폐허로 남아 있고, 수천의 가정들이 보금자리를 잃은 상태다.
팔레스타인에 위치해 있는 베들레헴 역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피할 수 없었다. 약 10년 전 이스라엘 정부는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을 분리하기 위한 시멘트 벽을 설치했다. 이는 자살폭탄테러 공격에서 예루살렘을 보호하려는 명목이었다.
이 벽은 그러나 양측에 정서적으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 지역의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번 성탄절을 맞아 베들레헴에 널리 퍼진 메시지는 바로 정의에 대한 것이었다. 2000년 전 예수가 탄생한 곳으로 알려진 예수탄생교회(Church of the Nativity) 바로 옆에는 "내가 크리스마스에 바라는 정의 뿐이다"라고 영어와 아랍어로 크게 적힌 배너가 걸려 있다.
예루살렘의 포드 트왈(Fouad Twal) 라틴 총대주교는 메인저광장(Manger Square) 모인 수많은 신자들 앞에서 "내년에는 이 같은 장벽이 사라지고 대신 평화의 장벽이 세워지길 희망한다"면서 "평화는 정의에서 나오며, 이 희망이 곧 성취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교황 프란치스코 역시 이들을 위로하는 성탄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25일 정오 성베드로대성당에서 "그리스도의 능력이 전쟁, 박해, 노예제도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면서 특히 "주님께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너무 오랜 기간 분쟁으로 고통받는 형제·자매들을 비롯해 잔혹한 박해를 받는 이들을 굽어 살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