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청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청

교황 프란치스코가 동물들도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보수적인 가톨릭에서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강조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탈리아 소식통에 의하면, 교황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일반 순례객들이 알현하는 자리에서 "전 우주가 새로워지고 악과 죽음의 모든 흔적들에서 완전히 해방될 것이라는 점에서, 성경은 새로운 천국과 이 세상의 이미지를 사용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이후, 이미 사실상 존재하는 변화와 성취로서 우리 앞에 놓인 것들은 새로운 피조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우주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의 소멸이 아니며, 오히려 모든 것들에게 충만한 존재감과 진실, 아름다움을 가져다 준다"고 덧붙였다.

교황의 이 발언에 대해 현지 언론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27일자 교황청 전문기자의 기사를 통해 "구원과 종말론적 팔복에 대한 소망을 동물과 모든 피조물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주일 미사에서도 교황은 자신의 강아지를 잃어버린 한 소년을 위로하며, "천국에서 강아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어느 날 우리는 그리스도의 영원성 안에서 우리의 동물들도 다시 볼 것이다. 천국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피조물들에게 열려 있다"고 했다.

그러나 가톨릭 신학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같은 언급을 교리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예수회 소속 사제인 제임스 마틴(James Martin) 목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나님의 사랑과 그리스도는 모든 피조물들을 구속한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다. 교황은 천국이 모든 피조물들에게 열려 있다고 말했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동물이 영혼을 가졌는지 여부는 오랜 기간 가톨릭교회 내의 논란거리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는 고양이 애호가로 유명했지만, 2008년 한 강론을 통해 "영성을 부여받지 못한 다른 피조물들에게 죽음은 단지 지구상에서의 존재의 끝을 의미한다"고 말했었다.

반면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은 이 같은 교황의 발언을 환영하고 나섰다. 미국에서 가장 큰 동물보호단체인 미국휴메인협회(Humane Society of the United States) 소속 크리스틴 쿠틀벤(Christine Gutleben)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교황이 모든 동물들이 천국으로 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면, 이는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동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심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동물들에게도 지각이 있다는 사실과, 이들도 하나님 앞에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