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인구 45억 명이 거주하는 곳, 그러면서도 복음화율은 5%도 채 안 되는 곳, 바로 아시아다. 아시아를 보다 효과적으로 선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국에서 가장 왕성히 활동 중인 선교학자 노봉린 박사가 동서선교연구개발원이 21일, 22일 개최한 가을 세미나에서 이에 대해 강의했다.

노봉린 박사가 동서선교연구개발원 세미나에서 강의하고 있다.
(Photo : 기독일보) 노봉린 박사가 동서선교연구개발원 세미나에서 강의하고 있다.

먼저 노 박사는 사도 바울의 에베소 선교에 관해 소개하며 이를 아시아 지역 선교에 적용하고자 했다. 1세기의 에베소와 현대의 아시아는 닮은 점이 많다.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으며, 매우 종교적이다. 그러나 종교적임에도 불구하고 부패와 부도덕이 매우 심각하다. 그리고 어느 지역보다 박해가 심각하기도 하다. 사도행전 19장은 에베소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 도시가 얼마나 종교성이 강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아시아의 대다수 국가들은 이슬람, 내지는 불교가 전체 인구의 9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종교적이다. 또 사도행전 19장에서 바울이 에베소에서 당했던 박해처럼 아시아에서도 복음에 대한 박해가 심하다. 중국처럼 국가가 종교를 제한하는 나라도 있고 중동의 국가들처럼 복음을 전하다 발각되면 추방 내지는 극심한 형벌을 받는 나라가 대다수다. 북한이나 이란, 소말리아처럼 기독교를 믿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곳도 많다. 또 에베소서 4장 19절에 나온 것처럼 아시아의 다수 국가들이 부패와 부도덕 현상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선교적 변화는 크게 3가지다. 먼저는 일부 극단적 이슬람 국가를 제외하고는 교회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국으로, 한국은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성장을 이루었다. 노 박사는 1978년 CCC의 故 김준곤 목사가 쓴 “Six Churches Everyday: Korean Church Growth”란 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상황화(Contextualization)에서 세계화(Globalization)로 선교적 방향이 변화하고 있단 점, 세 번째는 미디어의 발전이다. 19세기 후반만 해도 ‘해당 국가의 전통과 문화를 어떻게 복음과 연결시킬 것인가’라는 토착화(Indigenization) 문제가 선교의 이슈였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WCC가 해당 국가의 정치, 사회 상황을 선교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며 상황화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고 남미의 해방신학, 한국의 민중신학과 같은 상황화 신학들이 탄생했다. 그러나 요즘 아시아 선교에서는 토착화나 상황화에 대한 고민보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세계화된 현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 중시될 수 밖에 없다.

노봉린 박사가 동서선교연구개발원 세미나에서 강의하고 있다.
(Photo : 기독일보) 이 세미나에는 아시아 선교에 관심이 있는 한인을 포함해 다양한 민족들이 참석했다.

이제 아시아 선교가 긴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가? 노 박사는 그 나라 국민이 그 나라를 복음화 시키는 것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는 “서구권 백인 선교사들은 ‘우리가 전세계를 복음화 한다’, ‘우리가 그 나라를 복음화 한다’고 하지만 전체 인구 중 극소수에 해당하는 외국인이 정말 한 민족을 복음화 할 수 있나? 나도 선교사를 해 보니 선교사는 그 나라에 왔다가 언제든지 떠나는 사람이더라. 그 나라에 사는 그 국민, 그 민족이 그 나라를 복음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 40여 명의 학생들 앞에서 영어로 강의하던 그는 이 대목에서 갑자기 한국어로 “민족복음화 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한국이 세계 역사상 유례 없는 교회 성장을 이룬 것은 선교사들의 수고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우리 민족을 복음화 하겠다는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선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교사 중심이 아닌 그 민족 중심의 민족복음화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 나아가 이를 위해서는 그 민족의 리더를 가르쳐내는 신학 교육이 중요하다. 이 교육은 서구 신학자들에 의존한 서구 신학이 아니라 아시안들이 아시안들을 가르쳐 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노 박사는 거듭 강조했다.

또 하나는 선교사의 재배치다. 특정 국가, 특정 지역에만 편중돼 있는 선교사들이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곳으로 다시 배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 박사는 선교지에서 교회가 복음을 전하는 일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의 균형도 강조했으며 중국교회가 선교사를 파송하도록 동원해야 한다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노봉린 박사는 OMF선교사로 아시아에서 30여 년 간 사역했으며 한국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하와이국제신학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아세아신학협의회(Asia Theological Association)의 총무, 세계복음연맹의 신학분과 총무 등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콜롬비아국제대학교, 휘튼대학교, 커버넌트신학교, 컨콜디아신학교 등에서 공부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서는 노 박사 외에 풀러신학교의 선교학장인 스캇 선키스트 박사도 강의를 전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동서선교연구개발원(East West Center For Missions Research & Development)은 풀러신학교 선교학 교수인 박기호 박사를 중심으로 선교 포럼과 세미나, 선교사 돌봄 및 출판 등 다양한 사역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