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성 총장이 성결포럼에서 본회퍼와 동아시아의 평화 문제를 놓고 발제하고 있다.
(Photo : 기독일보) 유석성 총장이 성결포럼에서 본회퍼와 동아시아의 평화 문제를 놓고 발제하고 있다.

동아시아 평화 문제에 디트리히 본회퍼의 사상은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제29차 성결포럼에서 유석성 총장(서울신대)은 본회퍼의 평화 사상이 무엇인지 고찰한 후 그 사상이 동아시아 평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발표했다. 유 총장은 서울신대를 졸업하고 독일 튀빙엔대학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기독교 윤리학자로, 사회 정의나 평화 문제를 비롯해 본회퍼과 관련된 다수의 책을 저술했다.

유 총장은 10월 13일 미성대학교에서 열린 성결포럼에서 “본회퍼의 평화사상과 동아시아의 평화”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유 총장에 따르면, 본회퍼는 기독교 평화운동의 선구자다. 유 총장은 본회퍼로부터 기독교의 평화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해 들어갔다. 본회퍼의 평화주의의 핵심은 보복금지, 비폭력, 원수사랑 등으로 이런 요소는 예수의 산상수훈에 기초하고 있다. 그의 평화사상은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평화와는 조금 다른, 아니 반대되는 개념에 가깝다. 세속적 평화주의는 정치적 계약, 제도, 군비확장 등의 수단을 사용한다. 즉, 전쟁이나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본회퍼에게 이것은 평화가 아닌 안보다. 이 안보는 상호 간에 불신을 초래하면서 자기를 지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평화는 신앙과 순종 안에서 모든 것을 하나님의 계명에 맡기는 것이기에 평화와 안보는 반대 개념에 해당한다.

또 그에게 있어서 평화는 진리와 정의가 실천되는 것이다. 유 총장은 “소극적 개념에서는 전쟁이 없는 상태가 평화이지만. 적극적 개념에서는 정의의 현존이 평화다”라고 주장했다. 본회퍼의 평화사상은 적극적으로 하나님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는 평화를 하나님의 계명이면서 이 땅에 평화의 왕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현존이며, 십자가에 근거한 제자의 길로 해석했다. 또 그리스도께서 타자를 위해 오셨듯, 교회도 타자를 위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서 유 총장은 “1930년대 평화주의를 주장했던 본회퍼가 1940년대에 히틀러 암살 계획을 세운 것은 평화주의를 포기한 것이 아닌 신의 계명에 대한 구체적 실천이었다”고 해석했다. “본회퍼는, 계명은 구체적 실천을 요구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피 흘리는 일을 중지하기 위해서 미친 운전수인 히틀러를 제거해야 한다고 봤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평화사상은 한중일로 구성된 동아시아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현재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문제는 북한 핵문제, 한일 독도 문제, 일본의 역사 왜곡과 신군국주의, 중국의 동북공정 등 다양하다. 유 총장은 동북아가 이러한 평화를 향한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본회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을 크게 5가지로 정리했다.

먼저는 역사적 잘못을 인식하고 참회하는 것이다. 본회퍼가 죄의 인식과 고백을 강조한 것처럼 먼저는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총장은 “일본은 침략과 학살에 대해 반성과 사죄와 참회를 해야 한다. 그들은 역사적 과오에 대해 형식적 사과만 하고 오히려 자기들의 잘못을 은폐, 왜곡, 미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둘째, 세 나라가 전쟁을 반대하고 비폭력적 방법으로 평화를 실천하는 것이다. 유 총장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일본과 한국이 파병하는 문제를 본회퍼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라고 물었다.

셋째, 본회퍼가 평화를 정의의 구현이라 본 것처럼 동북아도 그 지역에 정의를 구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유 총장은 “오늘날 세계가 당면한 테러와 전쟁의 극복 문제는 빈곤의 문제와 사회정의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넷째, 공동체성 회복이다. 본회퍼는 평화를 실천하기 위해 공동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도를 “공동체(교회)로 존재하는 그리스도”라고 보았다. 동아시아 삼국은 평화를 위한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

다섯째, 이미 한중일에 있는 평화사상을 원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유가에서는 덕치(德治), 도가에서는 비전론(非戰論), 묵가에서는 반전론(反戰論), 법가에서는 법치(法治), 한국 불가에서는 원효의 화쟁사상(和諍思想) 등이 있다. 이런 공통분모를 찾아내어 세 나라가 공존하며 상생할 수 있는 국제 질서를 확립하잔 주장이다.

유 총장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는 자국 중심적 국수주의적 민족주의”라고 규정하고 일본의 우경화된 국가주의, 중국의 팽창주의, 북한의 핵을 꼽았다. 유 총장은 “평화를 추구했던 본회퍼로부터 큰 교훈을 받을 수 있다”면서 “본회퍼는 그리스도의 증인으로서 책임있는 기독교인의 삶의 모습과 교회의 참 모습을 가르쳐 주었고 사회참여신학의 선구자로서 정의와 평화와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고 강의를 맺었다.

한편, 2003년 처음 시작된 성결포럼은 지난 12년 동안, 여성 목사 안수, 기독교와 타종교의 대화, 이민교회의 분열과 갈등, 유다복음, 북한선교의 전망, 2040세대 전도, 직장선교와 군선교 등 시기에 맞게 다양한 주제를 뽑아 포럼을 열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