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각) 데이비드 캐머론(David Cameron) 영국 총리가 "영국은 기독교 국가"라고 언급한 데 대해, 영국의 수많은 자유주의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필립 풀맨 작가와 AC 그레잉(AC Graying) 등은 "캐머론 총리는 '영국이 기독교 국가라는 점에 대해 영국인들이 더욱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위화감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인디펜던트(Independent)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조명하면서 "논란의 배후에는 영국이 얼마나 기독교적이냐는 더 광범위한 질문이 놓여 있다"고 전했다. 현재 캐머론 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가 갈리고 있다.
영국 'Nationnal Secular Society' 테리 샌더슨(Terry Sanderson) 회장은 "만약 여러분이 '영국은 기독교 국가'라는 개념을 앞세운다면, 이는 기독교인들은 다른 시민들보다 어딘가 더 뛰어나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고 있고, 이는 한 단체의 신념이 다른 것보다 우선시되는, 위험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오래된 사제는 캐머론 총리의 발언 관련 논란에 대해 "영국이 기독교적인 문화·가치·역사를 기반으로 한 나라임을 무시하는, 견딜 수 없는 세속주의"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슈루즈버리 가톨릭교회 사제이자 우파 경향의 마크 데이비스(Mark Davies) 목사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기독교는 영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으며, 우리의 법적 체계부터 헌법에 이르기까지 국가 정체성을 이루는 대부분의 기초"라면서 "이것을 우리의 기억에서 털어내려는 위험이 있다. 견딜 수 없는 이 세속주의는, 현재 우리의 삶을 이루는 데 있어서 이 같은 기독교의 헌신과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곧 우리의 땅에서 이방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인디펜던트는 "영국과 웨일스에서 열린 로마가톨릭 사제 컨퍼런스에서 강조한 것 같이 '기독교는 더 이상 문화의 종교가 아니라 결단과 헌신의 종교'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의 역할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2011년 인구조사 당시 영국과 웨일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59%가 자신은 기독교인이라고 답했다. 2001년 당시에 그와 같이 응답한 사람은 72%였다. 이미 기독교 인구는 410만 명 가까이 감소했으며, 그 추세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폴란드 혹은 나이지리아와 같이 종교적인 색체가 강한 국가에서 태어난 신자들 120만명이 영국으로 유입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영국의 하원도서관이 2012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신앙이 없는 사람들(무신론자·영지주의자)의 수는 매년 75만명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대로라면, 2030년경에는 기독교 인구를 넘어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