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광장로교회 김경판 담임목사
(Photo : 기독일보) 염광장로교회 김경판 담임목사

뷰포드시 아름답고 고즈넉한 언덕 위에 자리잡은 염광장로교회가 지난 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며 갈급한 심령으로 목자를 기다리다, 12월 마지막 날 부임한 김경판 목사와 함께 회복의 길을 걷고 있다. '목회할 수 있어 이것 하나만으로 행복하고 족하다'고 고백하는 한 사람, 김경판 목사를 만났다.

이민자의 삶과 애환, 그 자리에 서보지 않으면 모른다

부임한지 5개월째 접어든 김경판 목사는 연신 '감사'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강조했다. 풀타임 부목사 사역이 3년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군데에서 담임목사 청빙 제안이 왔지만 마치 '중간에 낚아 채이듯' 염광장로교회로 오게 됐다고 한다. 그는 어떻게 보면 평범하게 살던 자신을 목회자로 부르시고, 미국행 비행기에 타게 된 것도, 이민생활의 밑바닥까지 내려가게 하셨던 것도 모두 바로 이 때를 위함이라고 확신했다.

한국에서 대형교회 교구목사로 사역하다 미국에서 후임 목회자로 청빙제안이 왔고 목자가 필요하다면 가겠다는 생각에 겁 없이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약속과 달리 일이 꼬이고 신분에 어려움이 생길 상황에 처하자 떠밀리듯 공부를 다시 하게 된 곳이 미국 내 대표적인 보수적인 신학교인 리버티신학교다. 그는 공부를 빨리 마치고 목회를 하고 싶어 5학기 만에 석, 박사를 끝내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유학생활이 다 그렇듯 공부하며 학비를 위해 청소일을 했는데, 하루는 설움에 울면서 변기를 닦으며 '하나님 저는 목회를 하고 싶어 왔는데 왜 이런 일을 겪게 하시나요?'라며 물었어요. 그때 '네가 앞으로 섬길 성도들은 이보다 더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라는 음성을 들려 주셨어요. 제 계획대로만 풀렸다면 전혀 알 수 없었던 이민자들의 삶, 그들의 애환과 설움을 다 체험하고 느끼게 해주셨죠. 지금 생각하면 공부는 '보너스'였고 진짜는 이민목회 현장으로 보내시기 위한 준비였습니다. 감사할 뿐이죠."

'신앙'보다 '교육'이 중요했던 가정을 변화시켜 목자로 세우신 하나님

어릴 적 시골에 살던 김경판 목사의 가족은 교회는 다녔지만 신앙보다는 교육이 더 중요한 가정이었다. 4남매를 도외지로 보내 '성공하길' 바랬던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 잘 자라 고려대 서어서문학과에 입학한 그는 학교 전체 8명만 뽑히는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남미 콜롬비아에 오는 기회까지 얻게 된다. 보통 이렇게 미국에 온 유학생들은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밟아 교수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였다.

"공부를 하면서도 '이건 내 길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다 가족들의 갑작스런 교통사고 소식에 귀국했고, 부상이 심한 어머니를 붙들고 온 가족이 간절하게 기도하며 매달리게 됐습니다. 다행히 어머니께서 회복되시고 가족들은 신앙적으로 깊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사회부 신문기자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일예배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는 생활에 힘겨워 하다 살인을 저지른 청소년 사건을 접했어요. 결국 목자 잃은 영혼을 돌보는 목회자로의 소명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때 떠 오른 세 여인이 있었는데, 바로 어머니와 장모님, 그리고 아내였어요(웃음)."


직장생활을 잘 하던 김경판 목사가 갑작스레 목회자가 된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하나님께서 부르시고 네가 원한다면 그 길을 가라'고 하셨고, 기도의 여인인 장모님은 '자네가 그렇게 될 줄 알았네'라고 찬성했다. 쉽지 않은 사모의 자리에 서야 하는 아내 역시 묵묵히 내조할 뿐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주변 환경과 가족들의 상황을 정리하시고 그의 응답을 기다리셨는지 모른다.

염광장로교회
(Photo : 기독일보) 염광장로교회

진리가 흔들리는 마지막 때, 작지만 타협하지 않는 교단

고신 측 교회에서 자라 어릴 적부터 보수적인 신앙이 몸에 배인 김경판 목사가 소명을 확신하고 찾은 곳 역시 고려신학대학원이다. 보수 중의 보수로 무엇을 하든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해서 하려고 몸부림치는 곳이라고 교단을 소개했다.

"고신신대원을 졸업하고 사역하면서 후회도 조금 했어요. 교단도 작고 지역도 한정돼 있어, 어떻게 보면 고리타분하고 답답하게도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점점 진리가 흔들리고 혼란스러워지는 지금, 한국이나 미국의 큰 교단들, 대형 교회들이 동성애, 돈, 부정 등으로 무너지고 세상의 지탄을 받기도 하는데 고신교단은 작지만 정통성을 지키려 애쓰고, 싸우더라도 말씀 안에서 해요. 변화와 개혁도 필요하겠지만 저를 이 교단에 보내셔서 그 신앙유산을 배우게 하신 것이 마지막 때에 빛을 발하게 하시려는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가능성과 비전이 있습니다."

염광장로교회 역시 애틀랜타 지역에서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고신 교회로 크고 작은 풍파와 어려움도 있었고, 좌절도 맛봤지만 신앙의 뿌리가 깊어 흔들리지 않는 저력을 가진 곳이다. 김경판 목사가 부임할 당시 남아있던 성도들 역시 이런 저런 풍문과 고난에도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젊고 따뜻한 목사가 부임하자 너무나 간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환영하며 100% 출석율을 보이는 '진국'이기도 하다. 

'목회'가 숙명인 목자, 목마르게 기다리던 양떼 만나니 '시너지 효과'

요즘 염광교회는 안팎으로 웃음이 넘친다. 김경판 목사의 부임과 함께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바로 성도들이 밝아졌다는 점이다. 일주일의 삶 가운데 영적인 양식이 될 주일예배 말씀에 온전히 초점을 맞춰 준비하는 그의 노력과, 중보기도를 통해 이를 돕고 있는 성도들이 빚어내는 시너지 효과이기도 하다.

"양적인 성장을 바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너무 서둘지는 않을 겁니다. 먼저는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 가면 차츰 건강한 교회로 회복되리라 믿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안정되고 자리잡아 가는 걸 느낍니다. 성도님들은 주일이 기다려 진다면서 매주 어떤 말씀을 통해 은혜를 받을지 기대하고 오십니다. 서로를 보면서도 변화되는 모습에 놀라세요. 10주간 기도훈련학교를 여는데 평일 오전인데도 20명 가까운 분들이 참석하셔서 2시간 넘게 중보기도하고 친교를 나누고 계세요. 또 이민생활 가운데 주일 하루만 올 수 있는 성도들이 있기 때문에 주일예배 말씀에 모든 걸 다 건다고 할만큼 기도로 준비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염광장로교회는 학기제로 운영되는 훈련학교를 개최할 예정이다. 현재 진행되는 있는 기도훈련학교가 끝나면 여름에는 휴식기간을 갖고 가을에는 이단에 대한 공부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예배와 교육에 내실을 기해, 적지 않은 청소년들 역시 신앙 안에서 올곧게 세워지길 소망하고 있다.

품격 있는 성도들로 가득한 열린 교회로

10에이커 땅 위에 새소리 지저귀는 작은 숲으로 둘러싸인 염광장로교회는 앞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교회문을 활짝 열어놓을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 먼저는 누가 봐도 '품격 있는 성도들'로 변화돼 역동적인 하나님의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교회,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과 위로를 주고 받는 교회, 세상 사람들이 주목하여 동경하는 영향력 있는 교회가 되고자 하는 비전을 품고 있다.

염광장로교회는 4300 South Lee St. Buford GA 30518에 위치해 있으며 매주일 오전 오전 9시, 10시 30분에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한글학교, 중보기도모임, 청년부 성경공부, 금요 남성기도모임 등이 다양하게 준비된다. 더 자세한 소식은 www.atlsaltnlight.com 혹은 678-541-5495로 문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