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섬기며 묵묵히 일하고 있는 한 교회 관리집사의 모습. ⓒ이동윤 기자
어둠이 가득한 혹한의 새벽,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교회의 문을 열고 빛을 밝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교회 내에 거하며 시설을 돌보는 관리집사(사찰)들이다.

관리집사는 주로 중·대형교회에서 예배 준비, 건물 관리, 청소 등을 맡아 일하는 이들을 말한다.

관리집사들은 “낮은 곳에서 교회를 섬기며, 성도들이 은혜받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제일 큰 행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적교인이 15만여명에 달하는 서울의 한 대형교회를 11년간 섬기고 있는 관리집사는 “시설관리 뿐 아니라 예배준비, 모임안내 등 다양한 일들을 맡고는 있지만, 오히려 힘들기보다는 감사함이 크다”며 “새벽에 제일 먼저 예배당 문을 열고 기도를 하는데 그렇게 은혜로울 수가 없다. 교인들도 많이 격려해주고, 무엇보다도 교회를 가장 가까이에서 섬기는 일이니 큰 은혜가 된다”고 했다.

재적교인 800여명인 지방의 한 중형교회를 섬기고 있는 관리집사도 역시 “성전에서의 하루가 세상에서의 100년보다 더 낫다”며 “관리집사를 하며 성도들의 내면적인 진솔한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성도들이 목사님 앞에 설 때는 어느 정도 자신의 모습을 포장하는데,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교회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더 잘 봐야 한다. ‘어떻게 하면 성도들이 편하게 예배드리게 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한다. 새벽예배 전 성도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큰 행복을 느낀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러 어려운 일들로 인한 고충도 적지 않다. 불안정한 계약직 고용, 낮은 보수, 교회와의 소통창구 부재, 교인들의 낮은 주인의식 등이 특히 사역의 걸림돌들이다.

재적교인 수 3천여명의 서울 모 교회에서 일하는 K 집사는 불안정한 고용환경과 낮은 보수에 대해 하소연했다. 관리집사는 대개 1년 단위 연봉제 계약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연말 당회는 이들의 고용 유지 여부를 판단한다. 밤샘예배, 심야예배를 준비하다 보면 1주일에 70~80시간 이상 일할 때가 많지만, 평균 급여는 120만원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만한 분위기도 아니다.

서울의 한 중형교회의 A 관리집사는 담임목사와의 갈등에 대해 조심스레 언급했다. A 집사는 “목사님은 목사님의 영역이 있고, 실무자는 실무자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목사님 입장과 실무자의 입장이 상충될 때가 많은 것 같다. 실무자의 의견이 반영되면 좋은데, 무시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회의 때 제대로 건의하기도 어렵다.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목사님의 입장에 맞춰서 갈 수밖에 없다. 소통의 창구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C 관리집사는 “제대로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시설관리 뿐 아니라, 차량관리, 예배준비 등 일도 하고 있고, 주말에는 교회에서 결혼식과 여러 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쉴 수가 없다. 교회를 정리하고 깨끗이 유지하는 것을 교인들이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내 집 떠나면 그만’이라고, 마음이 느슨해져 물도 잠그지 않고, 불도 끄지 않고 나간다. 그래도 나이 드신 장로님, 권사님들은 인식이 있는데, 청년들은 시각에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아무래도 교회를 좀 더 자신의 몸과 같이 여겨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담임목회자는 “교회가 관리집사들의 영과 현실을 돌봐줘야 한다. 특히 목회자가 직접 사찰집사들과 만나, 그들의 고충을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