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선거를 34일 앞두고 대통령 후보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차에서 라디오로, 집에 도착해서는 화면으로 후보 토론회를 지켜 봤습니다.

이번에는 고등학교 12학년인 둘째와 같이 봤습니다. 학교에서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보고 작성할 숙제를 내 주었습니다. 졸업반에 있는 고등학생하고 토론회를 보면서 같이 부자 지간에도 작은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사회를 보는 짐 레러는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오래 동안 독점하던 언론인입니다. 큰 아이 대학 졸업식에서 짐 레러가 졸업식 연설을 맡았었습니다. 둘째 아이는 짐 레러를 알아 보고 연설 일부를 기억해 내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선거라는 국가적인 이슈가 12학년 고등학생에게 개인적으로 연관성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후보 토론회는 처음 30분 안에 결판이 난다고 아이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유권자들은 처음 30분 만에 누가 이겼는지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듣고 주의깊게 지켜 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토론회 시작부터 아이의 관전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이 대통령 답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공화당의 도전자가 훨씬 더 대통령 답게 보였습니다. 아이는 계속해서 지적합니다. 대통령의 문장이 버벅 거립니다. 문장이 길어 지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지 촛점을 잃기도 합니다. 말을 하면서 종종 눈길이 정면을 향하지 않고 아래로 내려가 머뭅니다. 생각이 말을 이끌어 주지 못합니다. 공화당 후보는 개인적인 사례를 들기도 하고, 직접 만난 유권자의 말을 옮기면서 시청자들과 심정적으로 연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심지어 대통령은 상대방의 정책을 옮기는 과정에서 마치 상대방의 정책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공화당 후보가 자신이 5명의 자녀를 키운 경험을 언급하면서 거짓말도 반복해서 말하다 보면 진실로 들린다고 말할 때 아이는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저 분은 지금 대통령이 자기 아들들 같다고 했어요.”

대통령이 버벅 거리는 모습이 반복되자 간 밤에 잠을 못 잤는지, 아내와 싸웠는지, 말 못할 고민이나 걱정거리가 생겼는지 궁금해 하기도 했습니다.

토론회가 끝나고 유권자도 아니면서 심판이 된 우리 아이는 간단하게 판결을 했습니다. 대통령의 완전한 패배입니다. 토론이 끝나자 마자 정치 스피너 (상황을 자기 편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서 분석하고 설명하고 해명하고 주장하는 정치인들)들이 각 채널마다 화면을 채웁니다. 각자가 지지하는 후보가 이겼다고 주장합니다. 어거지 주장도 있습니다.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과 해설보다 우리 아이의 판결이 더 확실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 회복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단기간에 경기가 회복될 것은 이미 포기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이 임기 한 두번에 해결할 일은 아니라는 느낌을 갖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팍팍한 세월에 마음을 위로해 주고 경제 문제 외에 사회, 문화, 윤리 등 다른 분야에서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경제 회복을 위한 마술 같은 멋진 대안보다 당분간 계속될 우울한 경제 상황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자부심과 자존심을 잃지 않게 해 줄 후보에게 기울 것 같습니다.

난다 긴다하는 정치 평론가보다 투표권도 없는 아마추어 평론가와 함께 한 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