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학교 내 한 선교연구원이 한인선교사에 의해 주도되고 세워져 주목된다. 바로 대표적인 복음주의 계열의 시카고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내에 지난해 8월 세워진 폴히버트 선교연구원 (http://hiebert.tiu.edu)이 그것이다. 당시 박사과정에 있던 백신종 선교사에 의해 제안되고 익명의 한인교회 기증자로 인해 씨드 머니가 마련돼 첫 발걸음을 뗀 연구원.

선교연구원을 시작하고 현재 디렉터로 있는 백신종 선교사(SEED선교회, 트리니티 국제대학교 외래교수)는 “한인과 한인교회로부터 시작된 연구소인 만큼 한인교회와 한인선교에도 다양한 도움을 주고 싶고 또 그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중앙대학교, 총신대 신학대학원, 풀러신학교를 졸업하고 미주한인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다가 2004년 캄보디아 선교사로 파송받아 선교사역을 해 왔다. 캄보디아 현지교회를 개척해 3년간 목회했고, 현지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다양한 사역을 개발했던 백 선교사는 선교에 대한 열정 만큼이나 선교이론과 선교학 개발에도 강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최근 시카고에서 워싱턴에 방문한 백 선교사를 만나, 연구소의 시작 동기와 앞으로의 계획, 폴 히버트 박사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폴 히버트 선교연구원은 20세기 선교문화인류학의 거장인 폴 히버트(Paul G. Hiebert) 박사의 유작과 생전 학술지에 실린 논문, 강의안 및 미발표 파일들을 모아 전세계 학자들과 현장의 선교사에게 공유하기 위해 시작됐다. 현재 연구소는 히버트 박사가 남겨둔 130여개의 파일을 PDF로 옮겨 웹 상에 디지털문헌보관소를 만드는 일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의 선교학적 업적을 통해 한인을 비롯 전세계인들이 찾아와 연구하고 선교적 답을 얻어가는 창구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어떻게 시작됐나?

캄보디아 선교사역을 하던 백 선교사는 지난 2009년 안식년을 맞아 미국 뉴헤이븐에 위치한 OMSC(Overseas Ministries Study Center)에서 선교연구를 하게 됐다. 당시 그곳에서 우연히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학장과 박사과정 책임자를 만나게 되었고, ‘이슬람 문화와 전도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백 선교사의 말에 두 교수는 학문적 연구를 제안하며 2년간의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 주었다.

그는 박사과정을 공부하던 중, 트리니티신학교 교수로 지내다 2007년 작고한 폴 히버트 박사의 번역되지 않은 유작과 수 많은 연구 자료들이 연구실에 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십 여 명 남짓의 박사과정 학생들만 이용하기 보다 유실되어 가는 정보를 디지털화 해서 반영구적으로 보존하고, 인터넷 상에 공개해 전세계 선교학자들과 현장의 선교사들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폴 히버트 박사를 두 차례 만났다는 백 선교사는 “폴 히버트 박사 생전에 문하에서 공부하고 싶었지만, 2007년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는 마음에서 접어두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작은 인연으로 시작된 트리니티복음주의 신학교와의 사역이 이렇게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설명하며 하나님께서 모든 길을 인도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박사과정 첫학기를 시작하면서 북미주의 3대 선교학 저널 중 두 곳 (IJFM과 Missiology)에 논문을 발표했던 백 선교사를 담당 교수들이 인정했고, 한 독지가가 선교연구와 개발을 위해서 후원하면서 학교 측에서도 폴히버트 선교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인교회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그렇다면 폴 히버트 선교연구원이 한인교회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백신종 선교사는 주저하지 않고 “폴 히버트 박사의 ‘이중문화 혹은 이중정체성’을 가장 먼저 꼽았다.

“인도에서 선교사 자녀로 태어난 히버트 박사는 성장하면서 그 스스로 정체성 획득에 어려움을 겪었던 선교학자였던 만큼, ‘이중문화’에 대한 이해는 선교사 자녀로써 그리고 또한 선교사로 살았던 그 자신의 삶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관점으로 인해서 히버트 박사는 선교학과 문화인류학을 연구하는 학문적 이중성을 선교문화인류학의 발전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에너지로 승화시켰습니다. (이중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는) 한인 이민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접목시켜야 할 주요 연구과제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백 선교사는 “히버트 박사가 연구한 ‘이중 정체성’은 선교사나 선교사 자녀의 문화적인 정체성의 문제를 설명할 뿐만 아니라, 한국인이면서 동시에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미주한인(Korean American)의 정체성이 직면하는 문제를 규명해 줄 수 있으며, 이는 곧 천국시민으로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기독교인들이 지녀야 할 기독론적 정체성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폴 히버트 박사는 누구이며, 어떤 신학자인가?

▲폴 히버트 박사.
폴 히버트 박사는 2대째 인도사역을 하던 인도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대를 이어 6년 간 인도에서 선교사로 사역했다. 미네소타 대학에서 공중보건학과 인류학을 공부한 그는 1967년 문화인류학으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워싱턴대학교 (University of Washington), 풀러신학교(1977-1990)에서 가르쳤고,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에서 선교학 교수(1990-2007)로 재직했다. 그의 문화인류학 관련 저서는 선교사들뿐 아니라 신학교 필독서로 권해질 만큼 중요한 업적을 지니는 등 선교문화인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탁월한 선교학자로 평가받는다.

백 선교사는 “폴히버트 박사에 대한 연구는 한인 선교 뿐 아니라 세계 선교의 지대한 기여, 즉 다음 세대를 위한 선교적 발전을 위해 주목할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 선교사는 “170편에 이르는 히버트 박사의 연구논문과 3만페이지에 달하는 12권의 저서, 강의안, 연구노트, 미발간 자료 등은 문화인류학, 교육학, 공중보건학, 사회학, 지역학, 민속학, 종교학, 신학과 선교학자들이 연구할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며 폴 히버트 박사의 저술에 대한 다학제적 연구를 제안한다. 폴히버트 박사의 이중문화, 자신학화, 비판적 상황화, 배타적 중간 영역, 민속 종교 이론, 초문화 신학, 중심집합이론 등은 현재 선교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선교문화인류학적 진단과 대안을 제시한다.

“연구원 일은 내가 시작했지만, 다른 분을 통해서 더 깊은 연구로 이어가길 바란다”는 백 선교사. 그는 “나는 하나님께서 씨를 뿌리도록 부르신 사람이고, 트리니티의 교수님이 맡아서 연구사역을 더 깊이 발전시켜 갔으면 하것이 바람”이라며 “매년 연구소 자체에서 박사과정 학생 3명에게 장학금 혜택을 제공하는데, 되도록이면 한인 선교사들도 관심을 갖고 (신청해서 장학금)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인교회는 열정적이고 헌신적이다. 그러나 기독교의 미래를 생각하며 장기적인 사역을 위해 연구, 개발하는 일에는 관심이 적고 협력도 더딘 것 같다”며 “이같은 연구소는 당장 한인교회가 베네핏을 입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 세대의 교회와 목회자, 선교사들이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다음 세대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백신종 선교사 연락처) danbaeq@gmail.com, 703-789-3636